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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로 다가온 꽃들 두 권 나란히. 지은이가 직접 찍은 꽃 사진뿐 아니라 초등학교 선생이며 세밀화가인 이선희씨의 꽃그림이 곁들여져 풍취가 깊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 두 권 나란히. 지은이가 직접 찍은 꽃 사진뿐 아니라 초등학교 선생이며 세밀화가인 이선희씨의 꽃그림이 곁들여져 풍취가 깊다. ⓒ 이동환
이 책을 쓴 김민수씨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요, 제주도에서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다. 허구한 날 제주도 풍광과 온갖 꽃 사진을 그득 올리기에 처음에 잉걸아빠는 부자교회에서 놀고 먹는, 팔자 편한 목사인 줄 알았다. 물론 그의 기사 단 세 꼭지만 읽어도 그런 오해는 풀린다. 연재기사, '텃밭에서 캔 행복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시멘트 숲에서 사는 잉걸아빠로서는 질투가 날 정도다. 물론, 맑은 심성으로 자연에 밀착한 그의 삶을 본다.

책을 펴든 순간 아, 이 책은 읽어서는 도저히 안 될 책이구나, 하는 저림이 가슴놀이를 쳤다.
책을 펴든 순간 아, 이 책은 읽어서는 도저히 안 될 책이구나, 하는 저림이 가슴놀이를 쳤다. ⓒ 이동환
찬찬히 시간을 두고 살펴보니 아따 이 양반, 보통 사람이 아니지 싶었다. 더구나 꽃에 관해서는 "아이고 선생님!" 소리가 절로 나온다. 글 좀 남들만큼은 쓰네, 하고 건방 떠는 잉걸아빠 가장 큰 약점이 자연, 무엇보다 꽃에 관한 '무지'거든. 무식하다고까지 솔직하게 얘기해야겠지. 물론 꽃에 대한 책은 널리고 널렸다. 잉걸이네도 몇 권, 사전까지 있다. 그런데 문제는 통 안 보게 된다는 사실이다.

지은이가 찍은 개구리발톱. 책을 처음 펴들었을 때 잉걸아빠에게 다가온 꽃이다.
지은이가 찍은 개구리발톱. 책을 처음 펴들었을 때 잉걸아빠에게 다가온 꽃이다. ⓒ 김민수
서울이 고향인 잉걸아빠는 자연에 대해 통 모르는 '무식의 소치'를 훈장(?)처럼 여기고 살았다. 그러나 바로 말하자면 부끄럽다. 글줄깨나 쓴다는 치가, 학생들에게 글을 가르친다는 치가 자연에 대해, 특히 꽃에 대해, 벌레에 대해, 잘 모른다? 우리 땅에 피고 지며 나고 자라는 꽃 한 송이, 벌레 한 마리도 제대로 모르면서 '헤겔'이 어쩌고 '볼테르'가 어쩌고? 에라 이, 들병이 개짐만도 못한 반거들충이야!

실로 간만에, 잉걸아빠를 겸손하게 만든 책

등심붓꽃. 서양이름은 '아이리스(무지개)'란다. 꽃말은 '기쁜 소식'이라네.
등심붓꽃. 서양이름은 '아이리스(무지개)'란다. 꽃말은 '기쁜 소식'이라네. ⓒ 김민수
책을 펴들고 보면서 잉걸아빠는 꽃냄새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오후에 출근해 새벽까지 학생들과 학원에서 전쟁을 벌이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독서삼매경에 푹 젖어버렸다. 꽃에 관한 사전이라면, 그냥 사진만 잔뜩 늘어놓은, 그래서 꽃에 대한 지식이 필요해 무조건 줄줄 외우기 좋게끔 만들어진 책이라면, 아마 손놓았을 터.

두 권으로 엮어진 <내게로 다가온 꽃들>에는 모두 백 가지 우리 꽃들이 피어 있다. 그 꽃들 하나하나, 글 마디마디, 지은이의 소박한 삶이 농밀하게 녹아있다. 꾸며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취기'를 내뿜는다. 새끼노루귀, 괭이밥, 족두리풀, 큰개불알풀꽃, 개구리발톱, 반디지치, 금낭화, 매발톱, 붓꽃, 으름, 갯무, 방가지똥, 나도물통이, 봄구슬붕이, 하늘말나리, 꽃무릇, 갯메꽃, 털머위…, 아!

"맨 처음에는 크고 예쁜 꽃만 보였습니다. 어느 겨울날 한라산에서 산수국의 헛꽃이 백설을 배경으로 저녁햇살에 투영되어 빛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헛꽃을 보면서 변방의 삶을 떠올렸습니다. 늘 중심부의 삶만을 추구하던 내 삶이 부질없게 느껴진 순간이었죠. 그때부터 작은 꽃들, 못 생긴 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중략). 꽃을 사랑하면서 미워하던 사람들까지도 껴안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 지은이

"잉걸아, 그 책 읽으면 절대로 안 돼!"

책을 뒤적이다가 볼 마음이 생겼는지 들고 할머니 방으로 가는 아들놈 꼭뒤에 대고 소리친다. 뒤돌아보는데 녀석, 놀란 노루새끼 같다. 책인데 읽지 말라니, 놀랄밖에.

"그 책은 읽는 책 아냐. 너, 안 그래도 책갈피 대충대충 넘기잖아. 그 책은 보고 느끼고 심어야 하는 책이란다."
"……?"
"응 뭐랄까, 찬찬히 살펴보면서 느껴야 해. 그리고 가슴 속에, 거기 나온 꽃 한 송이 한 송이 심어야만, 꼭 그래야만 하는 책이야. 약속할 수 있겠어? 아빠도 그렇게 오래 두고 볼 거니까. 가끔 아빠가 거기 나온 꽃, 물어볼 거야. 대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라면 책 가지고 가!"


녀석이 손가락을 걸잔다. 엄지도장까지 꾹 찍고 멀어지는 아들 녀석 종아리가 오늘따라 실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눈여기지 못한 새 아무래도 좀 컸나보다.

지은이 김민수는?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며 만화가인 위창남씨가 '희망우체통' 기사를 쓰면서 그린 지은이 옆모습.
ⓒ위창남
1962년 서울 생으로 ‘江바람’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

한신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과를 졸업, 1995년에 목사 안수를 받은 후 2001년부터 제주의 동쪽 끝 마을 종달리에서 종달교회를 섬기고 있다.

목회를 하며 가족과 함께 텃밭을 일구고, 틈틈이 산과 들을 찾아 우리 들꽃과 눈 맞춘다. 사랑하는 연인을 알아가듯 야생화를 알아가고 있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새롭게 눈뜬 그는 작고, 못 생기고, 느리고, 단순한 것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제주를 깊이 있게 여행하려는 이들을 위해 제주도의 오름과 들꽃, 역사, 문화 등에 대한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생태기행을 진행하기도 한다.

저서로는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희망 우체통> 등이 있다.
-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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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펴낸 곳 : 한얼미디어
각 권 값: 12.000 원 ◀ 잉걸아빠는 참고로 인터넷서점에서 샀답니다. 웬지 아시죠? ^^


내게로 다가온 꽃들 세트 - 전2권

김민수 지음, 이선희 그림, 한얼미디어(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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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커서 '얼큰샘'으로 통하는 이동환은 논술강사로, 현재 안양시 평촌 <씨알논술학당> 대표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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