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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광복60주년행사가 열린 15일 광화문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광복60주년행사가 열린 15일 광화문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백승렬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사 정리·청산 방안의 하나로서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범죄, 그리고 이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배상과 보상에 대해서는 민·형사 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조정하는 법률도 만들어야 한다"면서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국회에서 과거사정리기본법이 제정되고 올 연말에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과거 인권 침해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과 보상에 민·형사 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조정하는 법률을 제정할 것을 공식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제60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더 이상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놓고 나 몰라라 하고 심지어는 큰소리까지 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15일 오전 광화문 앞 광장에서 열린 제6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아직도 우리 사회는 크게 세 가지 분열의 요인을 안고 있다"면서 "나라를 지속적인 발전의 토대 위에 단단하게 올려놓기 위해서, 그리고 또다시 나라가 위기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이 분열과 갈등의 원인과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 "아직도 세 가지 분열의 요인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지금은 세계질서에 대한 안목과 국력을 갖추고 있으나, 아직도 세 가지 분열의 요인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 하나는 역사로부터 물려받은 분열의 상처이고, 그 둘은 정치 과정에서 생긴 분열의 구조이며, 그 셋은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과 격차로부터 생길지도 모르는 분열의 우려이다"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먼저 "우리가 역사에서 물려받은 분열의 상처는 친일과 항일, 좌익과 우익, 그리고 독재시대의 억압과 저항의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 역사에 대한 올바른 정리와 청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역사에서 물려받은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방안으로 피해자 상처 치유 및 국가권력의 신뢰 회복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우선, 피해당하고 고통받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여 진정한 화해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러자면 먼저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과, 배상 또는 보상, 그리고 명예회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다음으로, 국가권력의 정당성과 신뢰를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국민에 대한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로 국가의 도덕성과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다"며 "국가는 스스로 앞장서서 진상을 밝히고 사과하고, 배상이나 보상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와 관련해서 과거사정리기본법에 규정이 있고, 올 연말에 출범할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타당성 있고 형평에 맞는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그래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완하는 법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 침해 피해자 배상·보상 관련, 민·형사 시효적용 배제·조정 법률도 만들어야

법조인인 노 대통령은 또 "입법을 할 경우에는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보다 융통성 있는 재심이 가능하도록 해서 억울한 피해자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이에 더해서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범죄, 그리고 이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배상과 보상에 대해서는 민·형사 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조정하는 법률도 만들어야 한다"면서 "더 이상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 놓고 나 몰라라 하고 심지어는 큰소리까지 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정치과정에서 생긴 분열의 구조를 해체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 대통령은 "우선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모든 정치인들이 지역구도를 옳지 않다고 하는 데도 선거제도는 고쳐지지 않고 있다"면서 "지역구도가 정치적 기득권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정치인 여러분이 결단해야 한다"면서 "과감하게 기득권을 포기하는 용기와 결단으로 나라의 미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 노 대통령은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과 격차로 인한 분열에 대한 우려를 피력하고 정부의 양극화 해소 노력과 함께 기업과 노동조합에 대한 당부를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계층간, 지역간, 기업규모간의 소득과 재산, 그리고 지식정보와 기회의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다"면서 "양극화가 이대로 진행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고 지속적인 성장기반마저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 대통령 "광복 60주년 경축하는 오늘 이 자리를 진정한 화해와 통합의 출발점으로 삼자"

노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최선을 다할 것이나 정부의 힘만으로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기업과 국민 모두가 우리 경제를 살리고 함께 사는 도리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기업에 연구개발 투자와 국내투자를 늘리고 인재를 키울 것을 당부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노동조합도 이제 결단해야 한다"면서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도 정리해고가 어려운 제도 아래서, 비정규직과 대다수 노동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막강한 조직력으로 강력한 고용보호를 받고 있는 대기업 노동조합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면서 "노동조합은 해고의 유연성을 열어주는 한편, 정부와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늘리고 다양한 고용기회를 만들어주는 대타협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창의와 경쟁, 땀과 열정에서 세계 최고의 역량을 보여주었으나 대화와 타협, 양보와 협력에 있어서는 아직 모자라다"고 전제하고 "이제 결단해야 한다"면서 "내가 결단하지 않으면 남을 움직일 수 없고 세상을 바꿀 수가 없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역사는 고비마다 우리에게 새로운 소명을 부여했다"고 전제하고 "역사는 지금 또 하나의 소명을 던져주고 있다"면서 "바로 분열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저는 국민 여러분과 함께 이 역사적 과업을 완수해내고자 한다"면서 "광복 60주년을 경축하는 오늘 이 자리를 진정한 화해와 통합의 출발점으로 삼자"고 기념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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