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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만 보면 그 때 그 일이 생각납니다. 아내는 맨날 그 얘기 한다면서 핀잔을 주지만 그 아픔을 어찌 잊겠습니까. 그런데 집에서 하면 왜 떡볶이 맛이 2% 부족하지?
떡볶이만 보면 그 때 그 일이 생각납니다. 아내는 맨날 그 얘기 한다면서 핀잔을 주지만 그 아픔을 어찌 잊겠습니까. 그런데 집에서 하면 왜 떡볶이 맛이 2% 부족하지? ⓒ 장희용
일은 그 때 벌어졌습니다. 입속에 넣은 떡볶이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에 웃음이 나오면서 식도로 가야 할 떡볶이가 역류해 그만 콧구멍으로 나온 겁니다. 그것도 완전히 나온 게 아니라 떡볶이 끝만 조금 콧구멍 밖으로 나오고 몸통은 콧구멍 안에 들어 있는 상태가 된 거죠.

콧속 떡볶이, 그 고통 아십니까? 그러니까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한참 생각) 바닷가에서 수영하다 코로 물이 들어갔을 때 코가 싸해지는 통증, 그러면서 편두통처럼 머릿속이 콕콕 아파오잖아요. 그 통증의 수십 배쯤 된다고 생각하시면 설명이 될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그 맵고 뜨거운 떡볶이가 민감한 코로 나왔으니 그 통증의 고통을 어디에 비교하겠습니까? 그냥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후다닥 수돗가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난감하게도 콧구멍 밖으로 살짝만 나온 떡볶이를 빼낼 길이 없는 겁니다. 잘하면 손톱을 이용해 뺄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이놈의 떡볶이가 미끈거리는 탓에 잡힐 만하면 쏙 빠지고 잡힐 만하면 쏙 빠지고, 결국 빼기는커녕 안쪽으로 더 밀어 넣고 말았습니다.

자꾸만 건드려서 그런지 통증이 점점 심해졌습니다. 하지만 통증도 통증이었지만 아무리 해도 빠지지 않는 떡볶이, 이제는 콧구멍 저 안쪽으로 들어가 버린 떡볶이를 빼낼 생각을 하니 걱정도 되고 약간 겁도 났습니다.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언제 왔는지 친구 한 놈이 괜찮냐면서 다가옵니다.
“아파 죽겠다. 그나저나 이거 어떻게 빼냐?”
제가 고개를 들어 콧구멍을 보여주자 이 썩을 놈은 뭐가 그리도 웃긴지 걱정은 고사하고 배꼽이 빠져라 웃기만 하는 겁니다.
“아 새끼 진짜. 아파 죽겠다니까 웃냐!”

제가 성질을 내자 그 친구 간신히 웃음을 거두고는 가까이 다가와 상태를 확인하더니 자기가 빼 보겠다고 나섭니다. 하지만 이미 깊숙이 들어갔는데 손으로 빠질 턱이 있겠습니까. 친구는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창피하게 어떻게 병원에 갑니까.

순간 그 친구는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갑자기 매점으로 달려갔습니다. 조금 후에 친구의 손에 들린 건 바로 나무젓가락. 친구의 지시에 따라 저는 고개를 들었고 친구는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결국 제 콧구멍에 있던 떡볶이를 빼냈습니다.

여전히 통증은 심했지만 그래도 떡볶이를 빼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수돗물로 콧속을 세척한 후 조금 지나자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통증이 가라앉으니 떡볶이에 그리 당했으면서도 이 어리석은 중생은 먹다 말은 떡볶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매점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이미 떡볶이가 담겨있던 냄비는 ‘이게 고추장 양념을 범벅한 떡볶이를 끓인 그릇인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흔적하나 남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렇게도 먹고 싶었던 떡볶이었건만, 저는 코를 만지면서 쓸쓸히 교실로 향했습니다. ‘이런 의리 없는 놈들, 지독한 놈들, 니들이 친구냐!’고 욕을 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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