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길
"그래, 이제야 수필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물어 보게 된다. 나에게 수필은 삶을 깨닫고 삶을 찾는 일 같다. 나는 내가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쓰고 싶은 것을, 쓸 값어치가 있는 것을 올바르게 쓰라고 늘 힘들여 말했듯이, 나도 그런 마음으로 수필을 써 왔고 앞으로도 쓸 것임을 다짐한다."-'머리말' 몇 토막
2003년 8월, 78세의 나이로 이 세상을 훌쩍 떠나 자연으로 되돌아간 이오덕 선생의 수필집 <거꾸로 사는 재미>(아리랑나라)는 1983년 5월 <범우사>에서 처음 나온 책이다. 하지만 워낙 오래 되어 서점에서는 이미 절판되고 없는 것을 2001년 최종규씨가 헌책방에서 찾아내어 이오덕 선생이 살아 계실 때 만든 아리랑출판사에서 새롭게 엮었다.
이 책은 자연을 글감으로 쓴 제1부 '하늘과 비둘기'를 시작으로 삶에 대한 깨달음이 담겨 있는 제2부 '우리 집 우리 이웃', 시사비평에 해당되는 제3부 '가난하게 사는 슬기', 교욱 수상이라 할 수 있는 제4부 '꼴찌를 기르는 교육'에 모두 69편의 글이 꼼꼼하게 담겨 있다. 평생을 우리 말 글 살리기와 아이들의 교육운동에 몸 바친 이오덕 선생의 꼿꼿한 삶처럼.
이오덕 선생은 이 책의 머리말에서 "이걸 모조리 활활 불태워 없애 버렸으면 시원하겠다는 느낌이 든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수필들이 스스로 낳은 못난 자식 같은 가엾은 생각이 들어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묶는다고 밝힌다. 이어 이 수필들이 "아무리 잡동사니 같은 글들이라도 모두 나 자신의 숨김없는 모습"이라고 되짚는다.
"사람이 생겨난 곳은 산이라 한다. 물을 마시고 사는 물고기가 아닌 만큼 마땅한 일이다. 사람은 산에서 나무 열매를 따먹고 살다가 농사를 짓게 되면서 들로 내려온 것이다. 우리가 높은 산을 쳐다볼 때 그 산 모습에 감탄하고, 자연스럽게 그곳에 오르고 싶어하고, 그리고 사실 죽음을 무릅쓰고 산에 기어오르기도 하는 것이 모두 사람이 처음부터 지닌 생명이 움직이는 것이라 본다." -16쪽. '산' 몇 토막
이 책을 새롭게 엮은 '함께 살기' 최종규 씨는 "이 책에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첫머리까지 쓰신 글을 담아서 이오덕 선생님이 예전에 '우리 말 바로쓰기' 운동을 하지 않으셨을 때 글투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 어떤 말과 글을 어떻게 다듬고 손보아야 좋은지를 제대로 살필 수 있는 좋은 공부가 될 수 있다고 되짚었다.
"고운 이의 말씀은 보석과 같아라"
"이 책 <붓다의 노트북>은 그냥 흘러가는, 그래서 그저 흘려보낼 정도의 얘기들이다. 할 일도 많고 답답하고 바쁜 세상, 나마저 덩달아 잘 알지도 못하는 어리꺼리한 문자를 늘어놓을 까닭이 없다. 게다가 내게는 심오한 철학이나 고매한 언설을 풀어낼 능력도 없다."-글쓴이가 읽는 분에게' 몇 토막
<붓다의 노트북>(바보새)은 반야심경의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을 화두로 불도를 닦고 있는 성휴(본명 박 윤) 스님이 쓴 짤막한 수상집이다. 지금 영천사 수계를 맡고 있는 성휴(본명 박 윤)스님은 이 책에서 불도를 닦는 틈틈이 떠오른 심상들과 체험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백팔번뇌가 담긴 염주알처럼 천천히 굴린다.
'나도 믿지 마라' '왜 자꾸 그러셔유?' '욕정의 노예' '쥐머리 굴리기' '자기 맘을 훔친 도둑' '불타는 신기루' '걷다보면 길이라'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후딱 푹 쉬셔요' '못 말려' '너무너무 바빠라' '천당과 지옥 가 보셨나요' '떡도 못 얻어먹을?' '헤엄치는 혓바닥' '찢어져 부렀어' '구더기 타령' '어느 순교자' 등 122꼭지가 그것.
성휴스님은 머리말에서 "마시는 물 한 모금, 들이쉬는 공기 한 모금도 내 것이 아니었음"이라고 말한다. 이어 이 책을 통해 "길고 버겁기만 하던 내 거친 삶 속에 사랑과 믿음을 다시 일궈주신 그 님과 모든 벗님들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고 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속세를 떠난지 3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하릴없는 두 사내가 별 볼 일 없는 얘기를 주고 받으며 강둑을 거닐었다. 그 중 하나인 흔들이가 물속을 오가는 물고기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이 건들이! 저것들 좀 보게. 참 재미있게도 노는군."
건들이가 낼름 되받아쳤다.
"헛, 흔들이 자네가 언제부터 물고기가 된 거지? 쳇, 물고기들의 사정을 어찌 그리도 잘 아나?"
흔들이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 말을 하는 너는 나냐? 내 생각을 어찌 그리 잘도 아냐?"
얘들아, 조심해! 자꾸만 이런 시덥잖은 혀 놀림 따라하면 금세 골 빈 애늙은이 된대, 크큭.
-268쪽, '헤엄치는 혓바닥' 모두
이 책을 읽은 노르웨이의 불자 도반은 '고운 이의 말씀은 보석과 같아라'라는 붓다의 말씀을 적은 메일을 성휴스님에게 보내며, "즐거운 코멘트 정말 감사드려요"라고 덧붙였다.
국내 최초로 번역한 현대 아랍 대표시인 3인 시집
"현재 아랍에는 참으로 많은 시가 존재한다. 이집트 시, 이라크 시, 요르단 시, 레바논 시, 사우디아라비아 시… 옛날엔 이런 지역들의 이름은 별로 의미가 없었다. 단지 유명한 시인이나 작가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글을 쓰고 죽은 장소일 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아랍이 이렇게 사분오열되었고, 언제부터 아랍에 이렇게 많은 시들이 존재했을까?"-'옮긴이의 말' 몇 토막
지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는 임병필(42) 씨가 옮긴 <걸프만의 이방인>(화남)은 현대 아랍시의 선구자로 불리는 '바드르 샤키르 알사이얍'과 현대 아랍시의 완성자로 자리매김 한 '압둘 와합 알바야티', 현대 아랍 최고 시인으로 이름 떨치고 있는 '아도니스'의 대표시들이 실려 있는 시집이다.
이라크 여성 시인 '나직 알말라이카' 등과 함께 자유시 운동을 한 '바드르 샤키르 알사이얍'은 1926년 이라크 남부 자이쿠르에서 태어났다. 이라크 사회주의 운동과 관련 옥고를 치른 시인은 쿠웨이트에서 망명생활을 하다가 1964년 38세의 젊은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났다. 주요 시집으로는 <시든 꽃들> <눈먼 매춘부> <노예들의 집> 등이 있다.
시인 압둘 와합 알바야티는 1926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어나 반정부 활동혐의로 유럽에서 5년 동안 망명생활을 하다가 1999년에 타계했다. 시인 아도나스는 1930년 시리아 북부에서 태어나 시리아 국민당에 가입, 활동하다가 1년 동안 정치범으로 투옥되었으며,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여러 차례 오른 아랍 대표 시인이다.
바그다드? 거대한 사창가.
여자 가수의 시선들이
기차역 대합실에 있는 시계처럼
벽 위에서 째깍거린다.
땅 위에 누워 있는 시체여
그 위 벌레는 불꽃과 비단 물결 같다.
바그다드는 악몽
사악하고 썩은 잠이 그를 삼킨다.
시간들이 날이 되고 날들이 해가 되고 해가 멍에가 된다.
해는 내 마음 속 상처.
-65쪽, 바드르 샤키르 알사이얍 '사창가' 모두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임병필은 옮긴이의 말에서 "이제 아랍인들은 자신들의 조국에서, 자신들의 고향에서 '이방인'이 되었다"고 꼬집는다. 이어 "끝도 보이지 않는 혼돈 속에서 이들 아랍인들은 무슨 생각으로 살고, 무슨 생각으로 죽어갈까" 라며, 이 시들을 통해 그들이 다시 하나가 되고, 이제는 '이방인'이 아닌 '주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의 신문>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