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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 새터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요."

돈, 명예, 사랑, 재기, 잘생긴 외모, 멋진 배우자 등.

이런 여러 조건들을 두루 섭렵하면, 혹은 그 중 하나만이라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상상은 소꿉놀이를 하는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여 지팡이를 짚고 다닐 때까지 끊임없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보통 학교를 마치면 돈을 벌기위해 직장을 잡고, 사랑을 찾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교육과 투자를 위해 그리고 내 자신의 발전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모든 가치는 돈으로 통하는 자본주의라는 우산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항시 염두해야 할 사항이 바로 '돈'이다.

누가 끊임없이 돈이 쏟아지는 자루를 준다면 당신은 영혼이라도 팔겠는가. 그 자루는 손을 넣을 때마다, 때로는 수표를 때로는 금덩어리를 끊임없이 내어준다. 방에 쌓이고 처리 곤란할 정도가 될 때까지 그대를 돈에 대한 고민을 완전한 해방으로 이끄는 선물을 누군가로부터 받게 된다면, 당신이 그이에게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인가.

고래로 끊임없이 이어져 왔던 신화, 우화, 설화에 등장하는 악마는 당신에게 영혼을 받는 대가로 행복이라고 믿고 있던 가치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결론은 영혼 없이는 결코 어떠한 조건에서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과연 그럴까라고 의심도 품어보는 것이 사실이고 돈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으로 돈없는 자신을 위로하기에 좋은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물론 한 차원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자아형성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먼 바다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내가 아는 이로부터 도움을 받기위해 갔다가 만난 신비한 '회색양복의 사나이'로부터 자신의 그림자를 팔고, 스스로 '리필'하는 신기한 금화보따리를 받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금화로 들뜨기 시작하기도 전에 사람들로부터 그림자가 없는 이상한 사내로 따돌림을 당하자 좋은 집과 가구와 하인들, 마을잔치를 베푸는 재력도 그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더구나 사랑에 빠져도 그림자가 없는 사실을 알면 여자는 떠나가 버리고, 사내는 결국 고통의 늪에서 허우적댄다.

1년이 지나 '회색양복의 사나이'로부터 그림자를 돌려주고 영혼을 거두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물론 진기한 선물은 옵션으로 준다는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사내는 의외로 제안을 거절한다. 이미 그림자 없는 설움을 받아 보아서인지 결국엔 그림자 없이 사랑하는 여자와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친구를 두고 여행을 떠나 세계의 자연을 탐구한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나폴레옹시대에 조국을 떠나 거주한 독일에서 독일어로 책을 내야 했던 현실의 프랑스 작가가 쓴 동화이다. 이러한 사실은 다양한 작품해석을 낳을 수 있지만 느낀 점은 보는 이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행복의 가치는 보편적인 믿음과 어긋난 아주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새터출판사/8,000원


그림자 없는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지음, 윤효은 옮김, 오석균 감수, 새터(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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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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