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일단 말머리를 돌려놓고 구해준 책이 <구성애 아줌마의 초딩 아우성>이다. 책을 집어든 아들 녀석은 한 자리에 붙어 앉아 꼼꼼히 읽어 나간다. 보통, 만화책의 경우 말풍선에 있는 글씨만 읽을 뿐, 정말로 중요한 해설은 잘 안 읽는 아이인데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중한다.
11살 밖에 안 된 아이에게 성교육, 좀 빠르지 않을까? 의외로, 건강한 아이라면 이 나이에 성적인 호기심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또래 여자 아이들에게서 뭔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때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런 변화에 대해서 정확히 모른다는데 있다. 그래서 서로 잘 모르는 저희 친구들끼리 별 것도 아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키득거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나? 성에 대해 터부시 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비정상적이 환상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을 현실로 다루고 과학으로 접근한다. 그래서인지 그림도 어설프지 않고 정확하고 선명한 신체 모습을 담고 있다. 신체 외부의 변화뿐만 아니라 신체 내부구조 또한 실물처럼 그려 하나하나의 기능을 설명한다. 이렇게 그림과 설명을 따라 읽다 보면 남녀의 성기는 단순히 성적인 대상이 아니라 과학이며 생명을 탄생시키는 생식기관으로 바라보게 된다.
자위는 더럽고 못된 행위?
이 책에선 성적 욕구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죄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한다. 과도한 자위 행위가 건강, 위생, 공부, 성장, 정신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고 스스로 경계하고 적절한 시기와 횟수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모는 당연히 이런 아이의 사생활을 보호해주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또,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과 성적 욕구를 자제하는 방법 따위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여자 아이들을 위해 생리대 사용법에서 생리주기 계산, 배란주기, 임신여부를 추측할 수 있는 증상 따위를 그림과 표를 이용해 설명하고 있다. 남자 아이들에겐 포경수술의 필요 여부, 자위 행위 하는 방법 따위를 알려 준다.
임신과 출산 편에선 임신하는 과정을 과학으로 풀어 놓아, 이미 아는 내용인데도 흥미로웠다. 또 각 단원마다 아이들이 자주 묻는 상담사례를 함께 싣고 있어 아이들이 갖고 있는 성에 대한 의문이 무엇인가, 알 수 있었다.
우리 아이가 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7살 때부터였다. 어떻게 아기가 생기는가, 궁금해 하기에 책을 한 권 사주었더니 ‘아빠의 3억 마리 정자 중에 가장 건강하고 달리기를 잘하는 1등 정자’가 자기라며 자부심이 대단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예쁜 여자 아이를 유난히 좋아해서 ‘제가 벌써 여자친구에게 정신 파는구나?’했는데, 얼마 지나고 보니 남자친구에게도 같은 증상을 보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자기 반에서 가장 멋진 남자친구와 포옹을 했다고 너무 좋아 했다. 그런데 올해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고 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고 징그럽다. 이 시기 아이에겐 자신의 몸 변화는 중요한 관심거리이다. 자기도 모르게 달라지는 몸의 변화를 궁금해 하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는 것은 아이가 부모에게 대체로 솔직하다는 증거일 것이니 놀라지 말고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
아이들은 성장시기에 따라 적절한 성교육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대충 얼버무린 어설픈 설교를 원하지 않는다. 정확한 사실과 과학적인 근거, 부작용, 주의사항 따위의 구체적인 것들을 필요로 한다. 성교육은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미리 교육 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성교육은 신체적 변화와 성적 욕구를 인정하고 준비하여 적당히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도서 제목 : 구성애 아줌마의 초딩 아우성
저자 : 구성애
출판사 : 올리브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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