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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라도 아버지의 작품을 공개하겠다는 이 씨.
외국에서라도 아버지의 작품을 공개하겠다는 이 씨. ⓒ 김범태
'황소'의 민족화가 이중섭(1916~1956)의 미공개작 수 백점을 두고 미술계 안팎에서 불거진 위작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중섭의 차남인 태성(56, 일본 동경 거주)씨가 "한국이 원하지 않을 경우, 외국에서라도 아버지의 미공개 유작을 공개할 뜻이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6일 이중섭 타계 49주기를 맞아 부인 야마모토 마리코씨와 함께 망우리공원묘원의 아버지 묘소를 찾아 참배한 이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분위기가 아버지의 유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미공개 유작을 공개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흔들고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외국에서라도 아버지의 작품을 원하는 곳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미공개 유작이 몇 점인지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이중섭예술문화진흥회, 한국문화세계화연합 등 문화예술계 관계자와 지인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이씨는 "그동안은 일본의 분묘에서 아버지의 뜻을 기려왔는데, 기일을 맞아 이렇게 묘소를 직접 찾게 되니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히고 이중섭 타계 50주기를 맞는 내년쯤 "아버지의 시신을 이장할 뜻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위작파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대신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며 "반드시 명예회복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확신했다.

'만약 검찰 조사 결과 위작 판결이 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나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며 "가족의 소장품을 위작으로 판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묘소를 찾은 이태성 씨.
아버지의 묘소를 찾은 이태성 씨. ⓒ 김범태
그는 아버지의 작품을 경매에 내어 놓아 위작파문이 일어난 것과 관련해 "후회해 본 적 없다"고 말하면서도 "가족으로서 이보다 더 슬픈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 미술계에 섭섭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 씨가 아버지의 묘소를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 첫 방한 이후 오늘이 두 번째. 기일에 이곳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씨는 오늘 오후 두 번째 검찰조사를 받고, 7일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해당사자간 극한대립 양상을 보이며 한국 미술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중섭 그림 위작파문'은 이태성씨가 "아버지의 미공개 작품 15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발표한 후, 지난 3월 서울옥션 경매에 작품을 경매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간에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에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이씨가 경매에 내놓은 작품이 위작이라고 주장하고, 이 씨가 검찰에 감정협회를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섭 가장 젊은 시절 모습 담긴 사진 공개
<아트플러스> 9월호 ... 동경문화학원 재학시절 떠난 스케치 여행 모습

▲ 오른쪽에서 두 번째 앉아 있는 이가 이중섭 화백
ⓒ이중섭예술문화진흥회

그간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중섭의 희귀사진이 일반에 처음 공개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월간 아트플러스 9월호는 이중섭이 1936~7년경 일본 동경문화학원 재학시절 동창생들과 근교로 떠난 스케치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이중섭이 21~22세 때의 모습으로 지금까지 언론에 알려진 모습 중 가장 젊은 시절의 모습이다.

이는 이중섭의 문화학원 1년 후배인 타사가 유타카씨가 부인 마사코씨에게 기증한 것으로 화가 김병기의 모습도 함께 담겨 있다.

유타카씨는 “이중섭은 조용한 학생이었지만, 때때로 학교를 벗어나 홀로 사색하는 시간이 많았다. 아마도 고향과 민족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면서 “그러나, 그림을 그릴 때는 매우 열정적인 모습이었으며, 일제 시대였지만, 한국 민족에 대한 노래를 많이 불렀다”고 회고했다.

한편, 이중섭의 일본인 부인 이남덕(일본명 야마모토 마사코)씨는 이 잡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남편의 작품이 진위논란에 휩싸인 것은 자신에게 있어 “이전의 그 어떤 상처보다 크고 충격적”이라며 “진위논쟁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남편이 가족들을 위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그렸던 그림이나, 화구, 편지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나와 내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남편의 분신과 같은 유품을 돌려 달라”고 눈물지었다. / 김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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