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개혁 끝나지 않았다>의 원제는 <韓國はなぜ改革できだのか>다. 번역하면 <한국은 왜 개혁했는가>. 일본의 니혼게이자(일본경제)신문 서울특파원 다마키 타다시가 쓴 한국의 개혁 보고서다.
다마키 타다시는 편집국 산업부에서 전기, 통신, 자동차, 상사 등의 업무를 맡으며 그 사이에 한국 연세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미주 편집총국 휴스턴지국에서 국제부 차장과 산업부 차장을 거쳐 서울지국장을 맡고 있던 시절에 이 책을 써냈다.
한국에서 대대적인 경제개혁이 이루어진 계기는 6·25전쟁 이래 최대의 국난으로 일컬어지는 IMF 위기였다. 동남아에서 파급된 통화폭락이 한국에도 미쳤고, 원화가치와 주가가 주저앉고 금리가 급등했다. 오랜 세월 축적해 온 외화 준비고는 순식간에 텅 비어 버렸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잇따른 도산, 실업자 150만 돌파, 서울역 앞에 넘쳐흐르는 노숙자… 특단의 대책이 없이 어물쩡거리며 가다가는 나라가 삽시간에 망할 판이었다.
이 책은 한국이 21세기 진입로에서 과감히 추진한 경제, 사회구조 개혁에 관한 보고서다. 모두 8장으로 나누어 한국의 대담한 개혁 모습을 논술하고 있다. ‘삼성’의 개혁,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 경영, 국가 도산의 위기 IMF, 사상 초유의 금융 개혁, 금융과 기업의 개혁, 치열해지는 경쟁사회, 높아지는 사회 스트레스, 개혁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IMF 위기를 계기로 새로운 나라로 탈바꿈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본은 거품경제 붕괴 후 시간이 딱 멈춰 선 듯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잃어버린 10년’으로 비유되는, 즉 경제 침체의 먼길에 서 있는 일본인들이 봐야 할 책이라는 시각으로 집필된 모양이다. 그러나 오직 그럴 뿐인가? 우리가 우리를 모르고 있지나 않은가? 우리가 우리를 모르고 있어서 2005년의 한국 경제가 이 모양이 아닌가.
저자는 맨 마지막 장 마지막 꼭지를 ‘한국, 일본, 중국’으로 다루면서, ‘노무현 정권은 21세기 한국의 전략에 한국을 동북아 중심으로 육성한다고 표현했다. 경제대국인 일본과 급성장하는 중국 사이에 위치한 한국은 매몰될 우려도 있는 반면 지리적으로 큰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잘 적응할 경우, 서구 선진 기업이 동북아시아의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고 물류거점으로서 유망하다’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점치면서 삼성의 ‘대중 고급시장’ 겨냥 전략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기업보다 한 발 앞서지만, 열 발 앞서지는 않겠다’ 이는 곧 중국시장을 공략하면서 한국내의 산업 공동화를 피하기 위한 지혜다. 한국은 아직 중국 상품의 대량유입에 다른 디플레이션(경기하강)을 경험한 적이 없다. (중략) 이러한 고급화 전략을 통해 한국기업이 중국과 공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개혁 끝나지 않았다> 287쪽에서
2003년 11월에 한국어판이 출간됐으므로 그보다 2년 가까이 지난 현재 읽기에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노무현 '참여정부'가 이미 출범한 뒤에 나온 것이므로 김대중 '국민의 정부'의 개혁 드라마를 돌아보고 또한 노무현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를 잇대어 볼 값어치는 충분한 책이다. 영남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김영환씨가 번역했다.
덧붙이는 글 | <한국의 개혁 끝나지 않았다> 다마키 타다시 쓰고 김영환 옮김/2003년 11월 20일 현대미디어 펴냄/223×152mm(A5신) 288쪽/값 9000원
●김선영 기자는 대하소설 <애니깽>과 <소설 역도산>, 평전 <배호 평전>, 생명에세이집 <사람과 개가 있는 풍경> 등을 쓴 중견소설가이자 문화평론가이며, <오마이뉴스> '책동네' 섹션에 '시인과의 사색', '내가 만난 소설가'를 이어쓰기하거나 서평을 쓰고 있다. "독서는 국력!"이라고 외치면서 참신한 독서운동을 펼칠 방법을 다각도로 궁리하고 있는 한편, 현대사를 다룬 6부작 대하소설 <군화(軍靴)>를 2005년 12월 출간 목표로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