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막의 꽃>
<사막의 꽃> ⓒ 섬앤섬
<사막의 꽃>은 꿈과 열정, 그리고 자유에의 갈망으로 온갖 역경을 이겨낸 와리스 디리의 지난날을 그려낸 작품으로 한 인간의 의지가 운명보다 더 높은 단계에 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다. 와리스 디리, 그녀는 지금 화려함으로 치장되어 있지만 어린 시절에는 소말리아의 유목민 가정의 평범한 딸 중 한 명이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로 채워져 있었다. 보통의 아이들이 책을 읽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사이에 소말리아의 그녀는 신발도 없이 가축들을 돌보러 소말리아 곳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은 유목민의 딸이 걸어오는 길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녀는 삶의 작은 것들에서 아쉬움을 느끼곤 했지만 그래도 불평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대자연 속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은 그녀에게 행복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러나 곧 시련이 찾아온다. 의지와 무관하게 낙타 다섯 마리에 노인의 아내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도망친다. 그리고 소말리아 도시들을 전전하다가 가정부가 되어 유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다음날 아침, 나는 정식으로 공사장 일꾼이 되었다. 한마디로 끔찍했다. 매일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양의 모래를 나르느라 버둥거렸다. 장갑이 없었기 때문에 양동이의 손잡이가 손을 파고들었다. 그래서 손바닥에는 거대한 물집이 생겼다. 하루 일이 끝나자 물집이 터져 손은 피범벅이 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그만 둘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다음 날 아침 기어이 다시 나타났다... - 본문 중에서

가정부 생활이라는 것이 이모의 집에서 하는 것인지라 그녀는 나름대로 낙관한다. 시련이 끝났다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때부터 더 그녀는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그래도 그녀는 무릎 꿇지 않는다. 오히려 글을 깨우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간다. 그런데 무슨 장난인지 그녀의 의지가 빛날수록 그녀의 어깨에는 더 큰 시련들이 내려앉는다.

이모와 이모부가 소말리아로 돌아간다고 할 때 그녀는 모든 것이 끝난다는 비애감에 젖는다. 그러나 특유의 낙관적인 믿음으로 그녀는 혼자 남겠다고 한다. 소말리아 유목민의 딸이 유럽에 홀로 남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것은 사막을 홀로 걸어갔을 때보다 더 두렵고 아찔한 길을 걷겠다고 말하는 것과도 같았다.

그러나 사막에서도 그랬듯이 유럽에서도 홀로 남게 된 그녀지만 결코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를 잘 될 거라고 믿었고 실제로 그녀는 이겨냈다. 그래서 유럽에서 자리를 잡게 되고 우연치 않게 모델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날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흑인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것이다.

..그 광고에서 우리는 각각 같은 질문을 묻고 또 대답했다.

"어떤 여성이 혁신적인 여성입니까?"

나의 대답은 기상천외한 나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요약해서 말한 것이었다.

"소말리아에서 유목민으로 태어나 레블론의 전속 모델이 된 여성이죠.".. - 본문 중에서


안정된 일을 하게 되며 가정을 얻게 된 그녀에게는 더 이상 시련이 없어 보인다. '탄탄대로'라는 말을 써도 될 정도다. 그런데 그녀는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련을 만들어낸다. 바로 자신이 어린 시절에 고통스럽게 겪었던 '할례'의 고통을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도록 폐지하게끔 노력한 것이다. 고향 사람들로부터 아는 체 한다는 비난을 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세계인들을 향해 할례를 폐지해야 한다고 호소하게 된다.

..바바라와 인터뷰 할 때, 나는 울고 싶었다.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 기사를 통해 이야기할 때는 나와 독자 간에 거리가 있었다. 나는 로라와 단 둘이 레스토랑에 앉아 내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20/20을 촬영할 때는 달랐다. 카메라는, 평생 숨겨온 비밀을 드러내는 나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잡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 배를 갈라 나의 영혼을 들추어낸 것 같았다. (…)

올해에만도 2백만 명의 소녀들이 내가 겪은 고통을 겪을 거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러한 고문이 계속되는 한 나와 같은 분노를 간직한 여성들이 계속 생길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말이다... - 본문 중에서


그녀의 삶은 사막에서 홀로 오아시스를 찾아야 하는 고단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찾아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자신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여성들이 자신과 같은 고난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사막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결코 인간의 의지가 고단한 시련에도 무릎 꿇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또한 개인의 만족을 넘어 자신이 살던 공동체에 기쁨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인의 한 명으로 기억된다. 와리스 디리, 그녀는 패션계의 꽃이 아니다. 그녀의 이름은 말 그대로 '사막의 꽃'이자 '세계의 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누군가의 가슴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희망의 꽃'으로도 불리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도서정보 사이트 '리더스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에도 실렸습니다.


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 지음, 이다희 옮김, 섬앤섬(2015)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