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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주간보호센터의 가족들
노인주간보호센터의 가족들 ⓒ 김진수
치매나 중풍으로 고생하시는 부모를 둔 자식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리기는 어렵다. 누가 그 마음을 다 알아줄까?

내가 아는 분은 어머니가 치매로 십 오년 고생하셨는데 이웃에게 며느리가 밥을 안 준다며 험담할 때만 해도 이웃들이 자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아왔다고 한다. 증상이 심해져 본인의 용변까지 손을 대자 아들이 출근하며 "엄마! 왜 이러세요. 죄송해요"하며 울면서 손을 묶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안쓰러워했다. 마치 간난 아기 손 싸개로 싸듯 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으며 자식 마음은 또 어땠을까?

ⓒ 김진수
어른을 모시는 분이 주위에 많아 약속을 했다가도 못 오는 경우를 많이 보아 온 터다. 그들에게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그들만의 시간을 몇 시간만이라도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마치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는 것처럼 할머니 할아버지를 아침부터 저녁 5시까지 돌보아 드리는 보호 센터가 있다니 이 아니 반가운 소식인가. 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이 보호센터는 보호보다는 치료와 예방이 목적이라고 하며 월 15만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단다.

어르신들도 유치원 아이들과 똑같은가 보다. 유치원에 갓 입학한 3월에는 낯선 환경에 두려움이 있어 엄마와 떨어지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유치원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집에 언제 가요?" "엄마한테 전화해 줘요"라는 아이들. 그런데 보호 센터에 계시는 어르신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선생님! 집에 언제 가요?" 물으신다고 한다. 막상 집에 가서는 언제 보호센터에 가는 시간이냐며 마냥 보채신다는 거다.

어쩌면 그렇게 반대로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다며 섭섭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할아버지 할머니 자랑을 하신다. 처음 입소할 때는 기저귀를 대여섯 개 갈아야만 했던 분이 이제는 기저귀를 안 하셔도 된다며 흐뭇해한다. 그 곳 어르신들의 깔끔한 외모와 밝게 웃으시는 표정에서 행복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식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 되는 고마운 우리의 부모님들이시다. 그 분들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방 안에 갇혀 지내듯 생활하셔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친구도 필요하고 일의 성취감도 맛보야 하지 않을까?

ⓒ 김진수
하얀 콩과 검은 콩을 젓가락으로 나누어 담으며 행복해 하는 분들을 보니 나마저 행복해진다. 이런 기관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집에서 혼자 고생하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야말로 자식처럼 "어머님! 아버님!"부르며 자원봉사를 하는 분이 천사로 보였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르신들이 잡숫던 음식을 스스럼없이 덥석 입에 넣는걸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튼 부모님과 자식이 모두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길이 열린 듯하여 흐뭇했다. 중풍과 치매로 고생하시는 본인과 가족에게 다소나마 희망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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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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