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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테이가 지난 8월 27일 일본 오사카(大阪) 그랑큐브에서 단독 콘서트를 갖고 있다.
가수 테이가 지난 8월 27일 일본 오사카(大阪) 그랑큐브에서 단독 콘서트를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당
광복 60주년을 맞이해 한국산 대중문화의 일본 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80∼90년대 단속에도 불구하고 일본 대중문화가 음성적으로 유입되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난 8월 28일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민단)과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총련) 그리고 일본 주민들의 대동제 성격을 띠고 있는 '하나 마투리'가 열린 오사카 그랑큐브(국제회의장)만 해도 가수 이안(Lee &)의 공연 전에 K-Wave 주최로 가수 테이의 단독공연(26-27일)이 열렸으며, 가수 신승훈의 콘서트도 뒤를 이었다. 이곳에선 테이를 '발라드의 황태자'로, 신승훈을 '발라드의 황제'로 묘사했다.

일본 한류 열풍의 진원인 '겨울연가' 같은 영화의 주제·삽입곡만을 모아서 영상과 함께 들려주는 '한국 영화음악 콘서트'도 오사카(9월 30일)를 시작으로 나고야(10월 4일)를 거쳐 도쿄(10월 5일)에 입성하는 일본 '순회공연' 일정이 잡혀 있다. 라이브가 아닌 영화음악 감상인데도 A석 예매권이 1만500엔(한화 10만원)이다.

일본의 카네기홀 '도쿄 무도관'에서 첫 공연 테이프 끊은 박용하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 최대의 테마파크형 전자제품 총판매점인 요도바시 가전백화점에 따로 설치된 '한류 코너'.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 최대의 테마파크형 전자제품 총판매점인 요도바시 가전백화점에 따로 설치된 '한류 코너'. ⓒ 오마이뉴스 김당
일본에서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남자가수 박용하와 비, 그리고 류시원은 일본의 카네기홀이라 할 수 있는 도쿄 무도관에서 잇따라 라이브 무대를 갖거나 가질 예정이다. 이미 박용하가 첫 테이프(8월 22일)를 끊었고, 비(9월 2~3일)에 이어 류시원(11월 20일, 23일)이 K-POP 실력을 선보이게 된다.

무도관은 전설적인 그룹 비틀즈가 1966년 첫 콘서트를 연 이래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기를 희망하는 대표적인 공연장으로 약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올해 초 일본 전국투어 14회 공연표를 하루 만에 매진시켰던 박용하는 8월 22일 도쿄 무도관과 9월 28일 오사카 콘서트 티켓 1만8000장을 예매 시작 10분만에 모두 팔아치울 만큼 일본팬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7만엔짜리 티켓이 일본 경매 사이트 야후 옥션에서는 100만원에 거래될 정도다.

일본 정치인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박용하는 10월 11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앙드레 김 패션쇼에도 탤런트 김태희와 함께 설 예정이다. 이번 패션쇼는 앙드레 김이 일본 한국문화원 초청으로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준비하는 것이다.

한류에 대한 일본인들의 뜨거운 관심은 오사카 최대의 테마파크형 전자제품 총판매점인 요도바시 백화점에 따로 설치된 '한류 코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곳에서는 '말아톤' '봄날은 간다' '어린 신부' '인어공주'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의 한국영화 DVD 수십 종이 진열돼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영화의 일본내 상영이 한 달에 5~6편에 이르고 현재 일본에서 방송중인 한국 드라마가 60여 편에 이를 만큼 각광을 받고 있다. 처음부터 아시아시장을 겨냥해 만든 배용준 주연의 '외출'이 700만달러(약 70억원)에 판매되는 등 영화는 올 상반기에 3천만 달러의 일본 수출을 기록했다.

차고 넘치는 한류 스타들...홀대 받는 금강산가극단

유서깊은 총련계 예술단인 금강산가극단의 무용 '상모와 장고' 리허설 장면.
유서깊은 총련계 예술단인 금강산가극단의 무용 '상모와 장고' 리허설 장면. ⓒ 오마이뉴스 김당
이런 현상은 80~90년대 일본 가요와 애니메이션 등의 일본 대중문화가 국내에 음성적으로 유입된 상황과는 180도 바뀐 것이다.

이에 비해 북조선의 '조류'(朝流)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은 무관심을 넘어서 냉담하기조차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강산가극단의 경우이다. 물론 대중문화와 전통예술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가극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 실태는 매우 대비적이다.

금강산가극단은 1955년 재일조선중앙예술단을 전신으로 창립해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유서 깊고 수준 높은 예술단이다. 그러나 총련계라는 이유로 2000년 12월 6·15 남북공동성명 발표 이후의 화해 분위기에 힘입어 처음으로 한국 공연을 가졌으며, 작년에는 윤도현밴드와 함께 합동 공연을 했을 뿐이다.

단원이 60여명인 금강산가극단은 도쿄에 근거지를 두고 교포 대상으로 정기공연을 갖는 한편으로 일본인을 대상으로도 지역 순회공연을 갖고 있지만 일본 현지의 반응은 뜨거운 '한류 열풍'에 비하면 차갑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이들을 또한 해마다 참석하는 평양 4월축전 등 1∼2회 북한 공연 외에도 러시아, 독일, 미국, 중국 등 해외공연을 갖고 있지만 '조선(북한)'식 전통예술을 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단은 경제적 사정이 크다.

우선 본국(북한)의 경제사정이 어렵다보니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북한 가극단은 일본 정부가 입국허가를 잘 내주지 않기 때문에 금강산가극단은 일본에서 북한 정부를 대신해서 조선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인데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 '조류'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없다보니 공연수입만으로는 극단을 유지할 수가 없다. 단원이자 공연조직을 담당하는 이영수 부국장은 "공연 수익만으로는 가극단을 유지할 수 없어 총련계 상공인들이 중심이 되어 지원하는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권의 북한 적대정책이 냉대 배경...북일 관계정상화가 관건

오사카 중심가에서 연설 준비중인 고이즈미 총리의 총선 유세차량.
오사카 중심가에서 연설 준비중인 고이즈미 총리의 총선 유세차량. ⓒ 오마이뉴스 김당
결국 '한류'에 뜨거운 관심을 보일수록 '조류'에 차가운 이 비대칭적인 상황은 일본 정부의 북한 적대시 정책 탓이 크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도 일본내 '욘사마'(배용준)의 인기에 빗대어 자신이 '준사마'가 되겠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북한 정치·문화에는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 공연 기획자는 "영화 <겨울연가>에서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이미지로 일본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박용하의 경우, 일본 정치인들이 대중집회에 서로 초청하려고 하지만 금강산가극단을 초청해 대중의 관심을 끌려는 정치인은 없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일본 정치인들의 대북 적대시 발언이 대중의 북한 정치·문화 혐오감을 낳고, 이런 혐오감이 다시 정치인으로 하여금 정치집회에 북한 문화예술을 기피하게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류'는 한국문화원 등을 통해 사실상 정부로부터 범정부적 지원을 받고 있다.

일본 대중의 냉담한 반응을 극복하기 위해 금강산가극단은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김연자와 교토에서 합동공연을 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조·일(북·일) 국교정상화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인지 이영수 부국장은 "김연자씨와 합동공연을 한 것도 우리들의 공연이 조일 국교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희철 총련 오사카본부 문화부장도 "지금 한류에 비하면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조일수교가 되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이 널리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한류'와 '조류'는 상호보완의 관계이지 '제로섬' 관계는 아니다. 따라서 '한류'에 뜨거운 관심을 보일수록 '조류'에 차가운 일본의 비대칭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북·일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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