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책 <황금을 건지는 안경 비즈니스>
책 <황금을 건지는 안경 비즈니스> ⓒ 매일경제신문사
지금은 안경이 매우 흔한 소품이자 유용한 발명품으로 인정받지만, 과거에는 안경을 쓰고 있다는 것 때문에 미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많다. 조선 헌종 때 이조 판서를 지낸 조병구는 고도 근시여서 임금 앞에서도 안경을 꼈는데 이게 미움을 받는 원인이었다고 한다.

젊은 헌종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외삼촌이 자기 앞에서 안경을 벗지 않는 것은 임금인 자기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조병구는 헌종이 고도 근시인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줄 것으로 믿고 공공연히 안경을 낀 채 임금을 만나다가 크게 책망을 받는다. 충격을 받은 조병구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약을 먹고 자살해 버린다.

안경 하나 때문에 일어난 웃지 못할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책 <황금을 건지는 안경 비즈니스>는 이외에도 안경에 얽힌 재미난 사연들을 다양하게 풀어 놓는다. 안경 비즈니스가 왜 유망한 업종인가를 꼼꼼히 분석해 놓은 글을 비롯하여 안경의 역사와 종류, 안경으로 성공한 연예인 이야기 등 그 분야도 매우 폭넓다.

전반적인 글의 소재를 ‘안경’으로 잡은 데에는 저자의 인생이 안경을 통해 성공을 이루었다는 점 때문이다. 부산에서 안경점을 열고 그 점포가 번창하자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던 저자 김인규. 하지만 그가 결국 성공한 것은 안경 체인점을 통해서이다. 그는 안경 가격을 낮추고 정찰제와 친절한 서비스를 시도함으로써 고객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사업을 이룰 수 있었다.

무역학과 졸업 후 매형의 안경점에서 일하다가 자신만의 점포를 열게 된 저자는 불혹의 나이에 다시 안경 광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경영자 과정을 수료하는 등 전문적인 안경점 경영인으로 발 벗고 나선다. 안경점 하나를 운영하면서도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그의 철학은 안경에 대한 치밀한 연구와 고객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그가 운영하고 있는 D안경 체인은 전국적으로 유통망을 갖고 있는 유명한 안경점이 되었다. 그는 안경 사업이 재고가 쌓이지 않고 패션의 흐름을 타며 눈이 나쁜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필수품 사업인 점을 들어 매우 전망 있는 사업이라고 권장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안경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나 외국은 벌써 안경사가 유망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의 꿈은 안경 대학을 설립하고 안경사 제도가 유망한 자격증 제도로 인정받는 건강한 안경 문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도 안경 사업을 함과 동시에 경영 공부를 하며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돈벌이에만 급급한 게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의 안경 산업 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눈이 안 좋은 노인들에게 안경을 선물하는 체인점 제도도 운영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안경에 대한 박식한 저자의 지식에 깜짝 놀라게 된다. 안경이 언제 만들어져서 어떤 발전 과정을 거쳤는지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안경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시인인 괴테는 안경 혐오증이 있어서 안경을 쓴 사람이라면 무턱대고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시에 ‘안경을 쓴’ 음악가 슈베르트가 곡을 붙이고 싶다고 하자 완강히 거부를 했다.

슈베르트나 베토벤처럼 시력이 나쁜 음악가들은 아마도 안경이 없었다면 훌륭한 음악을 작곡하지 못했을 것이다. 악보를 기입하는 데에 있어 시력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들은 안경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얻고 자신의 음악적 영감을 오선지에 옮기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텔런트 배용준은 안경으로 이미지를 굳힌 사람이다. 특히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반무테의 안경과 쉐기 헤어 스타일은 일본에서 그의 인기를 구축하는 데에 큰 몫을 담당했다. 김재동, 유재석, 김용만, 이경규 등은 얼굴의 결점을 커버하는 데에 안경을 사용하여 부드러운 이미지를 획득한 개그맨들이다.

자신에게 알맞은 안경 코디법이나 다양한 안경 브랜드들이 지닌 개성과 특징을 설명하는 장도 있다. 안경 하나로 관상이나 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다니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안경이 과연 제 얼굴에 어울리는가 유심히 고려해 볼 필요도 있겠다. 만약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 있다면 자기 얼굴에 어울리는 적절한 안경을 골라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력이 나쁜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 안경. 이제는 시력 보호의 측면을 넘어 패션의 한 소품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이 안경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시력은 보호를 받고 얼굴은 개성 있는 모습으로 변한다. 안경 박사가 말하는 안경의 적절한 사용법을 통해 세상을 또렷이 보고 자신의 매력을 더 멋지게 발산하면 좋을 것이다.

황금을 건지는 안경 비즈니스

김인규 지음, 매일경제신문사(2005)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