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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위급한 어린이 환자를 위해 인천으로 회항했던 KE017편과 같은 보잉 747-400기종.
지난 25일 위급한 어린이 환자를 위해 인천으로 회항했던 KE017편과 같은 보잉 747-400기종. ⓒ 대한항공 제공

지난 25일 오후 5시 인천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KAL) 보잉 747 KE017편 항공기가 모습을 나타냈다. 예정에 없던 항공기 착륙이었다. 불과 2시간 전인 오후 3시18분께 이 항공기는 363명의 승객을 태우고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향해 떠났었다.

비행기가 갑자기 인천으로 돌아온 이유는 뭘까. 사정은 이렇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10분만에 승객 가운데 한명인 4살난 이아무개 여아의 몸이 불덩이가 된다. 동행한 이양의 어머니 우아무개씨는 딸이 의식마저 혼미해지는 모습을 보이자, 급히 승무원을 찾았다.

승무원은 일단 응급조치를 취한 후, 기내방송을 통해 승객 가운데 탑승해 있을지도 모를 의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다행히도 국내 Y의료원에 근무하는 라아무개씨(의사)가 직접 어린이의 상태를 진단했고, '열성 경련' 증세를 보인 이양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륙 10분만에 40도에 가까운 고열... 승무원 회항 결정

라씨의 진단에 기장을 포함한 승무원은 인천으로 돌아갈 것을 결정한다. 문제는 곧장 돌아가기 어렵다는 점. 이유는 모든 항공기의 경우 공항에서 뜨고, 내릴때 무게의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과 LA 등 장거리 노선을 다니는 보잉747 기종의 경우 이륙할 때에는 최대 388.8톤의 중량이지만, 착륙할 때에는 최대 285.7톤의 무게를 가져야 한다. 비행기가 내릴때의 압력이 매우 커 안전을 위해 자체 중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장은 인천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항공기용 기름으로 가득찬 연료탱크안의 기름을 버려야 했다. 이정훈 기장은 긴급 회항을 위해 동해 상공으로 나가, '항공유 방출구역'에서 약 72.6톤의 기름을 쏟아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기에 들어가는 기름의 경우 바다 상공에 버려도 환경오염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워낙 휘발성이 강한데다, 분무기에서 물을 뿌리듯 미세 입자로 쏟아내기 때문에 바다에 떨어지기 전에 모두 증발하고 만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착륙위해 동해 상공에 72톤 기름 버려... 해양 오염은 없어

1시간여 동안 기름을 바다에 쏟아부은 항공기는 결국 오후 4시 48분께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이어 오후 5시 5분께 이아무개 어린이는 곧바로 공항 의료센터로 옮겨졌으며, 이후 곧 정상을 되찾았다. 항공기는 버린 만큼의 기름을 다시 채운 뒤, 오후 6시22분께 다시 미국으로 향했다.

이날 버린 항공기용 기름을 돈으로 따지면 약 4000만원 어치에 달한다. 또 이륙과 착륙 때 든 비용과 연결승객 관련 비용까지 합하면 이날 회항에 모두 5000여만원의 비용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지만, 승객 안전과 인명이 최우선이라는 회사 방침에 따라 승무원 등이 신속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어린 환자의 생명을 구해 보람을 느끼며, 진료에 도움을 준 의사승객에게는 사장 이름의 감사 편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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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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