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제부터 성차별, 성희롱 문제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상의하십시오."

국가인권위는 2005년 6월 23일부터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가 담당하던 성차별·성희롱 관련 업무를 전담하게 됐다. 이것은 정부의 차별시정기능 일원화 방침에 따라 정부조직법 개정법률안이 통과된 데 따른 조치로, 국가인권위는 향후 노동부의 고용차별 업무 등 차별시정 기능을 총괄하게 된다.

국가인권위는 2001년 11월 출범할 때부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2항에 따라 성희롱과 성차별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차별문제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6월 23일 이전까지 국가인권위와 여성부 등으로 나누어져 있던 성차별·성희롱 업무가 이날을 기점으로 국가인권위로 일원화되고, 여성부의 남녀차별개선위원회가 폐지된 것이다.

▲ 인권위에서 진정을 접수하고 있다
ⓒ 인권위 김윤섭
2005년 6월 현재 국가인권위에 접수된 차별 관련 진정사건은 모두 1418건으로 전체 진정사건의 9.2%를 차지한다. 여기서 차별 사건만을 따로 분석해 보면, 성별·혼인여부·임신출산·가족상황·용모·신체조건 등 여성차별 사건의 비중이 약 15%에 달한다.

국가인권위는 성차별 및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16건의 시정권고를 결정했으며, 이중 14건이 수용돼 권고 수용률은 87.5%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권고내용으로는 ▲ 일선 학교에서 여교사의 보건휴가 사용이 제한돼 있던 것과 관련, 원활하게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점 ▲ 의과대학 교수가 간호사들을 성희롱한 것과 관련, 해당 학교에서 성희롱 예방교육 등이 시행될 수 있도록 조치한 점 ▲ 양성평등채용목표제에서 검찰사무직렬이 제외돼 있던 것과 관련, 지침을 개정해 여성이 응시할 수 있게 된 점 등을 들 수 있다.

국가인권위가 진정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차별이 해소된 사례도 적지 않다. 기혼자 입학을 제한하던 이화여대의 학칙이 개정된 일과 남녀차별적 문구가 포함됐던 우유 광고가 조사 도중 바뀐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헌법재판소에 호주제 폐지 관련 의견을 표명했고, 국회에 '자녀의 성변경 제도 및 친양자 제도 신설' 등이 포함된 민법 개정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하는 의견을 제출했으며, 정부에 성매매 예방교육과 성매매 방지를 위한 국가책임 관련 규정의 보완을 권고하는 등,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성차별 해소와 양성평등 사회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 밖에도 국가인권위는 여성장애인 이중차별 실태, 구금시설 내 여성수용자 실태, 기지촌 혼혈인 실태, 군대 내 성폭력 실태 등을 조사했다.

국가인권위가 성희롱·성차별 업무를 총괄하기 시작한 6월 23일부터 국가인권위 인권상담센터에는 성희롱 및 성차별과 관련해 문의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업무 첫날엔 "회사가 23명을 정리해고하면서 여성 기자 6명을 전원 포함시킨 것은 성차별"이라는 일간스포츠 기자들의 진정과 "소방공무원 모집시 남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여성민우회의 진정이 접수됐다. 성차별·성희롱 진정은 7월 11일 현재 30건을 넘어섰는데, 상담도 꾸준히 늘고 있어 향후 진정접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인권위는 성차별과 관련해서 제출된 진정사건도 조사 및 구제뿐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국가인권위가 성희롱·성차별 업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하는 시점에서 2건의 직권조사를 준비 중인 것도 그런 이유다.

우선 유리벽(Glass Wall), 여성이 경력상 유리한 전략적 부서로의 이동을 막는 보이지 않는 차별 과 유리천정(Glass Ceiling), 여성들의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차별 에 대한 실태파악이다. 우리 사회 여성에게 보이지 않는 차별을 강요해 온 유리벽과 유리천정 실태와 관련, 국가인권위는 모집·채용에서의 나이 및 학력 제한 문제, 승진 등에 있어 여성차별, 공무원·공기업·민간기업 면접과정에서의 차별적 질문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초·중·고등학교 학생 및 사회복지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는 사람들의 성희롱 문제도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다. 그동안 시설에서의 성희롱 피해는 직장이나 학교에 비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국가인권위의 이번 직권조사는 시설의 인권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가 성차별·성희롱 업무를 전담하게 된 것과 관련해서 전문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성부는 여성 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민한 반면, 국가인권위는 여성인권을 여러 가지 인권문제 중 하나로 바라보게 될 것이라는 게 그러한 의견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가 지난 3년여 동안 진정과 상담을 통해 접수한 차별사건의 추세를 보면, 시간이 갈수록 차별의 형태가 복합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다. 과거엔 단순한 성차별 문제가 많았다면, 최근 들어서는 여성 장애인, 여성 이주노동자, 여성 성적소수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성차별·성희롱 문제는 반드시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볼 때 국가인권위 조사관들의 풍부한 경험은 복합적인 차별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인권위는 향후 성차별·성희롱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문위원회 및 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인권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법과 제도만으로 시정되지 않는 일상의 성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인권교육과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하는 월간 <인권>에 실려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월간 인권>의 주요기사를 오마이뉴스에 게재하고, 우리 사회 주요 인권현안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 등을 네티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꾸벅...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