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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퇴근 시간 30분 전엔 꼭 집으로 전화를 해온다. 별다른 자상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서이다. 남편의 전화를 받자마자 나는 곧바로 밥을 한다.

기름기 잘잘 흐르는 금방 지은 따뜻한 밥은 별다른 반찬 없이 그저 밥만 먹어도 맛있다. 남편이나 아이는 금방 지은 밥을 한 입 가득 넣고는 꼭꼭 씹어가며 아주 달게 먹는다. 특히나 이곳 김포에 살고부터 남편의 밥맛에 대한 칭찬은 질리지도 않는지 밥상머리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예로부터 '밥이 보약'이란 말이 있다. 삼시 세끼 우리네 밥상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는 밥. 우리 민족의 주식인 밥은 우리네 삶에 있어 공기만큼이나 중요한 생명의 근원이다.

▲ 한반도 최초의 벼 재배지 김포
ⓒ 김정혜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김포는 생명의 역사를 시작한 아주 중요한 기원이 되는 곳이다. 5천년 전 한반도에서 최초로 벼농사가 시작된 곳이 바로 이곳 김포이다.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의 발전을 가져온 농경문화는 5천년의 세월 동안 김포를 곡창지대로 만들어 놓았다.

온통 초록의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한, 끝없이 펼쳐진 김포들녘. 끈끈한 생명을 끌어안은 그 들녘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라 칭한들 누가 감히 어이없다 하겠는가.

그런데 그 아름다운 그림 속으로 유유히 배가 떠다니는 상상을 한번쯤 해본 적이 있는가. 상상만으로도 무척이나 환상적이고 황홀한 설렘에 가슴이 뛴다. 하지만 그 상상이 이제 곧 현실이 되려 한다.

▲ 행사장 전경
ⓒ 김포저널
급속한 도시화에도 불구하고 김포는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을 아직은 드넓은 들녘이 차지하고 있다. 그 들녘 곳곳으로 혈관처럼 뻗은 농수로. 그 농수로에 배를 띄우는 참으로 상상조차 해볼 수 없었던 일이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되었다.

'노를 저어 미래로'라는 힘찬 외침 아래 오는 9월 10일 열리게 될 '김포 농수로 뱃길 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김포 농수로 뱃길 축제는 <김포저널>이 주최하고 농업기반공사, 김포시, 김포문화원, 신김포농협, 김포금쌀연구회, 해병2사단, 김포경찰서, 상공회의소, 한전 김포지점, 그린베레(해병대생면훈련단) 등이 후원하는 대대적인 축제이다.

▲ 김포저널 편집국장 곽종규씨
ⓒ 김정혜
이번 축제를 주최하는 <김포저널> 곽종규 편집국장은 이번 축제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농수로는 오랜 세월 농경지에 용수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했으나 농경지 주변에 대규모 도시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문화공간의 의미를 갖게 됐다.

황금들녘을 가로지르는 농수로에 뱃길을 만들면 도시 속 운하역할과 함께 농업이 현대시민에게 주는 또 다른 혜택이 된다. 생명과 깊은 관계를 지닌 농수로를 생명의 학습장으로, 그리고 경쟁력 갖춘 김포만의 축제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이 축제가 갖는 의미다.

천천히 노를 저어 주변에 이어진 생명의 현상을 함께 호흡하고 우리 김포가 가진 역량을 가슴에 담는 것은 또 다른 가치 창출이며 자연스런 김포 체험이다. 따라서 농수로 뱃길을 여는 축제는 미래로 세계로 열려 있는 공간임을 확인하고 정체성을 공유하며 그 가능성을 함께 느끼는 작업이다."


덧붙여 그는 '김포 농수로 뱃길 축제'가 곧 "생명과 평화의 축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포는 특히 쌀농사를 배경으로 한 생명문제와, 북한과 가장 인접한 분단의 첫번째 지역이란 지역적 특성으로 인한 평화문제가 자연스럽게 연계된 지역이니만큼 이번 축제가 그에 걸맞는 연속성을 지닐 수 있다고도 말한다.

▲ 김포 농수로 뱃길축제를 위한 점검과정
ⓒ 김포저널
이번 축제는 총 2부로 나누어 진행된다. 1부는 '노를 저어 미래로'라는 주제 아래 시민 300명이 직접 배에 승선하여 총 2구간으로 나뉘어 있는 농수로를 항해하는 것이다.

해병 2사단 군악대의 축하연주 속에 고령의 농부 2명을 태운 배를 선두로 하여 첫 배가 출항하게 된다. 이어 10명씩 승선하게 될 기프트용 고무보트는 5분 간격으로 1대씩 출발하여 총 4km 구간을 항해하게 되는 것이다. 또 농부가와 농악 팀의 흥에 겨운 연주가 배를 따르며 울려 퍼지게 된다.

한편 승선 항해 전에는 '최초의 재배지에서 만나는 김포 햅쌀'이라는 주제 아래 김포쌀 행사가 열리게 된다. 쌀 음식 시연 및 판매, 햅쌀 행사, 5천년 전통 김포쌀에 대한 주변행사로 한반도 최초의 벼 재배지에서 김포햅쌀을 만나게 된다.

2부 행사는 '생명이 숨쉬는 평화의 땅, 김포'라는 주제 아래 제1회 김포농수로 음악회가 열리게 된다. 분단의 첫번째 동네 김포가 갖는 의미로 평화를 상징하고 김포농수로에서 시작해 한강을 통해 세계로 나아간다는 뜻 깊은 의미를 음악회에 담고자 한다.

음악회에는 강지원 변호사, 이성원, 소프라노 전슬기, 허현성, 남성합창단 휘오스, 그 외 다수의 러시아 연주자들이 출연하여 '러브스토리' '메기의 추억' '백만송이 장미' 등 우리들에게 익숙한 음악들을 연주하게 된다.

<김포저널>은 금년 행사에 이어 내년에는 농업기반공사와 공동으로 주최, 3일에 걸친 행사를 통해 농수로만으로 김포만의 특징을 갖춘 경쟁력 있는 축제로 활성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점차적으로 농수로를 시민들의 휴식ㆍ문화공간으로 키워갈 계획이라고 축제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곽종규 편집국장은 '노를 저어 미래로'라는 슬로건에 아주 깊은 애착을 보였다. 그건 바로 '느림의 미학'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숨가쁘게 급변하는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무조건 앞만 바라보며 질주하기보다 어느 하루 어느 한 순간에 생명의 근원인 김포들녘에 혈관처럼 뻗어 있는 농수로를 천천히 노를 저어 항해하며 우리의 미래를 다시금 느긋하게 설계해보자는 것이었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 어느덧 김포들녘은 황금물결이 일렁일 준비로 매우 분주하다. 그 분주함 속의 하루. 농수로에 띄운 배를 타고 천천히 노를 저어 저만치 앞에서 손짓하는 가을 속으로, 또는 가을 햇살 같은 눈부신 미래 속으로의 여행이 자못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김포저널>에서는 9월10일 열리는 '김포농수로 뱃길 축제'에 참여할 승선희망자를 접수받고 있다. 마감은 9월7일까지이며 접수는 전화 031-996-4181, 팩스 031-984-605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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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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