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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6자회담 재개 일정

태국이 6자회담 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칸타티 수파몽콘 태국 외무장관이 평양을 방문,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듣고 그 내용을 전달함으로써 그 활동을 시작하였다.

태국은 미국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북과 경제교류를 해온 나라이기 때문에 북은 태국 외무장관을 따뜻하게 맞이해 준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태국외무장관에게 전한 정보 또한 가볍게 볼 수 없을 것이다.

2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신뢰' 부족 때문에 이번 주로 예정된 6자회담에 참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방북 중인 칸타티 외무장관이 28일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백남순)북한 외무상은 무엇 때문에 29일로 예정된 6자회담에 참가할 수 없는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내게 말했다"고 전했으나 그 자세한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칸타티 장관은 또 북한 측이 만약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해 6자회담에서 신뢰가 조성된다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다시 가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북이 불참하고 있는 핵심 이유

칸타티 장관의 말을 종합해 보면 결국 북은 ‘미국의 신뢰부족’ 때문에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칸타티 장관이 밝히지는 않았지만 기간의 북미의 행보를 보면 ‘미국의 신뢰부족’이라고 북이 판단한 이유를 어렵지 않게 추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북의 평화적인 핵이용’을 미국이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기구인 핵무기비확산족약(NPT)에서도 모든 나라에 인정하고 있는 평화적 핵이용권을 북한만 가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북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당장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이를 북한이 포기한다면 이후 미국은 이것을 빌미로 북한의 핵심 군사시설과 원자력 과학시설에 대한 사찰과 압력을 높이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북은 더욱 경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발 물러서면 두 발 세 발 물러서게 된다는 이치를 북은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평화적 핵이용권’을 미국이 제한하려고 하면 할수록 과연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철회하고 북과 관계개선을 할 의지가 있는지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가 미국은 최근 북에서 그렇게나 하지 말라고 경고를 했던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을 감행하고 있으며, 대북인권특사까지 임명하였다. 군사훈련은 물리적으로 북을 전복하려는 조치로, 그리고 대북인권특사 임명은 북 정권에 대한 정치적인 타격과 동시에 군사적 공격의 명분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로 북은 해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전쟁훈련과 인권공세 이 두 가지는 지금까지 미국이 전쟁으로 가는 통과의례였으며 기본 과정이었기 때문에 북으로서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포기 의사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며 4차6자회담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가 한국의 친미세력들이 6자회담 관련 토론회에서 늘 북을 공격하느라 내뱉는 말들이 ‘북한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다. 미국이 대화를 하려고 할 때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이 말은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이 KBS 열린토론에 나와서 했다)’라는 식이다. 미국의 네오콘 중에서도 북한의 경제위기를 운운하며 이런 식의 말을 꺼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은 궁지에 몰린 쪽은 자신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사실을 이런 남한의 수구세력들과 미국 네오콘들에게 확실하게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어 보인다.

미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북한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자 다급해진 쪽은 미국이다. 미국은 북핵 6자회담이 금주에 재개될 가능성은 없지만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미 국무부의 한 여성대변인이 28일 밝혔다. 이 대변인은 "우리는 회담이 금주가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가까운 미래에 재개될 것으로 믿을 모든 이유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의 방북 일정을 언급하면서 "중국이 6자회담 재개 일정 관련해 곧 발표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자신들의 체면치레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사실은 직접 북과 접촉하여 북이 요구하는 신뢰를 주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 듯하다. 그것이 백악관 대변인이 회담 재개를 확신하는 이유일 것이다.

직접 접촉의 일환으로 일단 디트러니 대사가 뉴욕의 북한유엔대표부의 한성렬 차석대사를 다시 찾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23일 디트러니 대사가 4차 6자회담 재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했듯이 뉴욕 채널이 곧 다시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것만으로 북한에게 확신을 주기에 부족했다고 판단했는지 미국의 실세를 직접 북한에 들여보낼 계획도 공개하였다.

28일 산케이 신문은 북핵 6자회담 재개를 협의하기 위해 다음 주 중 미국 유력 하원의원 2명이 북한을 방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방북 의원은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짐 리치 아태소위원회 위원장(공화당)과 톰 랜토스 하원 의원(민주당)이며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나 6자회담 재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톰 랜토스 하원 의원은 올 초에도 북한을 방문하여 북의 핵심 외교관들과 막후 접촉을 하였다. 그때 북은 랜토스 의원에게 ‘미국과 친구로 되고 싶다’는 말을 하였으며 계속 미국이 핵공격위협을 가한다면 북은 핵억제력을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경고도 전달하였다. 그리고 이후 곧바로 핵보유 선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것을 통해 북은 랜토스 의원을 비중 있는 미국의 정치인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그런 의원을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까지 손에 들려 북에 보내는 것은 북을 6자회담에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증거이며 무엇인가 북미관계 개선의 분기점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결론을 추리할 수 있겠다.

6자회담 상황을 이제 한 마디로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진심으로 북한과 관계개선의 의지가 있어 6자회담장에 나왔건 아니면 정동영 장관을 만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공세에 어떻게든지 대처하기 위한 꼼수로 나왔건, 그것도 아니면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명분 쌓기 용으로 나왔든 건 간에 북미대결의 본질적 단계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북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의 판단과는 정반대로 북이 미국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이룰 결정적인 기회임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다. 일관된 입장이기는 하였지만 사실 요즘처럼 북이 한반도 비핵화와 세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를 편 적은 흔치 않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4일 조국광복 60돌 경출 중앙보고대회 경축보고에서 "전 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은 김일성 동지의 유훈이고 우리의 최종 목표"라며 한반도 비핵화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백남순 외무상도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까지 나서서 러시아 풀리코프스키 특사를 만나 이런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마치 미국에게 대화로 핵문제를 풀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2·10 핵보유 선언이후 계속되었던 ‘핵무기고’를 늘려가겠다는 발언과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할 권리가 있다’는 공세와는 분명히 대비되는 입장들이다. 당분간 북한은 더욱 이런 한반도 비핵화 의지와 핵확산금지조약 복귀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은 6자회담의 타결되어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되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타결되지 않더라도 북한은 국제사회에 ‘한반도 비핵화’와 ‘세계평화체제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인식시켰기에 차후 행동을 펼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결정적인 이유는 못 되지만 북한의 경제가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는 것도 북의 차후 행동의 폭을 넓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이 6자회담에 다시 나올 것인지 만약 6자회담이 파탄난다면 차후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미국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자주민보와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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