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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월 31일  발표할 부동산 대책 두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세금 폭탄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사진은 타워팰리스가 위치한 강남 일대.
정부가 8월 31일 발표할 부동산 대책 두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세금 폭탄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사진은 타워팰리스가 위치한 강남 일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부가 31일 발표할 부동산 대책은 과연 '세금 폭탄'인가.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에서 '세금 폭탄'이라고 들쑤시자,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세와 관련해 1~2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을 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세 1~2년 유예는 참여정부 때 정책을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결과적으로 빈 껍데기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가 설득력을 가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대책을 서둘러 입법화한다고 해도 2006년부터 적용이 가능한데, 1년 이상 유예한다면 적용은 아무리 빨라도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07년이나 돼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 이같은 정책이 흐지부지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유예론은 하지말자는 것과 마찬가지

종합부동산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주택 9억원 이상, 토지(비사업용) 6억원 이상이면 사람별로 합쳐서 과세하는 방식 역시 기준선이 높아 실제 과세 대상 주택 소유자는 2만9000명, 토지 소유자는 3만명 수준으로 전체 가구수를 1600만 세대로 잡았을 때 0.4%에 불과하다.

더욱이 시세의 60%에 불과한 기준시가(정부는 기준시가가 시세의 70~80%라고 주장)와 과표적용률(기준시가 50%), 세부담 상한(전년도 세금의 50%를 넘지 않게 부과)이 적용돼 실제로 내는 세금은 그렇게 많지 않다.

정부가 제도를 바꿔 세대별로 합쳐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도, 주택 6억원·토지 3억원 이상의 대상자는 18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가구수의 1.1%에 해당하는 미미한 수치다.

이런데도 땅 부자, 집 부자 1%에게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가 과연 세금 폭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10억 아파트에 105만원이 세금폭탄?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25평에 사는 50대 주부가 아파트 가격이 8억원이 넘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24일자 기사.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25평에 사는 50대 주부가 아파트 가격이 8억원이 넘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24일자 기사. ⓒ <조선일보> PDF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는 송파구 잠실의 한 주공아파트는 10억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기준시가는 5억원 안팎이다.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은석(50. 가명)씨가 올해 낼 재산세는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아파트 가격이 2억원 가까이 올랐지만, 재산세는 30만원 남짓 올랐을 뿐이다.

김씨 집 기준시가는 5억2500만원(2005년 5월 2일 기준)으로 시세의 60%에 불과하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보유세를 대입해 보자.

과세표준은 기준시가의 50%이기 때문에 2억6250만원이다. 2억6250만원에 세율(4000만원×0.15%+6000만원×0.3%+1억6250만원×0.5%)을 적용하면 재산세는 105만2500원이다.

김은석씨는 이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주택 6억원 이상(기준시가)에게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시세는 10억원이지만 기준시가 대로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실제로 내야 할 세금은 많지 않다.

<조선일보> 24일자 '8·31 부동산대책… 애꿎은 피해자 쏟아진다' 기사에서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25평에 사는 50대 주부가 아파트 가격이 8억원이 넘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둔촌 주공아파트 25평은 재건축을 앞두고 시세가 8억원인 것은 맞지만, 이 곳의 기준시가는 4억3000만원 안팎(2005년 5월 2일 기준)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 소유한 집이 없거나 소유한 주택이나 토지의 기준시가가 1억7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재건축을 앞두고 이 아파트도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지만 올해 둔촌동 주공아파트 25평 소유주(기준시가 4억3000만원 기준)가 내야 할 재산세는 81만5000원에 불과하다.

<조선일보>가 거론했던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25평 사례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김헌동 본부장은 "<조선일보>를 필두로 재벌신문들이 세금 폭탄이라고 겁을 주는 바람에 정부가 발표할 31일 부동산 대책은 급격하게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양도세 중과는 1년 이상 유예해 이 정부에서 시행할 수 있을지 모르는 정책이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기준시가를 적용하기 때문에 적용 대상이 집과 땅 부자 1%에 불과한데 왜 엄살을 떠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교수도 "정부의 8·31 부동산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서민'을 동원해 내용을 왜곡하면서 정책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추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맞는 만큼 발표될 내용이 입법화 과정에서 후퇴하지 않도록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감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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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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