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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산사
동화책 <내 친구 네이선> 역시 나무 위에 둘만의 요새를 만들어 놓고 오르내리며 같이 놀던 친구 네이선이 죽고 혼자 남은 잭의 이야기이다. 잭은 이제는 여기에 없는 네이선을 떠올린다. 둘이 함께 학교에 가면서 첨벙대던 웅덩이, 함께 딸기를 따먹던 포터 할아버지네 딸기밭….

학교에 가니 선생님이 ‘네이선’하면 떠오르는 것들로 “추억 상자”를 채워보자고 하신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네이선이 웃는 사진, 야구를 할 때 홈에 슬라이딩 하던 장면, 네이선과 나눠 먹던 바나나 샌드위치 만드는 법 등을 그려서 상자에 넣는다.

또한 네이선에게 묻고 싶은 것이나, 네이선의 답을 상상해서 적어 넣기도 한다. 그러나 잭은 끝내 소리 내어 질문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온다. 잭이 묻고 싶은 것은 딱 한 가지였다.

“네이선, 제일 친한 친구가 없어진 나는 이제 어떡해?”

<천사가 된 비키>는 교통사고로 단짝 친구를 잃은 여자 아이 제이드의 이야기이다. 마르고 내성적이며 자기주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제이드는, 누구에게나 인기가 있고 개성이 강한 비키와 하루 종일 붙어 지낸다.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하는 비키가 조금 못마땅해도 비키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어느 날, 하교 길에 교문 앞에서 말다툼을 하다가 엉겹결에 찻길로 뛰어든 비키가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고, 유령이 된 비키가 제이드 앞에 나타난다.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비키를 보며,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비키의 목소리를 듣는 제이드. 처음에는 비키를 다시 보는 것만 해도 좋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상생활은 흐트러지고 힘들어진다.

자신이 죽어 유령이 된 것이 억울하다며 제이드를 들들 볶는 비키. 비키의 죽음이 자기 탓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비키의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이드는 처음엔 속수무책으로 유령 비키에게 당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종당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갖게 되고 결국 벗어난다. 그때 비로소 유령이었던 비키도 천사가 되어 저 하늘 위로 날아간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랑하는 단짝 친구를 잃은 잭과 제이드가 혼자 힘으로 친구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 아이들 옆에는 어린아이들이 겪는 사별의 고통과 충격, 상처, 그리고 그 많은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아는 좋은 선생님들이 있었다.

잭에게는 “추억 상자”를 만들어 친구에 대한 기억을 모아 담게 하는 브리클리 선생님이 있었고, 제이드에게는 상담 전문가 웨인라이트 부인이 있었다. 웨인라이트 부인은 자신의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었고, 제이드가 겪는 슬픔과 고통, 혼란을 이해하며 보듬어 안아준다. 직장 생활에 바쁘고 아이의 고통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제이드의 엄마, 아빠는 해줄 수 없는 일이었다.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고, 아이들 역시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제까지 아이들에게 죽음을 쉬쉬하며 감추고 가리고, 그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못 본 체 할 것인가.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많아지고 다양해져서 어른들끼리, 어른과 아이들이, 또 아이들끼리 자유롭게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죽는 방법을 연구하자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 무엇인지, 나와 남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내 죽음을 어떤 방식으로 맞을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나누는 동안 삶이 보다 더 충실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어린아이들이 겪는 친구의 죽음을 잘 담아낸 그림책 <내 친구 네이선>과 이야기책 <천사가 된 비키> 모두 훌륭한 교재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내 친구 네이선, If Nathan Were Here / 메리 바 글, 캐런 A. 제롬 그림, 신상호 옮김 / 동산사, 2005

천사가 된 비키, Vicky Angel / 재클린 윌슨 글, 닉 샤랫 그림, 이은선 옮김 / 시공주니어, 2002


내 친구 네이선 - 개정판

메리 바 지음, 신상호 옮김, 케런 A. 제롬 그림, 동산사(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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