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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을 통해 경품을 얻을 수 있다.(A어학원)
추첨을 통해 경품을 얻을 수 있다.(A어학원) ⓒ 양중모
무얼 들을까 고민하다 일단 외국어 학원이 몰려있는 종로로 나가보지만, 나가서도 무엇을 들을까 결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경품을 준다는 문구를 보면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별 생각 없이 들어가 등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든 학원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경품이 화려한 학원일수록 학원 시설에 대한 점검 정도는 하고 수강을 해야 후회가 없을 듯 하다. 다소 과장해 '외국어 배우러 갔다가, 병원 신세 지는 일'은 없어야 할 테니 말이다.

종로 부근 학원을 다 돌다 보니, 현수막이나 안내문 등에 경품을 준다고 광고하는 학원이 두 군데 있었다. A어학원이 내건 경품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추첨을 통해 유럽 배낭여행 항공권, 제주도 여행항공권 등이었으며 그 외에도 전자사전, 외식업체 상품권 등 젊은 층들이 갖고 싶어할 만한 것들이 많았다.

B어학원의 경우 A어학원에 비해서 경품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메이크업, 네일아트 등 여학생들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경품을 걸고 있었다.

그러나 이 두 학원의 공통점은 경품을 내걸었다는 것 이외에도 몇 가지 또 있었다. 하나는 좁고 가파른 계단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내려오는 길에 키 큰 학생들은 벽에 머리를 부딪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그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충격 흡수 장치 등이 없다는 것이었다.

충격 흡수 장치가 없다.(B어학원)
충격 흡수 장치가 없다.(B어학원) ⓒ 양중모
A어학원의 경우 강의실로 가는 계단이 두 군데 있다. 그 중 한 계단쪽이 한 사람 밖에 지나갈 수 없게 되어,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혹시라도 비상시 외부로 탈출이 어렵게 되어 있다. 또한 그 계단을 이용해 외부로 나갈시 출입구 직전에 낮은 벽이 있어 별 생각 없이 걸어 나오다가 머리가 벽과 충돌할 우려도 있었다.

한사람이 들어서면 꽉 차는 계단,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A어학원)
한사람이 들어서면 꽉 차는 계단,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A어학원) ⓒ 양중모
B어학원의 경우도 A어학원과 마찬가지로 출입할 수 있는 계단은 두 군데다. 한 곳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통행 폭이 넓다. 하지만 한 곳은 A어학원에 비해 계단이 조금 넓기는 하지만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고, A어학원과 마찬가지로 외부로 나갈시 벽에 머리를 부딪칠 우려가 있었다.

이 외에도 두 학원 모두 화장실 문이 화장실 안쪽으로 열리게 설계된 것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열게 되어있거나 열 수 있게 되어 있는 점도 수강생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급한 마음에 화장실로 달려가다 갑자기 열린 문에 다치지 않도록 안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두 어학원 모두 안으로만 열 수 있게 설계되어 있지는 않았다.

화장실 문이 밖으로 열려 다칠 위험이 있다.(A어학원)
화장실 문이 밖으로 열려 다칠 위험이 있다.(A어학원) ⓒ 양중모
B어학원의 경우는 그래도 위에 확 열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해 놓았고 복도가 아닌 계단 벽 쪽으로 문이 열리게 되어 있어 다칠 위험이 많지 않은 반면, A어학원의 경우는 그러한 장치도 없고, 문도 복도 쪽으로 열리게 되어 있어 다소 위험해 보였다.

실제로 내가 A어학원에 다닐 당시에 그 때문에 한 수강생이 얼굴을 문에 부딪쳐 고통스러워한 모습도 보았다. 현재는 화장실을 다시 공사했지만, 여전히 밖으로도 열릴 수 있게 설계되어 무심결에 지나가다 다칠 위험도 있다.

이런 위험성에 대해 각 어학원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두 학원 관계자 모두 낮은 벽에 충격흡수장치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치가 가능하다'는 대답을 하였다. 화장실에 관해서는 A어학원에게만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러자 A어학원 관계자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밀어서 문을 여는 것을 선호하기에 편의를 위해 그렇게 설계한 것일 뿐이다. 그런 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는 못했다'고 대답했다.

이런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지만, 두 어학원의 답변은 모두 긍정적이지 못했다. A어학원 관계자는 '우리도 좁은 계단이 있는 쪽을 아예 엘리베이터로 만들어 볼까 등 고민을 했다'며 내부에서도 개선에 관한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결국 건물을 다시 다 뜯어내고 새로 지어야 한다. 그게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등 여러 문제가 있어 힘들다'며 난처함을 토로했다.

B어학원 관계자는 자신있게 '리모델링 계획이 있다'고 말했으나, 주변에 노후한 어학원들 리모델링 계획에 대해서는 '대부분 학원 소유 건물이 없어 힘들 것이다'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했다.

새로 들어선 학원 화장실은 안으로 열리게 설계되어 있다.(C어학원)
새로 들어선 학원 화장실은 안으로 열리게 설계되어 있다.(C어학원) ⓒ 양중모
실제로 올해 새로 문을 연 인근 C어학원의 경우 A어학원이나 B어학원과 같은 문제가 없었다. 올라가는 계단도 여러 명이 한꺼번에 올라가도 될 만큼 넓게 설계되었고, 화장실 문도 확 열리지 않게 하는 장치가 달린 것은 물론 안쪽으로만 열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A어학원이나 B어학원 이외에도 정도는 심하지 않지만, 좁은 계단이나 화장실이 낙후되어 있는 등 문제가 있는 곳이 몇 군데 더 있었으나, 앞서 두 어학원 관계자가 '리모델링이 쉽지 않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사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것들이지만, 그 사소한 것들이 때로는 큰 사고를 유발했다는 점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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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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