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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영산 호위하에 누렇게 익어가는 벼
ⓒ 한석종
▲ 팔영산 제1봉 유영봉, 평평한 암봉 위에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꿈 속의 선경이로다.
ⓒ 한석종

백두대간의 줄기가 도도히 뻗쳐 형성된 우리나라 각 지방은 그 산세가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강원도나 경상도 지역의 산세는 가파르고 험준한 데 비해, 남도지방의 산세는 그야말로 오붓하다.

이러다보니 남도지방의 산행에 나설 때에는 조금 느슨해지고 얕보는 경향이 나도 모르게 생긴다. 더군다나 해발 600여m 밖에 안 되는 남도 끝자락에 위치한 팔영산은 나의 그 오만방자함에 기름을 붓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하산할 때에는 작은 고추의 매운맛을 톡톡히 감내해야만 했으며 그런 나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 팔영산 등산 안내도
ⓒ 한석종
전남 고흥 땅에 들어서면 여덟 개의 고만고만한 봉우리가 힘을 합쳐 그 옛날 이순신 장군이 남해바다를 호령하듯 우뚝 서 있다. 그 기개는 당당하고 그 경관은 오묘했으며 또한 기이했다. 그 산이 바로 여덟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진 팔영산이다.

팔영산은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산이다. 그 웅장함은 영암 월출산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나, 월출산의 암봉은 한 쪽으로 치우쳐 아쉬움이 남지만 팔영산은 제 1봉에서 제 8봉에 이르기까지 기기묘묘한 암릉이 제6봉을 중심으로 골고루 퍼져 그 묘미가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또한 날씨가 맑은 날에 정상에 오르면 저 멀리 대마도까지도 조망이 가능하고 기암괴석 앞에 펼쳐진 다도해의 절경이 가히 일품이다.

팔영산 자락에는 예전에 화엄사, 송광사, 대흥사와 함께 호남 4대 명찰로 꼽히던 능가사를 비롯하여 경관이 빼어난 신선대와 강산폭포 등 명소가 많다. 남동쪽 능선 계곡에는 팔영산 자연휴양림이 잘 조성되어 있어 여름철에는 많은 사람이 찾아와 산림욕을 즐긴다.

산은 해발 608m로 낮지만 능선은 험준한 암릉으로 이어져 여덟 봉우리를 다 섭렵하기에는 상당한 땀과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암릉마다 위험구간은 철사다리와 난간, 쇠사슬과 고리 등 안전 도우미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산행을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산행 들머리에서 백여m 오르면 능가사가 나오고 능가사 돌담길을 따라 왼쪽 길으로 십여분 쯤 오르면 두 갈래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은 돌아올 길로 남겨놓고 왼쪽 길을 잡아 접어들면 어디선가 개울물 소리가 뒤따라와 함께 동행하자고 보챈다.

삽십여 분 정도 오르면 마당바위 삼거리가 나온다. 더욱 더 가파라진 산길을 따라 이십여 분 더 오르면 제1봉인 유영봉에 닿는다. 그 정상에 서면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 너머로 다도해의 아름다운 절경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 팔영산 후광으로 풍작을 이룬 밭작물, 콩 타작에 분주한 촌부의 마음은 벌써 가을이 물들어 있다.
ⓒ 한석종
제 1봉부터 제 8봉까지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봉우리가 높아져가며 봉우리마다 색다른 묘미를 연출한다. 여덟 개의 봉우리 중 제4, 5봉 구간의 산행코스가 가장 힘들다.

제 6봉을 오르는 길은 절벽과 같은 급경사를 이루나 난간과 디딤판이 잘 설치되어 있다. 또한 제 6봉과 7봉 사이에는 평평한 오솔길이 있어 산행의 운치를 더해준다. 제7봉을 지나 8봉 사이에는 작은 봉우리가 하나 더 있는데 이곳은 이름이 없어, 여덟 개의 봉우리에 하나를 더 덤으로 얹어주니 남도의 인심이 참으로 후하다!

제6봉에서 제7봉을 오르려면 통천문을 지나야 하며 제 7봉에 올라서면 드디어 정상에 다 오른 듯하여 쾌재를 부르기 십상이지만 곧 너무 성급했음을 깨닫게 된다.

왼편으로 펑퍼짐하게 뻗은 암릉을 따라 십여 분쯤 더 가야 비로소 팔영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제8봉에 이르게 된다. 정상에 오르면 아스라이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도해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바다가 아니다. 그림 속의 바다다.

맑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점점이 떠 있는 섬들과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살포시 안겨오는 파도가 한동안 비우지 못했던 가슴 속의 먼지를 깨끗이 쓸어낸다. 세속의 욕심은 이렇듯 산에 올라야 비워지나 보다.

하산길은 제8봉에서 5분 정도 남쪽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울창한 송림을 뚫고 내려가는 하산길은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한 여름에도 온전히 그늘을 만들어 주며 험난한 여덟 봉우리에 쏟은 땀을 식혀주며 노고를 달래준다.

▲ 옥수수 너머로 장쾌하게 펼쳐진 팔영산 여덟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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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가사 입구에서 바라본 팔영산 여덟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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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즈늑한 팔영산 자락에 자리잡은 능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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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봉에서 바라본 제2, 3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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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8봉에서 바라본 제 7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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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8봉에서 바라본 다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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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행길잡이 

능가사 - 제1봉, 유영(儒影)봉- 제2봉, 성주(聖主) - 제3봉,생황(笙簧) - 제4봉, 사자(獅子) - 제5봉,오로(五老) - 제6봉 두류(頭流) -제7봉, 칠성(七星) - 제8봉, 적취(積翠)봉- 능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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