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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놈의 발 하나는 이 버스만 하다" -- 소니가 실시한 <고질라> 버스광고
사진1: "놈의 발 하나는 이 버스만 하다" -- 소니가 실시한 <고질라> 버스광고 ⓒ Streetcar

"문제는 크기다 – Size Does Matter."

1998년 여름, 미국인들은 단 하루도 이 슬로건을 보지 않고 살 수가 없었다. 1억2천만 달러가 넘게 투입된 대작 <고질라>의 개봉을 앞두고 있던 소니는 개봉 전까지 고질라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로 결정했고 대신 키가 22층 빌딩 높이에 육박한다는 이 괴물의 엄청난 사이즈를 강조하는데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었다.

고질라의 거대한 몸집을 실감나게 보여주는데 옥외광고보다 더 좋은 수단은 없었다. 소니는 고질라의 키와 비슷한 높이의 빌딩 외벽을 전세 내 "놈의 키는 이 빌딩만 하다"고 광고했다. 또 고질라의 발 크기가 버스 한대만 하다는 데 착안해 대도시의 시내버스 차체를 푸른 색으로 도배한 뒤 "놈의 발 하나는 이 버스만 하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사진1)

핵실험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거대한 도마뱀이란 스펙터클 외에 딱히 보여줄게 없는 졸작이라는 세간의 평에도 불구하고 고질라는 2억달러가 넘는 고질라 사이즈 마케팅 덕에 개봉 첫 주 흥행 1위를 차지하고 전 세계적으로 3억7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괴력을 발휘했다.

노선버스 광고면적 230% 이상 확대

요지경 속 버스 광고 세계

  • 국내 옥외광고시장은 2004년 기준 총 9237억 원. 이는 그 해 국내 전체 광고시장 6조6647억 원의 13.8%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

  • 서울시 소속 노선버스는 8300대. 여기에 서울을 경유하는 경기도 소속 노선버스 2000여대를 포함해 총 1만7800대의 노선버스가 각종 광고를 부착한 채 서울·경기 지역을 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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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노선버스가 광고판매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 200억 원 규모. 하지만 버스회사들에게는 단 한 푼의 광고수익도 돌아가지 않는다. 지난 해 준공영제 도입 이후 광고수익은 사실상 전액 서울시의 수입으로 계상되기 때문. 서울시는 벌어들인 광고수익이 버스인프라 개선작업 등에 투입된다고 밝혔다.

  • 수 많은 개폐장치가 촘촘하게 달린 버스차체에 대형 광고 필름을 부착하는 것도 만만찮은 작업. 광고대행사의 숙련된 직원은 버스 한대 당 10분 내에 광고시공을 완료한다. 원한다 해도 더 시간을 끌 수 없다. 다음 배차시간에 맞추어 버스가 차고를 나설 때까지 정차 시간이 딱 10분이기 때문. / 민경진
  • 소니의 이런 광고가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다. 행정자치부의 관련 법령은 버스광고의 크기가 차창을 제외한 측면적의 1/2 이상을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8300여대의 버스가 운행 중인 서울시는 이를 좀더 규격화해 가로 3.7미터, 세로 1미터 크기를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것도 2003년 이전의 규정에 비해서는 대폭 완화된 것. 2003년 1월 1일 이전까지 서울시내 버스광고의 규격은 가로 3.2미터, 세로 0.5미터였다.

    일본, 미국 등에 비해 아직 제약이 많지만 예전보다는 230% 이상 대폭 확대된 광고 면적에다 지난해 서울시의 대대적인 버스운행체제 개편으로 버스광고는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서울시내 버스광고를 대행하고 있는 애드시티의 임진욱 사장은 "삼성, LG 등 대형 광고주들이 버스광고에 눈을 돌리면서 서울 강남·북 중심부를 통과하는 황금노선은 광고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귀띔한다.

    이는 무가지 대량살포의 영향으로 광고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최근 광고판매가 유찰을 거듭하고 있는 수도권 지하철 광고의 상황과 크게 대조를 이루는 모습.

    LG애드 김현홍 부장에 따르면 LG전자의 경우 서울시내 700여대의 버스에 자사의 에어컨 광고를 집행했으며 광고집행 이후 인지도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서울시내 전체 버스의 8.5%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 현대증권이 서울시내 택시 2만여 대에 "바이코리아펀드" 광고를 실시한 이후 최대 규모의 차량 옥외광고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버스 광고가 다른 광고에 비해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기간이 월등하게 높아 3개월 이상 광고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검증된 버스 광고의 효과에다 버스운행체제 개편으로 매체의 주목도가 눈에 띄게 향상되면서 절대 광고물량뿐 아니라 젊은층의 트랜드를 주도하는 제품의 광고 또한 대폭 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옥외광고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는 소니 가전사업부가 한국에서만큼은 예외적으로 버스광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일기획의 신용철 대리는 영화, 온라인게임, 잡지, 캐주얼 의류, MP3 플레이어 등 젊은 층의 유행을 선도하는 제품들이 버스광고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보통 1년 이상 계약을 해야 하는 다른 옥외광고와 달리 최소 한 달 단위로 광고를 할 수 있는 매체의 특성 탓에 단기간에 승부를 내야 하는 영화나 백화점 광고가 많은 것 또한 버스광고의 특징이다.

    신용철 대리는 월드컵 이후 국내 광고주들의 옥외광고 캠페인 주기가 3개월 단위로 대폭 짧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여타 옥외광고에 비해 계약기간이 짧은 버스광고가 이런 수요에 잘 부합해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롯데백화점 경유노선에 광고"

    최근 서울 충무로 본점을 확장 개장한 신세계는 자사의 백화점 앞을 지나는 노선을 중심으로 총 32대의 버스에 본점 재 개장을 알리는 광고를 시작했다. 신세계 측이 선정한 운행노선은 충무로 본점과 더불어 경쟁사인 롯데백화점 앞을 경유하는 버스가 다수였다. 치열하게 경쟁 중인 맞수 업체의 광고를 부착한 버스가 떼지어 자사의 백화점 앞에 정차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롯데 측의 입맛이 어땠을까?

    노선과 지역에 따라 광고게재여부를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버스광고의 특성은 신세계의 경우처럼 다양한 위치기반형광고(Location Based Advertising)를 가능하게 한다. 검색포털 네이버의 버스 광고가 대표적인 경우. (사진2)

    사진2: 지역검색서비스를 내세운 검색포털 네이버의 버스광고. 녹색노선버스에만 광고를 집행했다.
    사진2: 지역검색서비스를 내세운 검색포털 네이버의 버스광고. 녹색노선버스에만 광고를 집행했다. ⓒ NHN 제공

    네이버는 자사의 로고와 색상이 동일한 녹색노선 버스만을 집중적으로 골라 지역정보 검색서비스를 광고했다. 네이버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버스가 통과하는 노선에 위치한 주요 랜드마크를 광고에 직접 언급하는 광고방식도 검토했다고 전한다. 예를 들어 강남구청을 통과하는 노선이라면 "강남구청을 찾고 싶다면?" 등의 메시지를 삽입해 광고를 접하는 행인들의 관심을 더욱 촉발시키는 방식 등이 그것.

    일본과 미국 등에 비해서는 한국의 버스광고가 제한이 많은 편이지만 색상으로 구분된 서울시의 독특한 버스체계를 이용해 이런 제한을 뛰어넘는 광고기법 또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검색 포털 파란이 활용한 방법이 대표적인 경우.

    파란은 포털 서비스를 개시한 지난해 서울시내의 파란색 노선만을 골라 집중적으로 광고를 집행했다. 파란은 광고의 여백을 버스색상과 동일한 색깔로 일치시켜 마치 버스 전체가 파란의 광고판으로 변한 듯 한 심리적 효과를 노렸다. 3.7미터 x 1.0미터로 제한된 광고면적의 제한을 착시현상으로 극복한 것. (사진3)

    사진3: 파란 노선 버스에 집중 게재한 검색포털 파란의 버스광고
    사진3: 파란 노선 버스에 집중 게재한 검색포털 파란의 버스광고 ⓒ 파란 제공

    노선별로 뚜렷한 색상을 지닌 서울 시내버스의 특성을 이용해 자사의 로고나 제품 등의 색상을 일치시키는 착시기법은 파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 포털 외에 삼성전자 등 다른 기업들에게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한 광고대행사의 디자이너들은 버스색상에 편승해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다채로운 디자인기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차창을 제외한 측면적의 1/2 이내"라는 제한규정을 아예 무시하고 버스 전체를 자사의 광고로 도색해(*Ad-Wrap: 사진5 참조) 운행 중인 기업도 있다. 태평양은 자사의 신제품 샴푸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체험시킨다는 목적으로 미용실로 개조한 버스를 운행 중이다. (사진4) 태평양은 이 버스의 외부를 샴푸광고로 감싸 주요 피서지 등에 정차해 두고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사진4: 샴푸 광고를 차량 전체에 도배한 태평양의 "이동 미용실". 법규 위반이다.
    사진4: 샴푸 광고를 차량 전체에 도배한 태평양의 "이동 미용실". 법규 위반이다. ⓒ 태평양 제공


    버스광고 지능형 광고로 진화 중?

    이런 광고는 현재의 관련법령을 위반한 것이지만 적발돼도 과태료가 월 1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광고 효과를 노린 상당 수 기업들이 시도 중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강렬한 광고효과에다 필요한 때, 필요한 장소에서, 필요한 경우에만 광고를 할 수 있는 버스 광고의 특성은 지능형 광고의 가능성에 눈을 돌리게 한다. 종로에 정차하는 버스가 정류장 인근의 외국어학원 광고를 때 맞추어 방송해 광고의 시의성을 높이는 것처럼 위치 정보와 연동한 지능형 광고를 버스외부에 실시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뉴욕시에 등록된 택시들은 운행 중 특정백화점에 접근하면 GPS센서가 장착된 지붕 위 전광판에 해당 백화점의 세일광고를 띄우거나 나이트클럽에 접근할 경우 당일의 이벤트 내용을 알리는 등 위치정보와 연동한 지능형 광고를 이미 시행 중이다. 하지만 반사형 페인트나 전광판을 차량에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때문에 서울시내를 달리는 버스가 전광판 광고를 하는 모습을 보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버스광고시장은 이제 본격적인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연 1조원에 달하는 국내 옥외광고시장이 향후 어떤 모습으로 변신해 갈지 출·퇴근 길 톡톡 튀는 버스 광고에 한 번쯤 눈을 돌려보자.

    사진5: LA시내를 운행중인 노선버스에 실시한 애플의 컴퓨터 광고. 'Ad Wrap'으로 불리는 이런 광고는 국내에서는 아직 불법이다.
    사진5: LA시내를 운행중인 노선버스에 실시한 애플의 컴퓨터 광고. 'Ad Wrap'으로 불리는 이런 광고는 국내에서는 아직 불법이다. ⓒ Street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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