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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생리대를 만들기 위한 준비물들
대안 생리대를 만들기 위한 준비물들 ⓒ 김성준

 

"이거 너무 붙여서 자른거 같은데." "앗! 찔렸어…, 따가워…." "야, 거꾸로 붙였잖아…. 뜯어서 다시해."

 

한 여름밤의 청평, 다들 밖에서 물놀이에, 고기 굽고 음주가무를 즐기느라 정신없는 그 때, 푹푹 찌는 방안에서 바느질에 몰두하는 패거리들이 있었다. 대체 이들은 누구길래 이 여름, 청평의 시원하고도 아름다운 물가를 외면하고 실과 바늘이랑 씨름하고 있을까?

 

땀을 뻘뻘 흘리며 천조각들을 연결하고 있는 이 친구들은 여성주의 소모임 '파장'의 회원들. 바늘에 손이 찔려가면서 이들이 만들고 있는 것은 옷도 스카프도 아닌 바로 '대안 생리대'였다. "당신들, 왜 밖으로는 한발자국도 안나오는 거야?" 민박집 주인까지 답답해한 이들의 '불쌍한(?) 여름캠프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이없게 시작된 '대안 생리대' 만들기

 

다들 더워서 대략 지친 상황... "헥헥헥"
다들 더워서 대략 지친 상황... "헥헥헥" ⓒ 김성준

 

왜 이들은 남들 다 즐겁게 노는 여름캠프에 와서 천조각이나 꿰매고 앉았을까? 이유는 이랬다. '피자매연대(http://blooodsister.or.kr)'라는 단체에서 대안 생리대 이야기를 들은 '파장'의 대표 신지윤(19)양. 갑자기 몹시 그걸 써보고 싶었더란다. 회원들은 당시 별다른 캠프 진행 프로그램을 짜지 못하는 매너리즘에 빠져있었고 이 때 신 대표의 제안이 파고든 것.

 

신 대표의 제안은 세미나와 토론, 그리고 '술'이라는 캠프의 일률적인 패턴에 허덕여하던 회원들의 즉각적인 공감대를 얻게 됐다. 공동대표인 원탁(21)군이 '피자매연대' 사이트에서 원단과 제작 설명서를 공수해오고, 준비물 목록에는 황급히 대안 생리대를 만들기 위한 '실', '바늘', 그리고 안감에 넣을 '수건' 등등이 추가되었다. 그렇게 해서 '파장'의 회원들은 펜과 종이 대신 실과 바늘을 들고 청평에 모인 것이다.

 

1회용 생리대...사실 문제 많았다!

 

여성 회원들은 일회용 생리대의 많은 문제점들에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부담스러운 가격. 피자매 연대에 따르면 "여성이 가임 기간부터 폐경기까지 평균 1만2천장 정도의 일회용 생리대"를 쓴단다.

 

캠프에 참가한 최현실(21)양과 안아무개(21)양은 "생활필수품인 생리대가 너무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할인마트에서 대량으로 사면 조금은 저렴해지지만, 급하게 필요하게 돼서 편의점에서 살라치면 만만찮은 가격에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또한 피자매연대에 따르면 "일회용 생리대에는 인체에 해로운 여러 가지 첨가물들이 들어있다"고 한다. "가공에 쓰이는 폴리에틸렌이나 염소 표백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은 염증, 가려움과 각종 부인과 질환들을 유발한다"고. 실제 여자 회원들은 1회용 생리대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거나 피부질환을 앓아본 경험들이 있었다.

 

원탁(21)군은 "한번 쓰고 버리는 생리대가 소모하고 발생시키는 자원과 쓰레기의 양도 만만치 않을 거"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일회용품 중 어떤 것이 그렇지 않겠느냐만 "일회용 생리대는 재활용도 되지 않을 뿐더러 화학 약품처리와 합성 섬유 재질 때문에 소각할 때마다 유독가스를 발생"시킨다는 것.

 

천으로 된 '대안 생리대'를 만들어보려는 회원들은 모두 "일회용 생리대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고, 건강을 지키고, 환경도 지켜보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남자회원들은 왜 '대안 생리대'를 덩달아 만들었나

 

남자회원들은 왜 덩달아 대안생리대를 만들었을까?
남자회원들은 왜 덩달아 대안생리대를 만들었을까? ⓒ 김성준

 

'파장'에는 기자를 비롯하여 남자회원들이 3명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말하기도 민망할 생리대를 남자회원들이 왜 직접 만들려고까지 할까. 원탁(21)군은 "생리가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당연히 불편이 없도록 도와야 한다"며 "남녀는 어차피 같이 생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오히려 기자에게 반문했다.

 

유일한 1학년 참가자인 박부원(19)군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따라왔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일회용 생리대의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며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건 모두가 신경 써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원탁군은 덧붙여 "페미니즘의 주장들을 여와 남의 대립 구도로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라며 "사실 따지고 보면 페미니즘의 주장들은 여자와 남자가 모두 행복해지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나름의 여성주의관도 피력했다. 이들은 심지어 "대안 생리대는 남자와 관련이 없는 부분이 없다"고까지 주장한다. "생리가 없다면 여자든 남자든 태어날 수도 없으며, 여성의 건강은 주변 남성들의 행복과도 직결되며,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지출은 여성만의 지출이 아닌 '가계'의 지출"이라는 것. 물론 "모두에게 해당되는 환경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단다.

 

"꼭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

 

대안생리대의 접은 모습, 가로 세로 손가락 두 마디 크기로 작아진다.
대안생리대의 접은 모습, 가로 세로 손가락 두 마디 크기로 작아진다. ⓒ 피자매연대 제공

 

대안 생리대를 만들기 위한 준비물은 겉감에 쓰일 1/6마 크기의 천과 안감에 쓰일 수건 조각, 그리고 실, 바늘이 전부. 피자매연대 사이트에 가면 천을 자를 때 모양을 뜰 수 있는 '본'과 '제작 설명서'가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천에 본을 대고 약간의 간격을 두고 자른 다음 박음질로 모양대로 이어붙이기만 하면 겉감이 완성. 안감은 겉감의 틈새 사이로 잘 접어서 넣으면 되고, 편리하게 그날의 '양'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이 날 가장 빠른 손놀림을 보여준 안아무개양은 처음 만드는 것일 텐데도 15분 만에 완성품을 선보였다. "재봉틀이 있었다면 더 빨리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건  그뿐만 아니라 만들어본 모든 회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제 만든 생리대를 사용해 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여자회원들은 사용에 앞서 걱정이 든다고 말한다. 신지윤 양은 "천 생리대라 샐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며, 일단 집에 있는 시간에 사용해보고, 괜찮으면 계속 사용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애초 대안 생리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던 그녀는 덧붙여 "쓰고 난 생리대를 어떻게 들고 다닐지의 문제도 좀 있을 것 같다"며 천천히 실용가능성을 시험해보겠단다.

 

남자회원들이 만든 생리대는 지금 어학연수차 영국에 가있는 회원에게 모아서 보내주기로 했다. 물론 다들 여자친구가 없으므로. 피자매연대는 실용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 "샐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대형을 사용하거나 안감을 두둑히 넣으면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들의 사이트에 가보면 어떤 분들은 날개가 달리거나 방수 소재를 넣은 '개량' 모델을 소개하기도 한다. 피자매연대 측은 가지고 다닐 때의 문제에 대해서도 "사진에 나오는데로 작게 접어서 팩 같은 곳에 넣으면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는 '대안' 생리대가 실용성이 있는지에 대해 회원들이 직접 생리대를 사용해본 다음, 검증된 결과를 다음 작성될 기사에서 밝힐 예정이다. 기대하시라!


#대안생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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