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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도 함께 있으나, 이 곳은 비공개
강릉도 함께 있으나, 이 곳은 비공개 ⓒ 양중모
어쨌든 버스를 타고 태릉역에 도착해 내려 앞을 보면서 막막한 심정이 들었다. 나무들만 즐비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속으로 버스 기사 아저씨의 불친절을 탓했으나, 몸을 한 바퀴 회전해 돌려 보자 바로 태릉 매표소가 보여, 쉽게 남 탓 하는 내게 핀잔 한 번 주고 걸음도 당당히 매표소로 향했다. 이 곳은 태릉 뿐 아니라 강릉도 같이 있어 '태릉 강릉'이라고 안내되어 있지만, 내가 갔을 당시 강릉은 비공개 상태였다.

거금 1000원을 내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든 생각은 왕후들의 능이어서 그런지 '참 예쁘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도 잠시 태릉을 보러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기분이 이상해졌다.

가는 길이 예쁘다고 생각했거늘
가는 길이 예쁘다고 생각했거늘 ⓒ 양중모
'한옥마을'처럼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관광 코스도 아니고, 게다가 평일이다 보니 관람객들을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처음에야 '야, 경치 좋네'하고 유유자적하게 걸어 들어갔지만, 그 곳이 어찌되었든 무덤이라는 생각을 하자, 태릉으로 다가갈수록 몸이 오싹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능에 가까워질수록 몸이 오싹해졌다.
능에 가까워질수록 몸이 오싹해졌다. ⓒ 양중모
드디어 태릉이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자, 두 손 안으로 이상한 기운들이 들어와 잡히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그 곳까지 와서 사진 하나 제대로 못 찍고 그 앞까지도 안 가보고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던가.

간신히 출입 제한 구역까지 가기는 했다.
간신히 출입 제한 구역까지 가기는 했다. ⓒ 양중모
온 힘을 다해 앞으로 전진하고 전진했건만, 어쩐지 무언가가 옆에서 나를 지켜보고, 능 아래 있는 정자각 등 건물에서 무엇인가 튀어나올 듯싶어 제대로 쳐다보기 힘들었다. 어찌되었든 능 출입 제한 구역까지 앞에 가서 뒤돌아서려는 순간, 무언가를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심결에 불교식으로 능을 향해 인사를 했다.

그리고 재빨리 뒤돌아 다시 출입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사진도 몇 장 찍었고, 혼자서 더 오래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입구로 가는 동안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았지만, 누가 있을리는 역시 만무했다.

바로 그 순간, 내 얼굴 옆으로 검은 무엇인가가 마치 공포영화에서 그렇듯 쑥하고 다가왔다. 나는 화들짝 놀라 "뭐, 뭐야?"하고 외치고 옆을 돌아보았다. 바로 옆에 있던 것은 날파리 세 마리였다. 이것들이 뭉쳐서 까맣게 보였나 보다 하고 애써 무시하고 출입구를 향했지만, 윗부분 뿐 아니라 곁눈질으로 아랫 부분까지 봤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몸이 오싹해지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아 정말 무서웠다'라는 생각이 출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지배하다가, 막상 태릉에서 나오고 나니 '내가 왜 그토록 겁에 질려 떨렸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신은 무서워하면 할 수록 힘이 세지고, 나쁜 짓 많이 한 사람일수록 무서워한다'는데 난 아마도 이 둘 다에 해당된 듯싶다. 그러니, 그토록 무서워하지 않았겠는가.

이런 공포를 이겨낼 자신이 있다면, 태릉을 좀더 색다르게 이렇게 즐겨보기를 권해보고 싶다. 비오고 천둥 치는 날에는 분명 관람객들이 없을 것이고, 그런 날 혼자 태릉에 다녀온다면, 그보다 더 짜릿한 여행 경험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죄의식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니 이 얼마나 멋진가. 사실 무엇보다도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사회 고위층 인사들에게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법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서울시에 있는 곳들을 전철과 버스로만 다니며 저만의 시각으로 즐기는 것을 풀어내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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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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