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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전태일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와 <오마이뉴스>는 7월21일부터 <전태일 거리, 시민의 힘으로 만들자> 캠페인(기사 하단 참조)을 진행합니다. 오는 9월 15일까지 진행될 이번 행사 기간 동안 고 전태일 열사에 대한 릴레이 기고 및 인터뷰 등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로 민종덕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의 기고글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 <전태일 거리, 시민의 힘으로 만들자> 캠페인 릴레이 글 첫번째 주자인 민종덕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청계천은 내 마음의 고향이다.

내가 청계천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3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때 불안한 미래를 고민하면서 청계천 헌책방을 헤매던 중 우연히 어느 잡지에 나온 전태일의 일기를 접하고 나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다.

전태일이라는 한 이름 없는 노동자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뇌와 번민 속에서 몸부림쳤으며, 온갖 장벽에도 굴하지 않고 싸웠는가를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불우함보다도 자신보다 더 약하고 여린 노동자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을 실천하고 끝내는 스스로를 불태운 것을 보았다.

이제 막 사회생활에 접어든, 감수성 예민한 시기의 나는 전태일의 그 지고지순한 이웃사랑에 이끌려 곧바로 그가 몸담았고 그가 사랑하고 그의 마음의 고향인 청계천 평화시장으로 쫓아갔다. 그리고 기꺼이 전태일처럼 살고자 마음먹었다. 청계천에 뛰어든 나는 전태일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청계피복노조를 통해 노동운동에 발을 들여놨다.

70, 80년대의 노동운동, 그것은 한마디로 죽음을 결단하지 않으면 아니 될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군부독재 아래에서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노동운동의 싹이 잘려나간 척박한 현실에서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노동운동은 빨갱이, 과격불순분자 등 온갖 멍에에 혹독한 탄압을 견디고 이겨내야 했다. 그 치열했던 시대에 내 인생의 20~40대의 황금 같은 시기에 울고 웃고, 생과 사를 넘나들며 살아온 곳이 바로 청계천이다. 그러니 청계천이야말로 내 마음의 고향이다.

청계천이 어디 나에게만 마음의 고향이랴!

70년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군부독재를 거부하고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염원하며 복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불행한 시대를 아파하고 저항했던 학생, 지식인, 종교인들, 억압과 착취가 없는 사회에서 자주적인 인간으로 살고자 하는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 등 뜻있는 모든 사람들한테 전태일은 하나의 횃불이었다. 즉 이들 모두한테 전태일이야말로 마음의 고향이었으며 전태일이 몸담았던 청계천 역시 마음의 고향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우리 현대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청계천이 복원된다고 하니 이 또한 우리 모두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하여, 개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청계천에 가봤다. 벌써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른다. 맑게 흐르는 저 물을 내려다보면서 청계천 복원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되길 소망해본다. 청계천 복개(覆蓋)가 개발독재의 한 상징이라면 복원(復原) 역시 새로운 시대의 한 상징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지난 시대에는 자연과 인간과 역사를 덮어버리고 오직 능률과 효율만을 중시함으로써 우리가 간직해야 할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렸다. 그렇다면 이제 복원되는 청계천은 덮어버림으로서 잃어버렸던 것들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청계천 물을 굽어보며 지탱하고 있는 이 난간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을까!

이 난간은 어쩌면 지금으로부터 38년 전 전태일이 평화시장 옥상이나 중부시장 공장에서 지탱하고 서있었던 난간은 아니었을까? 그때 전태일은 당시의 노동조건에 절망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이 어린 소녀들이 비좁은 다락방 먼지구덩이에서 굶주려가면서 하루 14시간 이상씩 일하며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시들어가는 현실에 분노하고 절망했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난간은 어떤 의미였을까?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힘겹게 막아주는 지지대였을까? 아니면 절망의 끝자락에서 희망을 꿈꾸는 도약의 지지대였을까? 전태일은 어쩌면 그 난간에 기대서서 김영문이나 다른 재단사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라고 되뇌였을지도 모른다. 즉 죽음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꿈꾸었을 것이다.

오늘 내가 지탱하고 있는 이 난간은 전태일이 꿈꾸던 그 희망이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전태일이 꿈꾸던 그 희망을 실현시켜야 할 책무가 있지 않겠는가!

▲ 60년대말 청계천 중부시장에서 일할 당시 재단보조 시다와 함께 사진을 찍는 전태일(가운데).
청계천은 청계천에 삶의 터전을 두고 살아온 다양한 민중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특히 지난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희생과 분노와 투쟁과 절망과 희망이 있는 곳이다. 이들의 역사야 말로 살아 숨쉬는 건강한 역사로서 오늘의 우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미래로 달려가게 하는 원천인 것이다. 이러한 역사를 청계천에 살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청계천에 전태일을 살리는 것이리라.

그렇지 않아도 전태일기념사업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청계천 거리를 전태일거리로 지정할 것과 복원되는 평화시장 앞의 다리 이름을 전태일 다리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 해왔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그동안 이 요구를 거부해왔다. 그러다가 얼마 전 서울시에서 이 요구를 상당부분 받아들이기로 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가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청계천에 전태일거리가 만들어지고, 전태일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세워지면 이 거리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전태일의 큰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이웃에 실천함으로서 우리 사회가 더 한층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이 거리에서 전태일이 실천했던 시대와 계급계층을 뛰어넘는 지고지순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시대 노동자들이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헌신과 희생을 치렀으며 어떻게 투쟁해 왔는가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전태일 거리에서는 이 세상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노동과 노동자의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인류사회가 존재하는 한 노동은 영원할 것이고 아울러 노동자의 존재는 더욱 각별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자라나는 세대가 느끼고 깨달음으로서 인류공동체가 유지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제 서울시가 전태일거리조성의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전태일거리를 우리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전태일이 우리 모두를 위해 스스로를 불태웠으므로 우리 또한 우리의 정성과 뜻으로 여기 청계천에 전태일을 살려야 한다.

서울시의 전태일거리 조성 수용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가슴 설레이면서 참여의사를 밝혀왔다. 현직 대통령부터 시작해 전직대통령, 각 종교 최고지도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위원장은 물론 산하 조합원들, 연예인, 학생, 청소년, 주부, 농민 등 지위의 높고 낮음, 돈이 많고 적음, 나이의 많고 적음 도시와 농촌을 망라하고 그야말로 각계각층 범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전태일의 그 큰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글귀들이 청계천 거리를 뒤덮는다. 평화시장 앞에 전태일을 형상화 한 소녀상이 수줍은 듯 스스로 대견스러운 듯 살포시 전태일이 건네준 말의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있다. 여기에서 마냥 행복해할 많은 사람들을 상상 해 본다. 아니면,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힘과 용기를 얻고 지혜를 얻어 새 희망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청계천 맑은 물과 함께 우리나라의 명소가 될 전태일 거리.
청계천 난간에 기대서서 하염없이 흐르는 맑은 물을 굽어본다.
전태일과 끝없는 대화를 나눠본다.

그 옛날 전태일이 버스비를 털어 풀빵 30개를 사줬던 '시다'들이 오늘의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실직자 등 아직도 소외되고 탄압받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저 멀리서 그러나 점점 가까이 해맑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전태일 거리, 시민의 힘으로 만들자!
전태일기념관추진위-오마이뉴스 공동 캠페인

청계천전태일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이하 전태일기념관추진위)와 오마이뉴스가 손을 잡고 <전태일거리, 시민의 힘으로 만들자> 캠페인을 펼칩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그가 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노동을 위해, 사랑을 위해 산화해갔습니다. 전태일은 살아남은자에게 개인의 이기심을 넘어 이웃에 대한 사랑, 사회정의를 향한 실천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가르쳐주었습니다.

그 전태일이 오는 10월 복원되는 청계천에서 시민의 힘에 의해 다시 살아납니다. 전태일기념관추진위는 복원되는 청계천의 평화시장 주변에 7백여미터에 달하는 전태일거리를 조성하기로 서울시와 합의했습니다.

전태일거리는 여러분의 참여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전태일거리에는 시민들이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뜻을 밝히는 동판 블록 6000여개가 설치됩니다. 이 동판 블록은 끊임없는 사람들의 발길에도,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영원히 녹슬지 않고 반짝반짝 빚나 전태일 정신을 후대에 널리 이어줄 것입니다.

전태일거리의 동판 블록 설치 등에는 총 6억원의 성금이 필요합니다. 성금 참여자는 동판 블록에 자신의 이름과 '참여의 글'을 싣게 됩니다. <전태일거리, 시민의 힘으로 만들자> 캠페인 오늘(7월 21일, 목요일)부터 9월15일까지 이어집니다. 시민/네티즌 여러분의 많은 동참 바랍니다.

[전태일거리 참여하기]

일반회원: 1000원 이상, 10만원 미만의 참여자입니다.
일반회원은 1개의 동판 블록에 자신의 이름이 다른 참여자들과 함께 새겨집니다.
일반회원이 오마이뉴스에 남긴 '참여의 글'이 오마이뉴스 독자나 주최측에 의해 전태일정신을 잘 담고 있다고 평가할 경우에는 이름과 함께 '참여의 글'도 함께 동판에 새겨집니다.

특별회원: 동판 블록 1개의 제작비인 10만원 혹은 그 이상의 후원금을 내는 참여자입니다. 특별회원에게는 동판 블록 1개에 자신의 이름과 자신이 쓴 '참여의 글'(혹은 그림, 만화 등)을 담게 됩니다.

참여방법: 1) 전태일기념사업회 명의로 개설된 통장에 1000원 이상을 입금합니다.

입금계좌
국민은행 500301-01-031625 사) 전태일기념사업회
우리은행 1005-000-969695 사단법인 전태일기념사업회

2) 오마이뉴스에 마련된 <전태일거리 참여하기>에 이름, 참여의 글, 이메일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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