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겨레에게 잊힐 수 없는 광복 60돌이 되는 날이다. 여기저기서 남북이 함께, 세상에 퍼져있는 온 겨레가 함께 기쁨의 노래를 부른다. 일제 35년의 치욕을 떨쳐버리고, 해방을 맞은 것은 어쩌면 우리 겨레의 저력을 말하고 있음이리라.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선각자들은 우리 겨레의 혼을 지키기 위해 온갖 몸부림을 쳤었다. 만주에서 일본 관동군에 맞서 치열한 항일 무장투쟁을 했던 독립군들은 물론 우리의 말글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조선어학회 사람들, 삼일운동 때 목청껏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던 민중들까지 온 겨레는 모두 한 몸으로 나라의 해방을 위해 투쟁했던 것이다.
그리곤 1945년 드디어 고대하던 해방, 나라의 광복을 맞았다. 그러니 어느 누가 기쁘지 않을 소냐? 바닷물도 춤을 춘다고 했던 것이 광복절이다. 하지만 오늘의 이 기쁜 날, 마냥 기쁨에만 들뜰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진정 해방은 왔는지 되돌아보기를 나는 호소한다.
해방 이후 우리는 일제를 청산할 호기를 맞았지만 친일, 친미파들의 득세로 그 기회는 무산되었었다. 이승만의 반민특위 해산은 우리에게 두고두고 통한의 역사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뿐 아니다. 우리에겐 반민특위만이 아니라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진정한 해방, 진정한 독립이 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 스스로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가장 중요한 말글의 독립, 철학과 역사의 독립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닌지 나는 곰곰 생각해 본다. 지금도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 망언을 우리가 자초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지나칠까? 스스로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하고, 일제 쓰레기를 쓸어내지 못하는 우리를 그들은 비웃고 있을 것이다.
어제 밤에도 텔레비전에선 한 아나운서가 '애매(曖昧,あいまい)'라는 일본 한자말을 쓴다. 엄연히 모호라는 우리 한자말이 있고, 더더욱 '어정쩡하다'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습관적으로 쓰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스(きず)'라는 일본말, '백미러(rear-view-mirror)'라는 잘못된 일본식 외래어를 쓰기도 한다.
그렇게 무심코 쓰는 일본말 찌꺼기는 무수히 많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일본 것이란 반성도 없다. 아니 일본말 찌꺼기를 쓰지 말자고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잘 써왔는데 왜 시비냐고 비꼬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
그런가하면 젊은 세대들에선 일본 만화, 일본 컴퓨터게임을 아무런 비판없이 즐긴다. 또 일본이 심어놓은 식민사관에 쪄들어 제 민족, 제 나라에 대한 비하의식을 스스럼없이 내비치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일본에 의해 역수입된 일본의 녹차를 우리 전통차라고 하고, 일본식의 다도를 우리 다도인 양 버젓이 흉내 낸다.
이런 상황에서 광복 60돌을 맞았다고 마냥 기뻐만 할 것인가? 아니다. 분명 아니다. 진정 우리가 해방을, 독립을 제대로 끌어안고, 나라의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기 위해선 우리의 마음속에, 우리의 생활 속에 일본 찌꺼기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보고, 떨어내야 할 것은 분명 확실하게 떨쳐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독립, 진정한 해방을 가슴 속에 안고, 광명의 세상 속에서 다른 나라의 진정한 축하를 받으면 힘찬 번영의 길로 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