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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놈의 운송회사가 다 있어"
"......"
"집 안에 짐을 넣어줘야 할 거 아냐!"
"......"
"그대로 내빼면 난 어떡해."

햇살이 뜨거운 여름 한낮,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집 바깥쪽에서 고성의 한국말 소리가 들려왔다. 내다보니 트럭이 한 대 세워져 있고 이삿짐이 마당 한가운데 잔뜩 풀어져 있다. 그런데 한국말을 구사하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새댁처럼 보이는 여성이 운송 직원들에게 뭔가를 열심히 항변하고 있어 귀를 기울어 들어보니 "짐을 집 안에 넣어주지 않고 왜 그냥 가려고 하느냐"고 따지는 내용이었다.

▲ 중국 상하이 한국인 밀집 거주지역의 하나인 '완커'의 요스메이띠 아파트
ⓒ 유창하
이삿짐이 오고 나서 아무리 중국 이삿짐 인부들에게 따져봐야 소용없다. 운송계약서를 쓸 때 집안에까지 짐을 넣어 준다는 별도 조항을 작성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국내 간 이삿짐을 운송할 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인이 알아서 이삿짐을 집안까지 운반한다. 해외에서 오는 이삿짐도 마찬가지이다. '해외 이삿짐이니까 집안에까지 넣어 줘야 한다'는 개념도 안 잡혀 있는 데다가 그런 조항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운송회사와 계약할 때 '집안의 물건을 꺼내고, 이삿짐을 집안에 넣는 전 과정을 운송회사에서 책임진다'는 조항(door & door)을 꼭 삽입해야 한다. 이 조항을 명시하지 않고 계약을 할 경우 한국에서야 당연히 이삿짐을 꺼내고 실어 주지만 중국에 짐이 도착해서는 중국 이사관습에 따라 인부들이 마당에 짐을 풀어놓고 그냥 가버리기 때문이다.

혼자서 황당해 하며 산더미 같은 이삿짐을 수습하느라 더운 여름날 땀 깨나 흘릴 새댁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중국 입성 초년생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삿짐 운송계약 door & door 로

▲ 상하이의 '쯔텅루'에는 한국인 식당 20여 업소가 모여있다.
ⓒ 유창하
한국에서 해외 이삿짐 운송회사에 전화를 걸어 알아볼 때 가격만 따지고 하다 보면 중국 현지 생활 정보가 없어 이런 실수를 하게 된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이사 가고자 하는 중국지역에도 운송회사의 사무실이나 책임지는 사무소가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설사 피해를 보았어도 제대로 따질 수가 있다.

가령 중국에서 이삿짐을 운송하다 물건이 파손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때로는 주인이 방심하는 사이에 인부들의 '장난'으로 물건이 분실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럴 경우 보상을 받기도 쉽지 않다. 중국은 인구가 많고 땅도 넓다. 운송회사도 인부들 하나하나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단 말이다. 또한 이사하며 자그마한 품목들까지 일일이 리스트를 작성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이사, 몇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이삿짐 가격은 컨테이너의 경우 1대 혹은 1/2대 분량으로 양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그런데 해외 이사용 물건을 포장할 때는 충격방지 박스포장을 하므로 부피가 많아진다. 포장하다 보면 의외로 물건이 많아져 1/2대에서 1대로 불가피하게 수정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용량 계산을 잘해 가져갈 물건, 놔두고 갈 물건, 버리고 갈 물건을 선정해야 한다.

이사할 때 한국에서 지불하는 비용으로는 포장비(인건비), 포장 재료비, 통관비, 컨테이너 적치 작업비, 트럭 운송비, 컨테이너 운송비, 컨테이너 해상운송비 등이 들어가고, 현지 도착한 후 들어가는 비용으로는 신고한 물품에 따라 관세를 매긴다. 전기제품류 20% ,가구류 10% 정도의 관세가 든다. 이런 내용들을 모두 합쳐 물품 양과 선택 운송회사에 따라 200만원에서 350만원까지 경비가 들어간다.

컨테이너로 이사를 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각각 장단점이 있다. 컨테이너 비용이 만만치 않고, 중국은 가구와 전자제품 포함해서 집과 함께 임대하는 형식이기에 간편하게 옷가지 등 필수 생활용구만 챙겨와 현지에서 부족한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미 한국인 특유의 생활습성으로 고착되어 '생활필수품'이 된 대형 냉장고, 대형 세탁기 등을 중국에 와서 사야 할 경우를 생각하면 고액의 컨테이너 이사 비용이 오히려 절약의 방편이 되기도 있다. 컨테이너에 실어 이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간편한 이사를 할 것인지 여부는 본인이 이사하여 살고자 하는 집의 가전제품, 가구 등 배치 상태를 사전에 점검하고 컨테이너 이용 유무를 결정하면 된다.

텔레비전 빼고 다 가져와

▲ 한국 식품을 판매하는 식품점이다. 한국인이 거주하는 곳마다 이런 수퍼마켓이 있다.
ⓒ 유창하
"거기 건어물은 팔아?"
"아니, 건어물은 꼭 가져와"
"구입한 지 얼마 안 되는 텔레비전 아까워 어떡하지?"
"송출방식이 달라서 안 나와"
"나머진 뭘 가져가면 돼?"
"텔레비전 빼고 다 가져와."
"컨테이너에 실을 건데 새로 산 가구도 다 버려야 하나?"
"한국하고 틀려, 가구랑 가전제품 가져올 필요 없어."

약속이 있어 커피숍에 갔다. 옆 좌석 여성이 한국에서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서 소리가 잘 안 들리는지 조금 큰 소리로 말하기에 상대방 말은 못 알아들었으나 대화 내용을 추측하면 이사 오는 내용인 거 같다. 중국으로 발령받아 곧 이사 오려는 것 같은 기업 주재원의 부인이 전화로 이미 와 있는 고참 주재원의 부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나누는 대화 내용이다.

중국에서의 생활은 한국과 생활양식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관광 목적이 아닌 장기 체류를 하기 위해 중국에 온다면 중국어 학습 못지않게 중국 생활을 위한 사전정보가 많이 필요하다. 챙겨야 할 물품들과 생활방식의 다른 점 등을 미리 알아두면 당혹스럽지 않게 타국생활 첫출발을 즐겁게 맞이할 수 있다.

한국인 생활습관에 따르면, 꼭 필요한 물건인데 중국 현지에서 구하기 어렵거니와 가격 또한 만만치 않은 게 많다. 미리 알고 대처해야 할 사항도 있으므로 꼭 필요한 준비 물품과 한국인, 중국인 사이의 생활관습 차이에서 오는 다른 점도 알아본다.

먹는 식품은 현지에 한국식품을 판매하는 소형 중형마트가 한국인 거주지역이라면 여러 군데 있기 때문에 꼭 가져올 필요가 없다. 하지만 김, 간 고등어, 멸치가루 등의 건어물은 현지에서 구하기도 힘들고 팔더라도 많이 비싸므로 필요한 만큼 가져오는 게 좋다.(칭다오 같이 바닷가에 발달한 도시는 예외)

다음으로 중요한 물품이 가정 상비약이다. 가정 상비 약품은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을 사 오는 게 좋다. 개인별로 병증이 있는 경우 증상에 따라 한국 병원 의사에게 외국에 가지고 갈 것이라고 사정을 이야기한 후 처방약을 많이 타 와야 현지에서 아플 때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중국에서 살다 보면 "왜 이런 걸 안 가져왔지?"하고 후회하는 게 참 많다. 그 중 하나가 한국음악 CD다. 요즘은 컴퓨터로 음악 파일을 마음대로 내려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컴퓨터가 있어도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없다. 중국에서 파는 싼 가격의 복제품이 있기는 하지만 종류가 많지 않고 그나마 불량품이 많아 음질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오랜만에 듣는 기분전환용 음악이 오히려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다.

중국인과 한국인 체형 틀려 옷도 안 맞아

▲ 욕실에는 발열 전구가 있어 겨울철에 실내를 따뜻하게 해 준다.
ⓒ 유창하
의복은 한국 여성의 체형이 이 곳 중국 여성의 체형과 다르기 때문에 잘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옷도 가져와야 한다. 남성의 경우에도 정장과 코트는 가져오는 게 좋다. 국산에 비해 중국산 옷의 질감이 많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보다 겨울에 무척 춥기 때문에 보온력이 좋은 한국 겨울옷이 있으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중국 겨울은 한국보다 훨씬 더 추우므로 컨테이너 박스로 만약 이사를 한다면 옥매트, 전기장판을 가져와야 하며 전기밥통은 필수로 가져와야 한다. 가능한 전자기구도 많이 가져오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전압은 220볼트로 웬만한 것은 중국식 전기 코드에 꽂아 다 사용할 수 있다. (중국 전기코드는 2개짜리 구멍, 3개짜리 구멍, 옛날 100볼트용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전천후 방식이다)

가전용품은 텔레비전 외는 모두 가져와도 무방하다. 텔레비전은 송출방식이 다르기에 나오지 않는다. 다만 한국산 텔레비전은 한국산VCD로 비디오 영상물은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테이프를 트는 방식의 VCD로 영상물을 보는 게 아니라 DVD 플레이어로 모든 영상물을 본다.(DVD 플레이어는 저렴해 현지 구입하면 된다)

▲ 수질이 좋지 않아 가정에서 연수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 유창하
중국의 수질이 한국 수돗물에 비해 좋지 않으므로 정수기와 연수기도 필요하다. 한국산 정수기를 가져올 경우 현지에서 필터를 구입할 수 없으므로 필터를 많이 가져와야 한다. 연수기와 정수기를 현지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게 있다면 필터 여유분을 주문하여 가져와서 사용하면 된다. 간단한 연수기로는 소금으로 필터를 채우는 방식의 연수기도 쓸모가 있다.

그 외 주방기구는 중국에서도 질 좋은 제품이 잘 나오고 한국 주방용품 판매상점에서 한국산을 쉽게 구할 수 있기는 하지만 한국보다 비싸므로 간단한 주방용구도 가져오면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인다. 곰국 끓이는 냄비, 국자, 젓가락 등 한국인 습관에 맞는 주방용구와 그릇들이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판매하는 국산품들은 수입품이므로 한국보다 20% 정도 비싸다고 보면 된다)

▲ 세면 습관이 우리와 다른 중국의 세면대는 조금 높다.
ⓒ 유창하
그리고 큰 물건인 가전제품이나 가구들은 임대 들어 갈 집에 공간이 있는지 파악하고 가져가야 한다. 중국 임대방식은 한국과 다르게 가구와 전자제품 등을 포함하여 임대를 하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사전에 집주인과 상의하면 된다. 모자라는 가구나 전자제품도 요구하면 장만해 준다. 물론 그런 조건들은 월 임대비에 미리 반영된다.

낯선 중국으로 이사하기가 결코 녹록치 않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생활 습관과 사고가 틀리기에 그에 따라 생활양식과 제도도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생활에서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의 다름과 닮음'을 배우고 깨우친다면 보다 더 재미나고 보람 있는 중국생활, '외국 생활'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유창하 기자는 '중국 상하이 한인 모임'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운영자이다. 중국 상하이 거주 한인들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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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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