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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와 야사, 이덕일 특유의 역사적 상상력이 잘 조화된 <조선 왕 독살사건>
정사와 야사, 이덕일 특유의 역사적 상상력이 잘 조화된 <조선 왕 독살사건> ⓒ 김현미
정조의 죽음은 조선 후기 역사의 커다란 손실이다. 자연사였다면 우리 역사의 불행을 탓할 수밖에 없지만, 만약 독살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경우 그를 죽음으로 몬 정치세력과 역사의 반동에 대한 탐색은 역사의 이면에 대한 탐구를 넘어 '역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재료가 된다. - <조선 왕 독살사건> 저자 서문 중

조선 왕 4명 중 1명은 독살 당했다!

5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 왕조. 이 기간 동안 조선은 27명의 왕을 배출했다. 그 중에는 갑작스런 죽음 탓에 독살설에 휘말린 왕들이 몇몇 있다. 인종·선조·효종·현종·경종·정조·고종이 그들이다. 여기에 살아 있었다면 조선 역사의 흐름을 바꿨을지도 모를 소현세자까지 포함하면 무려 8명이 독살설에 휘말리고 있다. 조선 왕 4명 중 1명이 독살설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과연 누가, 왜 그들을 죽였을까.

<조선 왕 독살사건>은 이들의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실체를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정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야사 속에 나타난 사실들까지 총정리, 이덕일 특유의 역사적 상상력을 총동원해 왕들의 독살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해 간다. 나아가 독살 여부를 밝히는 데 멈추지 않고 왕의 갑작스런 죽음이 초래한 정치적 파장 역시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망명을 통해 독립투쟁을 꿈꿨던 '고종'

지금까지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었던 왕들과 관련된 흥미로운 얘기들 역시 다수 등장한다. 이를 통해 우리 역사의 숨겨진 이면을 엿보는 재미 역시 색다르다.

'태정태세문단세'로 이어지는 조선 왕들 가운데 '현종'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고작해야 '예송논쟁' 쯤으로 기억하는 현종은 우리가 쉽게 망각할 만큼 미약한 존재가 아니다. 왕권을 확립하고 나라의 기강을 다시 세우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총명한 왕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그것도 자연사가 아닌 '독살'에 의해서….

고종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나약하고 무능력한 왕 정도로 알려졌던 고종은 해외망명을 통해 독립투쟁을 꿈꿨을 만큼 의기 있는 왕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그밖에도 아버지 '인조'에 의해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자식들까지 잃어야 했던 '소현세자', 조선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왕으로 꼽히는 개혁군주 '정조' 등의 죽음이 단순한 죽음이 아닌 '독살'임을 이 책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때로는 긴장하며, 때로는 분노하며 읽어야 할 우리 역사의 진실찾기

책은 총 8장(인종·선조·소현세자·효종·현종·경종·정조·고종 편으로 나눠 각각 1장씩 구성)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때로는 긴장하면서, 때로는 분노하면서 읽어야 할 우리 역사의 치부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라는 단순한 의문부터 '만일 소현세자가 살았더라면…', '정조가 죽지 않았다면…'에 이르기까지 독자의 역사적 상상력을 최대한 배려하고 있는 것 역시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인문서가 갖는 딱딱함을 충실한 사진 자료를 통해 보완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60여 장에 이르는 사진이 당시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생생하게 와 닿는다. 특히 '김일경 단소'와 '무신역옥추안' 등은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사진으로 그 가치가 높다.

권력과 암투, 음모와 배신의 역사 조명

개혁 군주 정조의 사망은 조선의 좌절이기도 했다. 정조 초상.
개혁 군주 정조의 사망은 조선의 좌절이기도 했다. 정조 초상.
책에 등장하는 왕들의 죽음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한결같이 반대 세력과 정치적 긴장이 극대화됐을 때 급서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정조의 경우 그의 정적이었던 정순왕후가 임종을 지킨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 '여자는 왕의 임종을 지킬 수 없다'는 조선의 법도를 무시하면서까지 그녀가 임종을 지킨 데는 커다란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이다.

고종 역시 마찬가지다. 고종이 위독해지자 조선총독부에서는 친일파 이완용과 이기용에게 숙직을 명했다. 즉 고종의 최후를 지켜본 인물은 두 친일파뿐이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책은 인종·선조·소현세자·효종·현종·경종 등 독살설에 휩싸인 왕들의 최후 순간을 되짚어보며 그 속에 깔린 권력과 암투, 음모와 배신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다.

반성 없는 역사에 미래는 없다!

조선에는 유난히 독살설에 휘말린 왕이 많았다. 저자는 그 이유를 허약한 왕권에서 찾는다. 당론을 최우선시했던 신하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택군'의 방식으로 '독살'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몇몇 왕들의 독살설에 대해서 안타까워한다. 만일 그들이 살아 있었다면 조선의 역사, 아니 대한민국의 역사가 충분히 바뀌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역사는 어둡고 밝음을 떠나, 긍정적인 면이든 부정적인 면이든 정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그 속에서 가치를 추출해내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라는 과제를 제시한다.

덧붙이는 글 | * 이 책은 1999년 푸른역사에서 출간됐던 <누가 왕을 죽였는가>의 개정판입니다.


조선 왕 독살사건 1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이덕일 지음, 다산초당(다산북스)(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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