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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추(秋)
글/나천수
불이 났다.
남도 들녘 끝없는 평야지에
연기도 없는 불꽃 벌겋게 타오르니
멀리서 보면 장관이다.
어쩔 것이냐.
일년 농사 다지어놓고
나락 밭에 불이 났다는데,
기름진 논바닥에 기름을 부은 듯
화염은 용의 혓바닥처럼 날름거리며
벼이삭을 맛있게 먹어치우고 있으니,
방화범은 허수아비인 것이다.
허수아비 서있는 논부터 불길이 솟았으니
범인은 허수아비인 것이다.
뒤늦게야 불 끄러 달려온 농부
타는 불, 끄기는커녕,
허수아비 더 만들어 이 논, 저 논 세우니
참새들만 “불이야”라고 외쳐댄다.
봄부터 여름까지 자식 키우듯 한 나락
벼이삭 내밀고, 고개 숙이자
허수아비 세워 나락 밭에 불을 지른 것이니,
방화가 마지막 농사일인줄,
農心 말고는 누가 알 것인가.
나락 밭의 불속에서 튀밥 튀어 나오듯
백옥 같은 쌀알 톡톡 불거지는 소리
온 들에 퍼지고 있으니,
가을(秋)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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