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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몰라도 조릿대 등은 등산을 하다보면 꽃이 피어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즉, 조릿대는 매년 꽃이 피는 것이죠. 하지만 일반 대나무는 그 꽃을 평생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오랜 세월에 어쩌다 한 번씩 피는 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보기 힘들다던 대나무꽃이 저희 동네에 피었습니다. 전남 담양군 대전면 병풍리 나곡마을 일원에 핀 대나무꽃은 금년 봄에 피기 시작하였는데 지금 대밭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나무꽃이 피면 난리가 나거나 한다고 하는 게 이렇게 대꽃이 피노라면 대밭에 있는 대나무가 한꺼번에 사그리 죽어버리기 때문이죠. 신기한 것은 그렇게 죽은 대밭에서 다시 대가 살아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나무가 꽃이 피고 죽게 되는 과정에 대한 연구가 아직도 미진하기만 합니다. 현대과학으로 풀 수 없는 신비한 것들 중의 하나이죠.
대꽃의 개화에 관하여는 여러 이론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대숲의 토양에 무기 영양소가 부족하거나 그들 성분 사이의 불균형이 원인이 되어 개화한다는 영양설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대나무는 종류에 따라 3년, 4년, 20~25년, 30년, 60년 또는 120년마다 개화한다나는 주기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왜 일정주기가 지나야 개화하는지에 대해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담양에서는 1960년과 1962년에 수북면 일대 대나무숲에서 대꽃이 피었고 1970년에는 담양읍 향교리 일대에서 대꽃이 피어 다음 해 다시 죽순이 나와 대나무숲이 자동으로 재생되었습니다.
대꽃이 피었던 연도를 보면 주기설도 무의미하고 영양설도 크게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렇게 대꽃이 피는 원인에 대해 아직까지도 설왕설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만 조금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기후설입니다.
대나무는 아열대성 식물이므로 추운 지역에서는 자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겨울철의 날씨가 이상저온으로 내려 갈 경우에 뿌리와 땅속줄기 등이 얼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땅속줄기가 서로 그물망처럼 얽히고설켜 있어 대꽃이 피게 되면 동시에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떻든 아직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대꽃에 관한 비밀을 안고 너희들이 이젠 제대로 연구해보라는 듯 대꽃이 피었습니다.
대꽃이 피고 나면 열매가 맺히는데 이를 죽실이라고 한답니다. 죽실은 전설상의 새인 봉황이 먹는 먹이가 되는 거구요.
하여 소쇄원에는 주인이 그토록 흠모했던 스승과 같은 훌륭한 성인을 기다리는 마음에서 초입에 대봉대가 있고 대봉대 앞에는 봉황이 오면 둥지를 틀 오동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이며 입구의 대숲은 봉황의 먹이를 위하여 심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의미 있는 꽃이 대꽃입니다. 그런 대꽃이 피었는데도 아는 이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대에 난국을 헤쳐 나갈 봉황을 보내기 위하여 하늘은 저리도 대꽃을 피우는데, 어서 빨리 열매 맺어 봉황을 먹여 힘을 내게 하여 위풍당당한 우리 조국을 만들라는 뜻인 듯한데 우리는 이렇게 그저 멍하니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숲에 서걱이는 바람소리는 청명한 가을을 부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멀티채널을 꿈꾸는 인터넷 담양신문 "담양저널(www.dyj.co.kr)"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