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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홍한표씨는 전농을 통해 북측에 쌀 1천가마를 전달했다. 아들 홍성동씨 등이 이날 개성에 도착해 북측 농업근로자연맹에 쌀을 전달했다.
지난 9일 홍한표씨는 전농을 통해 북측에 쌀 1천가마를 전달했다. 아들 홍성동씨 등이 이날 개성에 도착해 북측 농업근로자연맹에 쌀을 전달했다. ⓒ 전농 홈페이지

경기도 평택에 사는 한 농민이 식량난을 겪고있는 북한에 쌀 1000가마를 보내 20여년 전 북측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갚았다.

9일 홍한표(73)씨는 도라선역을 거쳐 육로로 80㎏짜리 쌀 1000가마를 북측 농업근로자연맹측에 전달했다. 개인 자격으로 북측에 쌀을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씨가 시가 1억7000만원에 달하는 쌀을 북에 보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지난 84년 수해 때 자신이 받은 고마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농사를 짓던 홍씨는 극심한 수해를 입었고, 북측이 남측에 수재민을 위해 전달한 쌀로 한달여 동안 일곱 식구의 끼니을 해결했던 것.

홍씨는 아들 성동(40)씨를 통해 "84년에 물난리가 났을때 논과 집이 물에 잠겼는데 그 때 북한이 수재민들을 돕기위해 쌀을 보내와서 고마웠다"면서 "언젠가는 고마움을 갚고 싶었는데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아 이번에 쌀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84년에 받은 북측 쌀, 2005년 1000가마로 돌아가다

홍한표씨의 아들 성동씨.
홍한표씨의 아들 성동씨. ⓒ 전농 홈페이지
이번에 북으로 보낸 쌀은 홍씨가 지난해 수확해 보관하고 있던 분량과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아들 성동씨가 평택지역 농민 등에게 기부받은 300여 가마에 따로 구입한 쌀을 보탠 것이다. 평택으로 이전할 미군기지 대상부지에 홍씨의 논 등이 포함돼 이에 따른 보상금 일부도 보탬이 됐다.

한편으로는 미군기지 이전이 홍씨의 마음을 서두르게 됐고 전국농민회총연맹와 전달 방법을 논의한 끝에 9일 전달하게 된 것이다.

지난 9일 아버지를 대신해 북측에 다녀온 홍성동씨는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버님께서 오랫동안 마음먹고 계셨던 일"이라며 "직접 북측에 전달하게 돼서 기뻤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농민회와 전달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른 농민들에게 더 많은 쌀을 모아서 전달하자는 제안도 있었는데 아버님께서 '식량난으로 제일 어려울 때가 지금'이라고 말씀하셔서 서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직접 쌀을 전달하면서 '너무 늦게 왔구나'하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했다"면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돌아오는 길에 어린 꼬마들이 지원된 쌀을 배급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까 뿌듯했다"면서도 "분명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인데 체구를 보면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1학년생으로 보여 식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홍한표씨는 지병이 있어 개성에 가지 못했다. 대신 아들 성동씨, 김덕일 평택농민회 회장, 박민웅 전농 사무총장 등이 화물연대에서 빌린 25톤 트럭 4대를 이용해 쌀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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