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들고 입고 걸치고 두르는’ 태극기몹, “안 돼!”, “왜 안돼?” 팽팽
태극기몹이 펼쳐지는 곳에서는 ‘태극기를 들고 입고 걸치고 두르는’ 등 태극기의 다양한 변신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불과 몇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태극기는 신성하게 모시듯 다뤄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거리에서 온 몸으로 느끼며 태극기를 휘둘렀던 젊은 세대들은 태극기의 변신에 대해 “말이 돼?”, “왜 안돼?”라며 논쟁 중이다. 포털사이트의 태극기몹 관련 기사에도 네티즌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태극기를 못 그리는 국민이 많은 이유는 그 동안 태극기를 신성시하였던 점이 가장 크다고 봄. 벽에다만 걸어놓고 장롱 속에만 넣어 놓고 있으니 볼 일이 거의 없지. 이런 일들을 통해서 태극기와 친근하게 하고 자주 접해야 제대로 그릴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함.”(네이버 ID : returntodust)
“태극무늬라는 것은 우리나라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문양인데 그것을 표상한 태극기를 몸에 감는 것이 국치라고? 국기는 성기이기 전에 우리와 함께하는 생활이 되어야 한다.”(네이버 ID : in24451)
“태극기 가지고 몸에 입고 두르고 하는 것 정말 안 좋아 보이는데… 착용을 해서 애국심이 업이 되면 할 수 없지만 그것도 아닌 장난, 패션으로 하는 것은 좀 자제하는 것이….”(네이버 ID : limjc72 )
“근데 신성한 국기를 저런 식으로 해도 되나? 태극기를 새긴 티셔츠라면 몰라도 저건 진짜 국기인데, 더럽혀 지면 어쩌려고.”(네이버 ID : parksangwuk)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태극기몹을 펼치는 사이버의병 회원들의 생각은 더욱 조심스럽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태극기 자체에 대한 훼손에는 반대하고 있다.
사이버의병 운영진의 한 사람인 서선영(여ㆍ25ㆍ회사원)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태극기는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지 찢거나 오리거나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태극기 문양과 건곤감리 괘 등을 이용해 티셔츠나 신발, 생활소품 등을 제작하는 건 권장할 일인 것 같다”고 태극기 활용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서 씨는 “광복절 부대행사로 광화문에서 열리는 태극기 패션쇼를 준비하며 포털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태극기 관리법을 알아봤는데 제대로 참고할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지적하며 “말로만 태극기를 사랑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태극기몹처럼 실생활에서 태극기를 가까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서 씨는 이어 “사이버의병은 자체 논의 결과, 태극기는 이어 붙이거나 박음질을 통해 원형을 보존하기로 했고 그 외 태극기 문양과 괘 등은 태극기 티셔츠를 활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2001년 발의된 ‘대한민국국기법안’ 아직도 계류 중
태극기 제작, 게양, 관리 등은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으며 현재 ‘대한민국국기법안’으로 승격시키자며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 2001년 이 법안을 처음 발의했던 이상배 의원실 이동창 보좌관은 기자와 통화에서 “관습헌법으로 내려오는 내용을 법으로 정하는 것은 오히려 태극기를 격하시킨다는 우려와 공청회 등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아직도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며 “광복 60주년을 맞는 올 해는 법안을 통과시킬 좋은 기회이니 지지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그는 태극기몹에 대한 의견을 묻자 “국기에 대한 경례 등이 없어진 지금 태극기를 가까이 한다는 긍정의 모습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태극기를 가지고 치마를 만들거나 자르고 오리는 등의 행위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어떻든 간에 “국기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광복절 태극기몹을 준비한 세계국학원청년단(단장 김순중)은 “태극기몹의 원조는 3ㆍ1만세운동”이라고 강조하며 “우리 민족의 정신은 홍익인간으로 대표되는데 이것은 천지인(하늘과 땅과 사람은 하나)을 말하는 것으로 태극기 속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고 태극기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국학원청년단은 또한 “국학원이 국경일 중에서도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등에 태극기몹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은 태극기를 통해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보자는 것”이라며 “태극기를 가까이 하는 것은 민족문화를 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국심의 생활 속 표현이다’와 ‘국기는 신성하게 다뤄여 한다’ 사이에 놓인 태극기몹. 결국 태극기를 입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란은 국기를 어떻게 알고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바탕에 깔려야 한다. 장롱 속에 고이 모셔진 태극기를 거리로 끄집어 내는 데에는 바깥 외출을 위해 몸단장을 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어쨌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한 구절처럼 태극기를 아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음이라.”
덧붙이는 글 | 사이버의병 온라인신시(http://cafe.daum.net/cybershinsi)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