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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 중심에 떠있는 인공섬, 그 안에 있는 탑의 모습
서호 중심에 떠있는 인공섬, 그 안에 있는 탑의 모습 ⓒ 전은화
딸내미들 머리 질끈 묶고 꼬까옷 입히고 들뜬 아줌마 마음에 금세 나갈 준비를 마쳤다. 택시를 타고 한 이삼십 분 걸려 도착한 곳은 혜주시 도심 속에 떡하니 자리 잡은 '서호' 앞이었다. '서호'는 그 옛날 사람들이 직접 만든 인공호수라고 한다. 혜주 갈 때마다 보고 느끼는 거지만 그 넓은 호수를 바라보자면 인공호수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도시 한 중심에 건물들 끼고 펼쳐진 호수는 도시의 경관을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시원한 물살에 바람마저 기분 좋다. 가운데 떡하니 떠 있는 듯한 인공섬 또한 갖가지 수목과 꽃들이 예쁘게 꾸며져 있다.

도시를 끼고있는 서호
도시를 끼고있는 서호 ⓒ 전은화
여름 더위에 아이들 데리고 걷기가 좀 힘들어서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서호에서 배를 타기로 결정했다. 처음엔 운치좋게 노젓는 걸 탈까 하다가 남편이 힘들 것 같아서 모터로 가는 4인용 배를 타게 되었다. 큰딸 소연이는 갓난아기 때 타보고 커서는 처음 타는 배라서 몸을 움츠리며 겁을 먹었다. 배를 타는 내내 운전하는 아빠 옆에서 무서워하며 손잡이에 힘을 주는 모습에 그저 웃음이 나왔다.

배타는 부녀
배타는 부녀 ⓒ 전은화
작은 딸아이 안고 있느라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지만 겁먹은 소연이 모습은 담아두고 싶어 겨우 몇 장 찍었다. 아름다운 서호 사진도 딸랑 두 장밖에 찍지 못했다. 그것도 아주 엉성하게 말이다.

배를 타고 인공섬을 돌고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보니 벤치에 앉아 데이트 하는 연인들과 단체관광을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즐거운 표정들에 내 마음도 더할 나위 없이 시원했다.

바람을 가르며 1시간 정도 탄 뒤 딸아이가 무서워해서 더 타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배에서 내렸다. 여전히 땅에서는 더운 기운이 올라와 금세 옷을 적셨다. 시원한 곳을 생각한 끝에 가까운 백화점에 들어갔다.

백화점 6층에 가보니 어린이 놀이터가 있었다. 그곳에 가니 큰딸 소연이 여기저기 쳐다보느라 신이 났다. 뭔가 신기한 걸 보고서는 눈을 뗄 줄 몰라 가보니 뭐 그냥 기차였다. 타고 싶어 하는 것 같아 혼자 태우려다 네 식구가 같이 탔다.

작은 기차에 몸을 싣고 일단 달리기 시작하니 어린이 놀이기구치고는 빠르다는 느낌과 함께 왜 그리도 신이 나던지 갑자기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딸 핑계로 타긴 했지만 내가 더 재미있게 탔던 것 같다.

한참 놀이터에서 놀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저녁 8시가 넘어가고 슬슬 배가 고파왔다. 멀리 가기도 그렇고 가까운 한국 식당에 갈까 하다가 백화점 8층에 레스토랑에 갔다. 전체가 유리도 된 창가에 예쁜 조명이 밝혀진 서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었다. 대충 메뉴판 보고 이것저거 주문해놓고 맛있을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나온 음식들 모두 맛있었다.

백화점을 빠져나와 택시잡아 타고 집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가족끼리 오랜만에 나들이여서 무척 신나고 즐거웠지만 은근히 남편의 모습을 살피게 되고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내내 힘들게 일한 남편 쉬게 했어야 되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남편은 그런 내 맘을 눈치 챘는지 "아, 오늘 우리 딸들이랑 보냈더니 진짜 좋다. 우리 가족끼리 여행 많이 다녀야 되는데…"하며 먼저 말을 꺼내 주었다. 참 고마웠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먼저 잠자리 펴놓고 누운 남편은 다리가 좀 아프다고 약간은 엄살 섞인 독백을 하였다. 하룻동안 좋은 시간 만들어준 남편 고마운 마음에 딸 소연이와 나는 다리 한쪽씩 맡아서 열심히 주물러 주었다.

남편 말처럼 가족끼리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조금만 더 많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며 딸아이와 나도 꿈 속으로 향했다.

덧붙이는 글 | 전은화 기자 가족은 중국 광동성 혜주시 박라현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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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동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와 생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삶속에 만나는 여러 상황들과 김정들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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