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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산책>
<미래학산책> ⓒ 조선일보사
남편도 강진청자문화축제에 마음을 보태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홍보용 탑을 세울 만큼 강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우리 학교 아이들이 청자문화축제에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누누이 강조하기도 했다. 군 행사에 관심을 보여준 답례로 <미래학 산책>(황주홍 지음/조선일보사 출판)을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다산초당을 내려오면 산뜻한 쉼터가 있는데, 그 곳에서는 책과 차를 파는 작은 가게도 있었다. 눈길을 끄는 문구에 이끌렸던 책, <미래학 산책>은 황주홍 강진군수의 저서였다. 정치학 교수였던 시기에 펴낸 책의 서문을 보며 공부하는 자치단체장의 모습이 그려져서 참 신선했었는데….

세기의 석학으로 불려지는 6명의 세계적 학자들의 사색의 산물을 알기 쉽게 풀어써서 일반 독자에게 다가선 책 속에서 나는 미래학의 숲을 보며 신선한 충격으로 한여름 더위를 잊은 채 말복을 책과 함께 보냈다.

'현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다'로 시작되는 서문에서 학문을 사랑하고 다산을 끔찍이 아끼셨던 정조 임금이, "나는 서책을 읽으면서 피로를 풀었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한다. 먼 옛날의 정치가가 책 속으로 걸어 들어와서 내 곁에 앉아있는 듯한 행복한 시작으로, 무거울 것만 같은 책의 무게를 덜어준다.

세계적인 거장들을 한 곳에서 만나는 설렘을 안고 문을 열면, 인간적인 냄새를 폴폴 나게 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새가 앞으로 날고, 물이 앞으로 흘러가듯 인간은 앞으로 걸어간다"고 속삭인다.

앨빈 토플러, 새뮤얼 헌팅턴, 피터 드러커, 다니엘 벨, 프랜시스 후쿠야마, 폴 게네디 등 6명의 석학들은 각기 다른 목소리의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고 예견하며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앨빈 토플러나 피터 드러커의 책은 가까이 읽은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았으나 나머지 4명의 거장들을 처음 만나는 부끄러움을 감추어야 했다. 미래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있으면서 미래의 모습을 예견하는 학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자랑이 아니므로.

맨 처음 등장하는 앨빈 토플러는, 미래라는 미로에서 길을 잃지 말도록 권면하며 불확실성 속에서 유난히 빛나는 확실성의 길을 찾아 거침없이 내달려 갈 것을 요구한다.

새뮤얼 헌팅턴은, 미래가 가지고 있는 개연적 폭발성을 주목한다. 이 시대의 거대한 동향인 민주주의를 심화시켜 가는 과정에서 리더와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한다.

피터 드러커는, 끊임없는 자기 쇄신을 통해서만이 국가 쇄신에 일 수 있음을 주장한다. 생각이 젊은 사람이 현역이라는 말 앞에서는 한참 서 있었다. 그는 지식을 기꺼이 평가해 주고, 교육을 중요시하며, 그런 인간을 최우선적으로 존중하는 풍토에서만이 미래가 진정으로 희망일 수 있다고 충고한다.

다니엘 벨은, 개인적으로 자유롭고 사회적으로 평등한 상태를 이상으로 제시했다. 진실한 지도자란 자기 시대의 문화적 범속화와 부박화에서 기인하는 도덕적 표류에 마침표를 찍고, 미래를 향해 당당하게 걷는 지혜와 지성의 경영자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데올로기적 이전투구의 부질없음을 얘기하면서 한 나라가 잘되기 위한 조건으로 사회문화와 사회의식의 중요성을 내놓는다. 한 국가가 대성장이냐 대붕괴냐의 기로에서 진정으로 중시해야 하는 건 바로 시민들의 바른 생각과 옳은 의식임을 새삼 일깨워 준다.

폴 케네디는, 미래세계의 심각한 문제 상황을 직시하고, 공멸적 해법의 반대 의미로서의 공존적 해법을 용기 있게 실천해 갈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치지도자의 존재와 그 필요성을 줄기차게 역설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 한국인을 꿈꾼다고 했다. 이 책은 학문을 하는 학자나 대학생, 미래를 꿈꾸며 나라를 생각하는 정치인들을 비롯하여 자신을 가꾸길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개괄적이나마 미래의 모습을 내다보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세상 속에 나가서 준비된 삶을 설계하기를 바라며 씨를 뿌리는 일을 설계하려 한다.

다산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강진에서, 세기의 석학들의 사상을 섭렵하고 목민관으로서 군정을 살피는 황주홍 군수님의 <미래학 산책>과의 만남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닌 듯 싶었다.

영랑의 생가에서 만나는 깊은 시의 향기와, 우리나라 실학의 거장인 다산 정약용의 학문적 업적이 천 년 고려청자와 만나는 강진에서 남도는 이제 미래학의 나무가 자라는 땅이다. 꿈틀대는 물결이 북상하는 날, 우리는 부활하는 미래를 보리라.

덧붙이는 글 | 이 책은 불확실한 미래를 확실하게 알고 싶어하는 학생과 정치가, 사업가, 선생님 등, 모든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현존하는 세기의 석학들을 만나는 기쁨을 얻을 것입니다.


황주홍 교수의 미래학 산책

황주홍 지음, 조선일보사(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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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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