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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빌딩.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빌딩. ⓒ 오마이뉴스 권우성
두산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두산이 미국 바이오 기업에 거액을 투자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산 측에 따르면 2001년께 두산그룹 대주주 및 계열사들은 식물성장 촉진제를 개발·판매 회사인 미국의 NPI라는 바이오 기업을 인수했다. 2001년 첫 지분 인수 뒤 총 5차례에 걸쳐 870억원 가량이 이 회사에 투자됐다.

그러나 현재 이 회사의 매출은 미미하고 자산 가치 또한 70억여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70억원 가량이 이 회사로 흘러들어 갔음에도 실적은 보잘 것 없는 상황인 것. 또 NPI가 800억대의 거금을 투자할 만한 회사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 회사가 외화 밀반출 창구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두산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한 박용오 전 회장은 외화밀반출 혐의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은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외화밀반출의 주체와 수법, 금액 등을 혐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놨다.

그는 "박용만 두산그룹 부회장과 박진원(박용성 회장 장남) 두산 인프라코어 상무가 미국 위스콘신에 뉴트라팍이라는 회사를 설립, 계열사 자금 870억원을 동원해 외화를 밀반출 한 뒤 회사를 껍데기만 남겨놓고 자금을 모두 빼돌렸다"며 "이 회사의 초기 등기이사였던 박용만, 박진원,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 사장이 자주 위스콘신을 오가며 외화 밀반출을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두산그룹 "그동안 투자금은 연구개발 비용으로 들어갔다" 해명

하지만 두산그룹은 이러한 의혹제기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그동안 들어간 자금도 모두 연구개발 비용으로 들어갔는데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아 그런 의혹이 불거지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곧 가시적인 성과를 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용성 회장도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사실을 밝히겠다고 하면서도 유독 외화 밀반출 건에 대해서는 "이미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에서 조사를 했는데 무혐의로 결론 난 사안"이라고 적극적인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두산 그룹의 외화 밀반출 혐의에 대한 조사여부와 결론에 대해 현재로선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96년부터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한 두산그룹이 외국의 바이오 회사를 인수한 의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당시 그룹의 주력사업이었던 OB맥주까지 매각하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고려산업개발(현 두산산업개발) 등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성격을 180도 변화시켰다. 그런데 2000년 12월 한국중공업을 인수하고 난 후 바이오 사업에 투자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은 "NPI에 투자하게 된 계기는 당시 바이오 산업이 세계적으로 뜨는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바이오산업 진출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며 "이는 박용오 회장 시절에 이루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양측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과제는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26일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제기한 두산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박용오 전 회장의 진정서에 의해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인물로 지목된 5명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린 상태다.

수사 결과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형제간 경영권 쟁탈전은 두산그룹을 뿌리채 흔드는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짙다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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