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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의회는 23일 오후 2시 경 방폐장 동의안을 가결했다.
포항시의회는 23일 오후 2시 경 방폐장 동의안을 가결했다. ⓒ 추연만
“방폐장 유치는 포항을 세계적인 첨단과학도시 만들 계기다.”
“안전성과 시민여론은? 시장과 의장은 지방선거용으로 찬성하나?”

23일 오전 12시 경 시작된 방폐장 찬·반을 둘러싼 의원들 간의 날선 대립은 두 시간 동안 계속됐다. 포항시의회는 토론 후 방폐장(중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이하 방폐장) 유치신청 동의안에 대한 투표를 시작했다. 투표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기립 방식이 아닌 무기명 비밀투표가 진행됐다.

지난 6월 포항시의원 35명 가운데 19명이 방폐장 유치반대에 서명한 바 있어 투표결과는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포항시의회 공원식 의장이 개표결과를 발표했다.

“방폐장 유치동의안은 찬성 21, 반대 12, 기권 1로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청중들은 의외로 많은 표차에 술렁거렸다. 이어 부결을 요구해 온 포항환경운동연합 박창호 운영위원장이 자리에 일어나 울분을 토했다.
“포항시의회는 오늘부터 죽었다! 시민의 생명보다 돈을 선택한 시의회는 해체하라!”

잠시 후 장내는 정돈되었고 회의장을 나서는 정장식 포항시장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는 결과에 만족한 듯 “이달 안에 산업자원부에 정식으로 유치신청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포항시의회가 열리기 전, 시청 앞에서 방폐장 동의안 부결을 요구하는 캠페인 장면. '포항시 의원들의 양심을 믿습니다'는 문구와 장미꽃을 전달했으나 시의원 다수는 애초의 반대 소신을 굽히고 찬성표를 던졌다.
포항시의회가 열리기 전, 시청 앞에서 방폐장 동의안 부결을 요구하는 캠페인 장면. '포항시 의원들의 양심을 믿습니다'는 문구와 장미꽃을 전달했으나 시의원 다수는 애초의 반대 소신을 굽히고 찬성표를 던졌다. ⓒ 추연만
방폐장 반대단체, "주민투표 거부운동과 지방선거 낙선운동 펼칠 것"

이어 포항시청 앞에는 방폐장 동의안 부결을 주장한 단체들이 표결결과에 대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지난 19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한 포항환경운동연합 강호철 의장은 “시민의 의견을 무시한 포항시의회의 폭거를 규탄한다. 포항시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민의를 배신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관권을 동원한 포항시 처사에 맞서 주민투표 거부운동을 펼 것이며 내년 지방선거에도 엄중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경북도당 김병일 위원장도 “정장식 시장은 경북도지사 야망을 위해 포항시민의 생명보다 돈을 선택했다”며 “내년 지방선거에 낙선운동을 펼 것”을 거듭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유치반대안을 제출한 박경열 포항시의원은 “의회가 이런 결과를 낸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 지난 6월 방폐장 유치반대 뜻을 밝힌 시의원 24명 가운데 19명이 서명한 반대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고 지난 과정을 밝혔다.

박 의원은 “ 그러나 최근 일본 료카쇼무라 방폐장 견학을 전후로 포항시장과 간부들이 맨투맨으로 시의원들을 회유했다. 특히 시장과 의장이 서로 짜고 그 흔한 여론조사도 하지 않은 채 유치동의안을 상정함으로써 시의원들을 시장의 거수기로 만든 셈”이라 주장했다.

결국 포항시의회가 방폐장 유치신청 동의안을 가결함으로써 포항시는 곧 산업자원부에 방폐장 유치신청을 할 예정이며 영덕 울진 등 다른 지자체 유치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동의안이 가결된 후 울분을 토하며 '투표거부'와 '낙선운동'을 결의한 방폐장 유치반대 대책위원들
동의안이 가결된 후 울분을 토하며 '투표거부'와 '낙선운동'을 결의한 방폐장 유치반대 대책위원들 ⓒ 추연만
김영목 영덕군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곧 방폐장 유치동의안을 군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영덕군과 의회는 두 군데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주민 2600명을 상대로 방폐장 유치 여론조사를 한 결과 찬성 62.4% 반대 37.6%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덕군 핵폐기장 설치반대대책위원회는 여론조사의 객관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22일부터 군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군의회가 동의안을 부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울진군의회는 지난 11일 집행부가 제출한 방폐장 유치동의안은 "지질조사 결과 등 종합 평가서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22일 동의안을 반려했다. 이에 울진군은 이번 주 내로 서류를 보완해 군의회에 다시 제출키로 했으나 군의원 10명 중 9명이 방폐장 반대 활동을 하고 있어 의회 통과는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군의회는 지난 20일 청와대 이강철 시민사회수석과 면담을 통해 신울진원전 부지를 철회하면 방폐장 수용 여부를 다시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군의원들은 “지난 1999년 정부는 울진원전(6기 가동중) 인근에 신규원전 4기를 수용하면 핵 종식을 보장하는 등 14개 사항을 주민들과 약속했다.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원전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우선 신규 원전 후보지를 철회하고 방폐장에 대한 의견을 군의회에 물어 오면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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