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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가계도
두산그룹 가계도 ⓒ 오마이뉴스 고정미
핵심인물이 때론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두산그룹 '형제의 난'이 그렇다.

외형적으로는 2남 박용오 전 회장과 3남 박용성 회장이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박용오 전 회장 쪽이 제출한 진정서의 대부분은 5남인 박용만 부회장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용오 전 회장측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중심에는 박용만 부회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 5남인 박용만 부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 경영대학원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그는 두산그룹이 주력 업종을 '술'(소비재 산업)에서 기계와 건설(산업재 산업)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다. 고려산업개발과 한국중공업 인수도 박용만 부회장의 작품이다. 이 때문에 그는 기업 구조조정과 M&A의 전도사로 불린다.

승승장구 하던 박용만 부회장은 '형제의 난'으로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두산그룹 M&A와 구조조정 진두지휘

박용만 ㈜두산 부회장
박용만 ㈜두산 부회장
박용오 전 회장의 진정서에 따르면 박용만 부회장과 관련된 회사는 (주)넵스와 뉴트라팍(NPI), 그리고 엔 세이퍼, 일동 여행사 등 4개다.

(주)넵스는 두산그룹 6남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특히 진정서에서는 5남 박용만 부회장과 6남 박용욱 대표이사가 '동복(同腹)' 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5남과 6남은 다른 형제들과 어머니가 다르다는 것이다.

박용오 전 회장측에서는 "위장 계열사인 넵스를 통해 두산산업개발의 주방 가구 물량 및 목공사, 마루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5년간 독식해 1000억대의 수의 계약을 했고, 200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용성 회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95년 국제유도연맹 총재가 된 뒤에는 밖으로 떠돌고 또 지난 2002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된 다음에는 여기(두산타워) 1주일에 한번 정도만 나오고 있어 세세한 부분은 모른다"면서 "혹시 내가 모르는 부정이나 비리가 있을지 몰라 물어보니까 실무자들이 말도 안된다는 소리를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실무자들에 의존한 박용성 회장의 설명은 어딘지 석연치 않다. 박용만 부회장이 설립해 800억원대의 외화 밀반출 의혹을 받고 있는 뉴트라팍의 경우도 박용성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미 금융 당국에서 조사해 무혐의로 결론 난 사안"이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금감위가 2003년 조사한 후 제재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위는 외국환거래 정지 조치에 이어 세금포털 혐의가 있어 국세청에까지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산그룹 계열사로 SK그룹과 삼양사 오너들이 출자해 출발한 '엔 세이퍼'(종합 인큐베이션 및 투자그룹) 역시 박용만 부회장이 친구들인 재벌오너들을 투자 시킨 후 100억원 가까이 손해를 보자 이 회사를 두산중공업 등이 80억원에 흡수하게 했다는 내용이 진정서에 담겨 있다.

결과적으로 박용만 부회장이 회사 돈으로, 손해본 재벌가 친구들의 돈을 갚아줬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일동여행사는 박용만 부회장의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로 두산그룹 여행 물량을 독식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일동여행사는 두산중공업이 위치한 창원과 을지로 두산타워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진정서에 언급되는 인물들 역시 박용만 부회장 사람들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전략기획본부 이아무개 사장과 '맥킨지 서울사무소 글로벌 파트너' 출신인 김아무개 전략기획본부 사장( 엔 세이퍼 · 네오플럭스 사장 ), 네오플럭스 최 아무개 부사장, 전략기획본부 김아무개 부사장, 오리콤 고아무개 대표이사, 그룹 관리본부 이아무개 부사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진정서에 언급된 관련자 8명에 대해서 출금조치했다.

외부와 접촉 피하는 박용만 부회장

두산그룹 박용만 부회장은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그는 지난 25일 두산타워에서 기자들과 마주치자 급히 자리를 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조사를 앞둔 시점에서 박용만 부회장이 나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두산그룹 전략기획본부 관계자는 "이미 (박용성 회장이)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에 박용만 부회장이 따로 입장을 발표할 계획은 없다"면서, "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게 그룹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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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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