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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 사이언스, 2005
옐로 사이언스, 2005 ⓒ 이후
이은용의 <옐로 사이언스>(2005, 도서출판 이후)를 읽었다.

가히 광풍이라 부를만한 황우석 열풍에서부터 21세기 연금술이라 부르는 나노 맹신과 편재하는 감시자로 군림할 유비쿼터스 권력에 대한 반론자 관점에서의 '입문서'로 부담 없이 접할 만한 책이다.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맹목적인 보도자료의 홍수 속에서 한발 빗겨난 자세로 맹신에 가까운 과학 트랜드에 대해 경고성 옐로카드를 날린다.

그러나 그의 옐로카드에 얼마나 많은 이슈와 토론이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죽음에 대한 회피가 인간이 지구상에서 형성시킨 문명의 근본 동기였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는다. 생로병사의 비밀은 별것이 아니다. 살아야 할 때를 알아 살고 죽어야 할 때를 알아 죽는 것이다.

생물학에는 아포토시스(Apoptosis)라는 개념이 있다. 이것은 정상적인 재생계 세포가 스스로 프로그램에 의해 완전한 자살할 선택할 때 나타나는 죽음의 방식이다. 아포토시스가 중요한 이유는 인체의 발생 과정이나 몸의 형성과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죽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정된 인간의 태아 세포는 성장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손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 중 일정한 세포들이 스스로 자살한다. 손을 예로 들자. 인간의 문명은 손의 문명이다. 적절한 여백 세포들이 자멸한 이후의 세포 구성이 이루어지는 것이 손이다. 동물과 다른 복잡한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손은 그러므로 분화 단계에서부터 적절한 아포토시스가 없으면 형성되지 않는다.

죽음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개체의 세포든 세포의 총합인 인간이든 생명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회피하려 한다. 죽음(타나토스)에 대한 우리의 공포는 원초적이며 근원적이다. 죽음의 얼굴을 피하고자 하는 것은 생명의 본능이다. 그런데 그런 기적 같은 일이 가능하다. 바로 이런 아포토시스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세포가 죽지 않고 끊임없이 분화되는 것이다. 바로 불사의 상태다.

이런 불사의 상태가 되면 과연 우리는 행복할까?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은 행복할까? 문제는 우리가 그런 불사의 상태를 이렇게 부른다는 점이다. '암' 이라고.

전체의 한 부분인 세포가 영생하려는 것은 전체로써의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유기체의 종말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황우석 교수의 생명공학과 원자과학의 극치인 나노기술은 인간의 영생이라는 궁극적 공포심에 대한 해답으로 시도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질문하게 된다. 아포토시스의 예를 볼 때, BT, NT 개별적 인간이 영원한 불사영생하게 될 때 그런 인간들이 구성하고 있는 인류의 문명이라는 '총합적 생명체'는 과연 똑같이 영생할 것인가?

결론은 자명하지 않은가. 그러나 레이첼 카슨의 '숲의 침묵'처럼 경고의 휘슬은 울려도, 죽음의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장을 덮으며

옐로 사이언스는 입문서에 가까우며, 이 주제와 관련해 좀더 싱크(SYNC) 할만한 다른 책들을 소개한다. 두 책 모두 62년도에 출간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학혁명의 구조 : 토머스 쿤이 1962년 쓴 책이다. 이 책이후 인류의 사상사에서 패러다임 개념이 본격화 되었다. 과학 발전이 객관적 보편성으로 이루어진다는 맹신성진보관 에서 벗어나, 기존의 과학이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고 붕괴할 때 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지며, 그 결과는 궁극적으로 패러다임의 변화 즉 새로운 과학이 출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BT, NT 등 새로운 과학의 등장기에 과연 그 과학들이 어떤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반하게 될지를 판단할 때 유용할 인문서가 될 것이다.

침묵의 봄 : 레이첼 카슨이 1962년에 쓴 책이다. 화학의 기적이라고 불렸던 DDT의 피해를 용기 있게 폭로한 책으로 21세기 환경보호 운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당시 막대한 이익을 올리던 첨단 과학의 화학업체들은 레이첼 카슨을 비과학적인 주술사로 매도했다. 그러나 무엇이 진정한 인간의 과학이었는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밝혀졌다. 때로는 과학기술에 대한 지나친 낙관으로 들떠있는 우리가 문제에 대해 침묵한다면, 결국 자연이 인간을 침묵하게 할 것이라는 교훈과 함께.

옐로 사이언스 - YELLOW SCIENCE

이은용 지음, 이후(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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