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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근산의 분화구. 전설에 따르면 이 분화구는 설문대 할망의 궁둥이 자리라 합니다.
고근산의 분화구. 전설에 따르면 이 분화구는 설문대 할망의 궁둥이 자리라 합니다. ⓒ 김강임
서귀포 70경. 이번에는 조망이 아름다운 고근산을 찾아 나섰다. 고근산은 한라산의 분신인 제주의 오름 중의 한 곳으로 서귀포의 신시가지를 감싸고 있는 기생화산이다.

396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사람들은 이 산을 근처에 산이 없어서 '외로운 산'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고근산 입구에 다다르자, 외로운 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산책과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오름이라하여 숲이 우거지고 길이 없어 오름 탐사를 해야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잘 정비 된 산책로가 조금은 실망감을 안겨줬다.

고근산 산책로에는 벌써 낙엽이 집니다.
고근산 산책로에는 벌써 낙엽이 집니다. ⓒ 김강임
고근산으로 들어가는 산책로는 벌써 가을이 지고 있었다. 떨어지는 낙엽 위에 아직 여물이 들지 않은 밤송이가 툭 떨어진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하늘을 찌를 듯한 삼나무와 편백나무, 해송과 밤나무가 빽빽이 늘어서 있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한기팔 시인의 '고근산'과 김소월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가 저마다의 가슴에 시인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한기팔님의 '고근산'이라는 시는 고근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시구의 절절함을 체험토록 한다.

산책로 입구에서  한기팔 님의 '고근산'이라는 시를 읽어 보세요.
산책로 입구에서 한기팔 님의 '고근산'이라는 시를 읽어 보세요. ⓒ 김강임

아내에게 말한다
죽어서 우리 둘이는
들풀에 메이는 바람이 되어
풀잎은 흔들다가
죽어진 죄로 죽어진 죄로
고근산만 망연히 오르내리라고


들풀, 바람, 풀잎. 시인이 고근산에서 보았던 자연의 모습을 얼마나 구구절절 했으면 '죽어진 죄로 죽어진 죄로 고근산만 망연히 오르내리라고' 말했을까?

아이를 업고 고근산을 오르는 서귀포 아낙
아이를 업고 고근산을 오르는 서귀포 아낙 ⓒ 김강임
꼬불꼬불한 계단을 밟고 한 계단 한 계단을 올라가노라면 마치 누군가의 험난한 인생길을 걷는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된다. 아기를 업은 한 아낙이 뚜벅뚜벅 계단을 오른다. 혼자 몸도 올라가기 힘이 들 텐데 아이를 업고 가는 아낙의 어깨는 얼마나 무거울까? 그러나 아낙은 홀연히 고근산 속으로 사라진다.

ⓒ 김강임
어느 스님은 산은 산이고 물을 물이라 했건만 사람들은 산을 오르면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찾고자 한다. 그것은 고근산 중턱에 쌓아 놓은 돌무덤이 인간의 '탈'을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고근산 정상의 분화구는 우거진 숲으로 쌓여 있었다. 이 분화구를 설문대할망의 전설을 묻어 놓은 곳이다. 설문대할망의 전설을 확인하기 위해 분화구를 따라 한 바퀴 돌아보았다. 분화구는 그리 깊지 않았지만 분화구 주변에는 온갖 가을꽃들이 소곤거린다.

분화구를 걷다보면 멀리 서귀포월드컵 경기장이 보인다.
분화구를 걷다보면 멀리 서귀포월드컵 경기장이 보인다. ⓒ 김강임
설문대할망에 대한 전설은 많지만 고근산과 얽힌 이야기를 참으로 흥미롭다. 표고 396m, 비고 171m, 둘레 4327m인 고군산 분화구는 설문대 할망이 심심할 때 한라산을 베개 삼고 고근산 분화구에 궁둥이를 얹어 범섬에 다리를 걸치고 누워서 물장구를 쳤다고 한다. 그러니 이곳이 바로 설문대할망이 신선놀음했던 궁둥이 자리가 아니던가?

분화구를 따라 산책을 해 봤더니 10여분 정도를 걸어야 했다. 설문대할망의 궁둥이가 이렇게도 넓었을까? 물론 할망이 거구였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전설의 분화구를 걸어보니 그 의미가 새롭다.

고근산은 조망이 아름다워 서귀포시의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듭니다.
고근산은 조망이 아름다워 서귀포시의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듭니다. ⓒ 김강임
분화구를 따라 걷다보면 우거진 해송 사이로 각시 바위가 보이고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이 보인다. 그리고 마치 서귀포의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다. 아니 한여름에 쏟아지는 소낙비를 맞으며 걷는 느낌이랄까.


 

덧붙이는 글 | 고근산은 서귀포시가 지정한 서귀포 70경 중 한 곳으로, 산책로 입구에서 분화구까지는 왕복 1시간 정도 걸린다.

 고근산 찾아가는 길은 제주공항-중문-서귀포시청-고근산으로 1시간 정도 걸린다.

 주변관광지는 엉또폭포, 강창학 공원, 한국야구명예전당, 범섬, 강정천, 서귀포월드컵 경기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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