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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1월, 결혼식 화보 촬영 무렵. 추운 날씨였는데도 잉걸아빠 얼굴에 철철 넘쳐 흐르던 개기름을 감추기 위해 기초화장품(foundation)으로 덕지덕지 얼마나 떡칠을 해놨는지 사진을 자세히 보면 왼쪽 광대뼈 밑에 금 간 도자기 같은 선이 보인다.
1993년 11월, 결혼식 화보 촬영 무렵. 추운 날씨였는데도 잉걸아빠 얼굴에 철철 넘쳐 흐르던 개기름을 감추기 위해 기초화장품(foundation)으로 덕지덕지 얼마나 떡칠을 해놨는지 사진을 자세히 보면 왼쪽 광대뼈 밑에 금 간 도자기 같은 선이 보인다. ⓒ 이동환

"선생님, 너무 번쩍거려서 필기를 못 하겠어요."
"무슨 로션을 그렇게 많이 바르고 오세요?"
"선생님 개기름 긁어서 중동에다 도로 내다 팔아요."


그러니 내가 아무리 좋은 남성 전용 화장품이 있다 한들 사용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면도까지 하고 맨얼굴로 나가면 너무 따가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 때까지는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무엇보다 곤혹스러운 일은 개기름이 넘치는 얼굴에는 생기는 것도 많다는 사실이다. 툭하면 뾰루지가 돋아나고 여드름 날 나이도 아닌데 여기저기 불거져 일그러지니 학생들 앞에서 때로 주눅 들 때도 있었던 것이다.

녹차의 위대한 효능

녹차 주머니에서 살결물 짜내기
녹차 주머니에서 살결물 짜내기 ⓒ 이동환
십 수 년 전부터 나는 녹차를 커피 대신 마시고 있다. 지금은 아예 광이 되어버렸다. 하루에 적어도 열 잔 이상 마시니 때마다 끓여대는 일만도 만만치 않다. 싼 잎차는 한꺼번에 끓여 냉장고에 넣어놓고 마시기도 한다. 하루 두세 번은 어린잎 녹차를 정성스레 끓여 걸러내고 찻그릇에 담는 일까지도 즐기면서 마시지만 대부분은 간편한 일회용 녹차를 쓴다.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내 몸이 좋아졌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

몇 년 전부터는 녹차를 아예 살결물(스킨로션)로도 쓰고 있다. 개기름 때문에 고생하는 내게 지인이 알려준 방법인데 이거 효과 만점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세수한 뒤 일회용 녹차 주머니를 건져 꾹 짜내 얼굴에서 목울대까지 두드리듯 바르면 된다. 주의할 점은 아래위로 문지르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손바닥을 밑에서 위로, 가운데서 옆으로, 웬만큼 녹차 물기가 갤 때까지 두드려야 한다. 면도한 다음에는 1,2분 정도 지난 뒤 한 번 더 해준다.

효과가 어느 정도냐고? 놀라지 마시라. 잉걸아빠는 녹차 살결물을 사용한 뒤로 단 한 번도 얼굴에 뾰루지나 여드름 비슷한 그 무엇도 돋아나지 않았다. 그뿐이랴? 거울 볼 때마다 느낄 정도로 개기름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사람마다 꼴바탕이 다르니 효과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권한 결과 고맙다는 인사를 수없이 들었다. 자, 이쯤하면 당장! 하고 동하지 않으시려나?

이즈막 잉걸아빠가 자주 듣는 소리는 한 가지다. 나이에 비해 피부는 그런 대로 괜찮아 보인다는 말이다. 어제도 처음 만난 젊은 강사가 한 얘기다. 일석이조 어쩌고 하지만 이거야 말로 일거양득 아닌가. 녹차 마셔서 몸에 좋아, 입 냄새 없애주니 좋아, 얼굴에 발라 개기름 없애고 살균해주니 좋아, 겨드랑이에 바르면 더 좋아, 그야말로 밤새도록 침을 튀겨도 잉걸아빠 녹차 칭찬은 마르지 않을 터.

오랜 세월, 잉걸아빠 건강과 개기름 퇴치를 위해 밤낮으로 애쓴 낡은 찻그릇들. 고생 많았다, 내 친구들. 염치없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오랜 세월, 잉걸아빠 건강과 개기름 퇴치를 위해 밤낮으로 애쓴 낡은 찻그릇들. 고생 많았다, 내 친구들. 염치없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해! ⓒ 이동환
지난 저녁, 새로운 고3 수시 논술반을 맡게 돼 예비교육을 했다. 가뜩이나 입시 때문에 굳어진 아이들을 풀어주기 위해 나는 첫 시간 앞부분은 나 자신을 웃음소재로 삼아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항상 얼굴 얘기부터 시작하는데 반응이 괜찮은 편이다.

"오늘 선생님 처음 보고 느낀 소감 말해볼 사람?"
"정말 별명대로 얼굴이 크세요."
"지금 별명은 그래도 양반이다. '얼큰샘!', 얼마나 부드럽니? 나 중학교 때 별명은 말대가리였다."
"정말요? 푸하하하!(모두 웃음)"


그리고 빼놓지 않는 이야기 소재는 녹차다. 단 것만, 인스턴트 음식만, 청량음료만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녹차의 위대한 효능에 대해 침을 튀기며 이야기 한다. 여학생들은 피부가 좋아진다는 말에 솔깃해하고, 남학생들은 신장 기능이 좋아지고 피를 맑게 해준다는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실제로 나는, 녹차를 자주 마시는 제자들에게서 머리가 맑아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기출문제, 유형만 들입다 판다고 대학이 '어서 옵쇼' 하는 거 아니다. 먹는 것, 마시는 것부터 바꿔라. 늦게까지 공부한답시고 진한 커피 마시고, 배고프다고 아무 때나 컵라면 먹고, 절대 안 된다. 때 맞춰 밥을 먹되 싸고 좋은 고등어 많이 먹고, 김치 많이 먹고, 녹차 많이 마시고, 알았지?"

아이들 모두 고개를 주억거리지만 실제로 저 아이들이 녹차의 위대한 효능을 과연 알아줄지 의문이기는 하다.

덧붙이는 글 | 당부 드리는 말씀 :

드물기는 하지만 체질에 따라 녹차가 맞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 아내가 그렇습니다. 지성피부가 아닌 사람은 되도록 녹차 살결물 하지 마십시오. 자신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 반드시 체질을 알아보고 선택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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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커서 '얼큰샘'으로 통하는 이동환은 논술강사로, 현재 안양시 평촌 <씨알논술학당> 대표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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