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5. 9.12. 연곡 상사화
2005. 9.12. 연곡 상사화 ⓒ 장옥순
상사화 붉은 날이면

애끓는 그리움에
행여 님이 오실 세라
세찬 바람 두들겨도
밤 새워 꽃등 켰구나

누굴 못 잊어
상사화로 피었는가
절절한 그리움은
꽃대궁에 풀어놓고
찬 서리 오기 전에
한 번만 보이소서.

발아래 묻은 그리움
붉어지는 얼굴
한 생애 다 하도록
볼 수 없는 나의 잎새여

가을비 찬바람에
산 제비만 오락가락

상사화가 피는 날이면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이, 가 버린 어버이의 모습이,
그리움 하나도 바래지 않은 채 또아리를 틀고 나를 불러 세웁니다.

뿌리에 감춘 그리움들을 짧은 가을 속에 숨기고 저렇듯 붉은 가슴 숨기지 못해
피고서도 아직도 다 못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부릅니다.

뜨겁다 못해 치솟아 오른 그 붉디 붉은 시간들이
꽃잎마다 엉겨붙은 그리움이 되어
달밤에만 피어 눈도 붙이지 못 하는 언어들을 쏟아 놓습니다.

이 가을엔 상사화처럼
한 순간이라도 붉어지고 싶습니다.
원도 한도 없이 붉다 지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추석이 다가오니 상사화를 보는 일이 아픕니다. 먼저 가신 어버이의 모습이,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는 그리운 이름들이 그 속에 담겨 있는 탓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