윤영규 위원장을 비롯한 보건의료노조 간부 15명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 면세점 앞에서 "노무현 정부의 반노동 정책과 병원 사용자의 불성실 교섭에 항의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삭발결의를 한다"며 삭발식을 거행했다.
이날 삭발식에서 참가한 한 지역본부장은 "노동자가 노동자임을 잊는 순간 곧 죽음이다. 노동자는 결코 사용자가 될 수 없다"며 "현장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20일 총파업을 반드시 성사시켜 직권중재를 무덤으로 보낼 것"이라고 결의했다.
윤영규 위원장은 "노동자의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은 물론 노사 자율교섭마저 가로막는 악법 중에 악법 직권중재 망령이 되살아나 노동자의 목줄을 옥죄고 있다"며 "우리의 절절한 염원인 산별교섭을 짓밟고 노동 기본권을 유린하고 있는 직권중재 악법을 철폐시키기 위한 산별총파업을 힘 있게 벌여나가자"고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윤 위원장은 "우리는 직권중재 악법이 우리의 산별총파업 투쟁을 막을 수 없고 우리의 희망을 꺾지도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죽음을 각오해서라도 비겁하게 권력과 자본에 무릎 꿇고 구걸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의료노조의 이날 삭발시위는 직권중재에 따른 불법파업 올가미를 쓰더라도 반드시 산별총파업을 조직하겠다는 지도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집회에서 전국에서 올라온 1200여명의 조합원들은 구속을 각오한 총파업투쟁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보건의료노조 김경자 경인지역본부장은 "노동부가 이미 역사박물관으로 사라졌어야 할 직권중재 칼날을 휘둘러 산별교섭을 파탄내고 파업을 유도하면서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하고 "죽음으로 내몰린 노동자에게 투쟁만이 살길이고 희망"이라며 대정부 공세를 펼쳤다.
이날 현장 조합원들을 격려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직권중재 결정은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의 일환이지 중노위 위원장 한사람만의 결단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노동부 개입설을 거듭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직권중재 철폐 투쟁은 보건의료노조만의 싸움이 아닌 1500만 노동자 전체의 싸움"이라며 "만약 보건의료노조의 산별총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민주노총은 즉각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투쟁수단을 가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도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는 희대의 악법인 직권중재는 당장 철폐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계속해서 반노동자적 작태를 보인다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직권중재 철폐 ▲산별교섭 정착 ▲병원 영리법인화 반대 ▲단계적 무상의료 실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인력 충원 통한 주5일제 전면 시행 ▲최저임금 82만5509원 확보 등을 요구하며 20일 오전 7시부터 113개 병원에서 동시에 산별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