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문화는 많은 부분이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 세계 최고의 글자로 칭송받는 ‘한글’을 비롯하여 한복, 풍물굿, 된장, 온돌방 등 손가락으로 꼽기가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가슴 속으로 느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저 막연한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통문화의 훌륭함을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체험하는 일이다. 실제 한글을 써보고, 한복을 입어보며, 풍물굿판에 들어가 보고, 된장을 먹어보며, 온돌방에 누워보아야만 한다. 그런데 그건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가능한 방법이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는 일일 것이다. 그런 사진도 그동안은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데 있어 글에 대한 보조역할에 그쳤었다. 하지만, 이제 그 사진이 전통문화를 알리는 주역으로 성큼 다가선다.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나서서 전통문화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하고 외친다.
바로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원복)과 남도지역 사진작가 단체인 뿔끄레회, 고향의 빛회(대표 강봉규)는 광복 60돌을 맞아, 날로 잊혀 가는 우리 전통문화와 예술을 새롭게 깨닫게 하고 남도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사진전 “사진본색 - 우리 멋, 우리 얼 - 한국의 미”를 9월 7일부터 9월 25일까지 열고 있다.
이 특별전은 숨결과 체취, 마음과 삶이 배인 우리 민족의 정서와 전통문화를 3년여 사진이란 애정 어린 시선의 조형언어로 담아 온 ‘뿔끄레회’와 ‘고향의 빛회’ 두 모임회원 19인이 남도 전통문화의 아름다운 진면목을 찾아내 엄선한 80점의 사진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뿔그레’란 ‘아름답게’란 뜻의 라틴어로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다짐이 숨어있다고 한다. ‘고향의 빛회’는 고향 즉, 전통의 아름다움을 통해 빛을 전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광주예총회장을 지냈고, 국전초대작가인 강봉규 대표(71)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전시회는 전통적인 조상의 슬기로움과 장인정신 속에 나타난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 전시된 작품들은 단순히 보여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독창성이 담긴 회화적 사진을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강 대표의 말이 아니더라도 전시된 사진 구석구석에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것은 물론 전통의 향기가 물씬 풍겨온다. 아련한 고향의 냄새를 전하는 ‘장독대’, 장인의 정성이 물씬 묻어나는 ‘채상’, 천년의 소리가 파고드는 ‘거문고’, 자연의 빛깔에 푹 파묻히는 ‘천연염색’ 등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바로 전통 속의 자신을 발견한다.
이 모임의 첫 전시회이지만 앞으로 외국 전시회는 물론 2년에 한 번은 전시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에도 전통문화사진연구회(회장 김창주)가 활동하고 있다는 귀띔을 하자 강 대표는 반가움을 표한다.
이번 사진전은 우리 역사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꿋꿋한 생명성을 지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문을 열었다. 이와 함께 작가와의 대화가 오는 10일(토) 늦은 2시부터 국립광주박물관 강당에서 열린다. 이 자리는 작가 개개인의 사진 미학과 작품에 얽힌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향기 ‘향(香)’자가 벼 ‘화(禾)’자에 날 ‘일(日)’자를 붙여 쓴 글자인 것처럼 벼가 읽어가는 향기가 이 가을엔 그득하다. 이 가을에 사치스럽고 자극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가슴 속 저 멀리 은은히 다가오는 전통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한 빛고을 나들이는 어떨까?
덧붙이는 글 | ▶ 문의
국립광주박물관누리집 :http://gwangju.museum.go.kr
학예연구실 : 062-570-7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