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섬의 이름은 상중도. 이 섬의 아래쪽으로 하중도가 있고 그곳에 중도유원지가 있다. 소양강과 모진강이 이곳에서 합쳐지며 모진강의 방향으로 물길을 거슬러 오르면 고구마섬과 고슴도치섬이 있다. 의암호의 섬들에 오늘 안개와 저녁이 함께 밀려들고 있다.
다리는 어디로 가고 다리의 다리만 남았다. 다행히 두 다리가 남아 외롭지 않다. 다리는 왼쪽으로는 섬을 두고, 오른쪽으로는 뭍을 두었다. 그러나 저녁이 밀려들면 섬과 뭍은 모두 한배의 자식임을 확인이라도 하는 양 모두 물에 뜬 섬의 형상이 된다.
다리 왼쪽의 섬엔 시간이 흐르면서 저녁의 어둠이 점점 짙어진다. 섬의 어둠은 아늑하다.
다리 오른쪽의 뭍은 시간이 흐르면서 빛을 밝힌다. 빛은 여름이면 밤새도록 강으로 발을 뻗고 한낮의 더위를 식힌다.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한 섬과 뭍처럼 다리도 물결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한 채 밤을 보낸다.
두 다리의 소원함이 안쓰럽다면 밤엔 그 둘을 얼마든지 하나로 묶어줄 수 있다. 약간 상류쪽으로 다리품을 팔아 자리를 옮기면 당신은 다리의 하나된 밤을 주선한 사랑의 메신저가 된다. 그 사랑의 품에서 잠시 다리를 쉬고 있는 새 한 마리의 휴식이 따뜻해 보였다.
강은 밤이 되면 어둠의 깊이를 더하여 더욱 깊어진다. 깊은 강은 더욱 조용하다. 물풀들이 그 깊은 고요 위에서 오늘의 잠을 청한다.
물빛을 제대로 보려면 밤이 조금 깊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잠깐 강이 제 속의 빛깔을 보여준다. 그 빛은 온통 푸른빛이다. 그러면 섬도 강의 빛에 물든다.
혹 뭍이 밤마다 불을 켜드는 것은 사실은 강의 그 푸르고 시린 빛을 밝히려 함이 아니었을까.
의암호의 밤이 깊어가면서 강의 푸른빛도 함께 짙어진다. 보트의 형상을 빌린 백조를 타고 사랑을 속삭였을 한낮의 연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들이 묻혀간 한낮의 투명한 물빛이 지금쯤 푸르게 일렁이고 있지 않을까. 그 속에서 그들의 사랑 또한 푸르게 일렁이고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습니다. 블로그 --> 김동원의 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