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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가늠하는 데 인터넷은 무시 못할 변수다. 권력은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어색하지 않다. 이는 인터넷을 장악하기 위한 다양한 세력들이 각축을 벌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포럼 사이트는 이런 논쟁의 틈바구니에서 중요한 진지 역할을 한다. 망망대해라 불리는 인터넷 바다에서 스스로 나침반과 등대임을 자처하는 이들이 모여 갑론을박을 통해 중지를 모은다. 그곳은 어디에 있으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블루오션, 정치토론 사이트의 탄생

▲ 정치 토론 사이트. 상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프라이즈, 폴리티즌(구 동프라이즈), 중프라이즈, 남프라이즈.
정치토론 사이트의 선두 주자로는 서프라이즈가 꼽힌다. 서프라이즈의 '서'는 서영석 기자의 성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사이트를 만들 당시 그는 '블루오션'을 개척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서프라이즈는 민주당이 분당 사태를 맞이하듯 남프라이즈, 중프라이즈, 동프라이즈(이후 '폴리티즌'으로 개칭)로 분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시대소리도 이런 산고속에 태어난다.

또 '신나게 개혁하자' 노하우21도 한 축을 담당하는 광장이다. 한겨레의 한토마나 대자보 쟁점토론, 안티조선을 표방하는 우리모두도 수준 높은 논객들이 활동하는 공간이고, 진보누리 역시 칼럼의 논리라면 빼놓을 수 없는 베이스캠프다.

디시인사이드는 정치토론 사이트로 보기에는 무리나 '시사갤'에 간혹 등장하는 촌철살인은 백마디 말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임종석 의원은 디시인사이드 측에 요청해 '임종석 갤러리'를 개설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위와 성격을 달리해 대척점에 서있다고 볼 수 있는 프리존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뉴라이트닷컴도 부쩍 성장하고 있다. 서프라이즈 모델을 차용해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는 조선일보의 조독마, 데일리안의 데안토, 조인스닷컴의 디국 등도 미디어에 종속된 한계를 넘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십인십색, 각자의 색깔은?

어느 사이트든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 의사 결정이 위에서 아래로 하달되는 구조가 아니며 정당처럼 당론을 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글자 그대로 '광장'에서 공론이 모이는 모습이다.

누구나 논리와 감성으로 무장한 설득으로 많은 지지를 받으면 유명논객으로 부상하게 된다. 가령 서프라이즈 논객 '산맥처럼'은 일반논객에서 대표필진으로 자리를 옮기고, 최근에는 경찰 수사권 독립과 사법개혁이라는 주제로 오프라인에서도 활약해 지지를 끌어내고 있다.

각 포럼에 색깔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사이트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글이 다른 포럼에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정치 견해가 너무 극명해 당파성에 매몰되는 문제점이 노출될 정도다.

서프라이즈 대표게시판은 '노짱 게시판'으로 명명되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 유시민 의원 등과 운명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글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손을 흔드는 모습이 걸려 있는 남프라이즈 현안토론 게시판 이름은 '햇볕토론', 스페셜 게시판에는 '지역등권의 길'이 있다. 민주당과 흐름을 같이하는 것으로 읽힌다. 동프라이즈는 폴리티즌으로 개칭했는데, 개혁을 표방하며 특정정파나 정당에 봉사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밝히고 있다.

중프라이즈는 최근 한 언론사에서 '친민주당 계열 개혁성향의 정치웹진'으로 분류한 점에 항의하는 공지를 띄워 "노 대통령의 숙원인 동서 지역통합,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바람인 남북평화통일을 위해 도움이 되고자 설립된 정치웹진"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세상을 밝히는 자유의 힘' 프리존 주제별 게시판에는 '열우당/노빠'라는 분류가 등장한다. 링크되어 있는 정당도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열린당, 민노당 순으로 표기되어 있다.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현재 북한 인권문제에 방점을 찍는다.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부에 비판적인 글이 인기가 높다.

'자유주의자의 시대담론' 뉴라이트닷컴은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논쟁보다는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를 아울러 선도하려는 의지가 읽힌다. 비평과 분석 중심으로 담론을 생산하려는 인프라가 돋보인다.

서서히 '레드오션'으로

▲ 보수적인 색채의 프리존(www.freezone2005.com)과 뉴라이트닷컴(www.new-right.com).
랭키닷컴에 따르면, 프리존은 최근 8월 31일 발표된 통계에서 노하우21을 누르고 정치포럼 분야 2위로 올라섰다. 물론 사이트 순위정보가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방문객 비중이 해당 사이트 영향력을 측정하는 유일한 기준도 아니다. 하지만 프리존이나 뉴라이트닷컴이 성장세를 달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여기에는 기존 언론의 지원사격도 일조를 하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대의 핵심인사로 활동중인 연세대 유석춘 교수는 7월부터 프리존에 '파사헌정'이라는 고정칼럼란을 마련해 논객으로 활동중인데, 최근 그가 쓴 '밥통으로 본 한국 현대사'라는 글은 <조선>, <중앙>, <문화> 등 일간지에서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조선닷컴은 뉴라이트에 올라오는 칼럼을 메인 탑에 바로 인용하고 해당 사이트를 직접 링크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도 순위권에 오르는 조선닷컴이 뉴라이트를 견인하는 힘이 예사롭지 않다.

반면 서프라이즈의 경우 초창기 대표필진 상당수가 빠져나갔다. 서영석 기자의 '삐딱뷰정치' 칼럼이 연재목록에서 빠진 것을 비롯해 변희재, 공희준씨 등 대표논객도 견해차를 드러내며 떠났다. 최근에는 대표필진을 이끌던 김동렬씨도 자신의 글이 호응이 안 좋은 것을 표면상의 이유로 내세우며 글을 모두 삭제하고 '박력의 정치' 칼럼을 중단했다.

인터넷사이트 특성상 소수의 대표필진에 의존하는 논의 구조는 아니어서 대표필진 비중으로 흥망을 논할 수는 없다. 또한 새롭게 부상하는 포럼들은 형식면에서 기존 사이트를 벤치마킹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리존이나 뉴라이트닷컴에 공들인 칼럼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고 방문 네티즌들도 이 글에 호응하고 있다. 이제 붉게 물들어 '레드오션'으로 변해가는 정치포럼 사이버공간이 춘추전국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정치문화 향상에 기여하길

서프라이즈는 '진짜 칼럼주의'를 표방한다. 어정쩡한 양비론을 배격하고 지향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프리존 역시 '정치적 위선'에서 벗어난 자유지대를 모토로 내걸었는데 역시 호불호를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여타 포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이 모여 선명성을 추구하다보니 상대에 대한 혐오가 확대 재생산 되는 일이 허다하다. 여기에 인터넷의 자극적이고 직선적인 글쓰기까지 가해지면 '광장'으로 기능하는 역할이 마비되지 않을까 우려를 낳기도 한다.

그러나 독선적이고 자극적이라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치토론 사이트는 참여와 토론을 끌어내는 순기능이 매우 크다. 우리 사회 높은 IT인프라 수준과 통신기술이 정치문화 수준도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 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 위 글에 나온 정치토론 사이트 주소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
남프라이즈(www.namprise.com)
중프라이즈(www.joongprise.com)
동프라이즈(www.politizen.org)
시대소리(www.sidaesori.co.kr)
진보누리(www.jinbonuri.com)
노하우21(www.knowhow21.co.kr)
한토마(hantoma.hani.co.kr)
대자보(www.jabo.co.kr)
우리모두(www.urimodu.com)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프리존(www.freezone2005.com)
뉴라이트닷컴(www.new-r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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