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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동안 햇볕에 말린 태양초
열흘동안 햇볕에 말린 태양초 ⓒ 전희식
오늘 첫물고추를 갈무리했다. 바싹 잘 마른 고추를 고추용 비닐봉지에 넣어 주둥이를 싸매고는 이게 몇 근이나 되나 싶어서 저울에 달아 보았다. 3킬로그램이 조금 못되었다. 다섯 근. 정말 너무했다. 아침저녁으로 마당에서 마루로 오르내리기 근 열흘만에 겨우 태양초 다섯 근을 만든 것이다. 고추가 붉어지자마자 모조리 따냈던 고추다.

아랫동네 건조기에 갖다 넣어버릴까 몇 번 망설인 적도 있다. 비가 뿌리는 날은 고추가 무를까봐 선풍기를 틀기도 했었다. 애써 딴 고추를 물크러지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올해는 햇살이 좋아 잘 말릴 수 있었다. 비가 이틀 이상 오는 날이 없어서 햇살만으로 말린 온전한 태양초를 거둔 셈이다.

잘 익어가는 고추 사이사이에 꺼멓게 썩어가는 탄저병이 번지고 있다.
잘 익어가는 고추 사이사이에 꺼멓게 썩어가는 탄저병이 번지고 있다. ⓒ 전희식
앞으로가 문제다. 첫물 고추보다 서너 배가 될 두벌 고추가 사흘째 마르고 있다. 내일이나 모레쯤 세벌 고추를 딸 예정이다. 올 고추는 200근을 목표로 하고 있다. 450그루를 심었는데 이 목표가 달성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매일같이 따내는 탄저병 걸린 고추가 한 소쿠리나 되기 때문이다.

마늘과 생강 추출물을 내서 소주로 다시 울쿼낸 다음 발효시킨 한방영양제(위)와 이른 새벽 싱싱한 쑥대와 미나리 등으로 만든 효소액비(아래)
마늘과 생강 추출물을 내서 소주로 다시 울쿼낸 다음 발효시킨 한방영양제(위)와 이른 새벽 싱싱한 쑥대와 미나리 등으로 만든 효소액비(아래) ⓒ 전희식
처음에는 일주일 단위로 내가 직접 만든 유기농제를 뿌렸었다. 마늘과 생강으로 만든 한방영양제와 목초액, 그리고 현미식초를 배합하여 뿌렸는데 고추밭 가장자리에는 끊임없이 탄저병 걸린 고추가 생겨났다. 고추밭 가운데는 멀쩡한 걸 보면 다른 밭에서 날아오는 균 포자가 원인인 듯하다.

보이는 대로 따서 멀리 땅 속에 묻어 버렸지만 탄저병 걸리는 고추는 악착같이 생겨났다. 사나흘에 한번으로 약 뿌리는 기간을 좁혔다. 영양제인 청초효소액비와 항균제 중심의 목초액이나 한방제를 번갈아 뿌리면서 탄저병 걸린 고추를 한 소쿠리씩 걷어 낼 때는 속이 쓰렸다.

탄저병 흔적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으면 가차 없이 솎아 내야 한다. 하루만 지나면 주위 고추가 거뭇거뭇하게 썩어간다. 붉은 고추도 틈틈이 따내는 작전이다. 따낼수록 새로 붉어질 고추로 영양이 옮겨가기도 하지만 탄저병이 옮기 붙기 전에 분리하는 셈이다.

고추밭 바로 곁에 들깨 밭을 만들었고 고추 골 중간 중간에 대파와 들깨를 섞어 심었을 뿐 아니라 독하게 매운 청양고추도 중간 중간에 섞어 심었는데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청양고추에도 탄저병이 큰 차이가 없다.

잡초는 이제 완전히 기가 죽어 더 이상 품을 들이지 않는다. 잡초 관리는 닭장 보온덮개가 큰 몫을 했다. 베어 깐 잡초들은 두툼하게 쌓여 썩어가고 있다. 풀은 더 날 수 없게 되어 있다. 풋고추는 계속해서 맺히고 있다. 지금 맺혀 있는 고추만 다 잘 붉히더라도 올 고추농사 풍년인 셈인데 얼마나 탄저병을 막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고추를 심을 때부터 들깨와 대파를 군데군데 섞어 심었다.
고추를 심을 때부터 들깨와 대파를 군데군데 섞어 심었다.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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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農)을 중심으로 연결과 회복의 삶을 꾸립니다. 생태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마음치유농장'을 일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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