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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빨갛게 익고 있는 고추
빨갛게 익고 있는 고추 ⓒ 장정호

태양빛을 머금고 자라 태양빛을 닮은 고추, 그 빛이 참으로 고와 눈이 부시구나! 또 누구의 가슴을 불타게 하려는가.

메밀밭
메밀밭 ⓒ 장정호

메밀꽃이 소금처럼 하얗게 피어오를 무렵이면 달빛 받은 메밀꽃 같은 수줍은 사랑을 추억 속에서 꺼내어 그리움에 잠겨보자

오이
오이 ⓒ 장정호

누런 늙은 오이의 껍질이 기름기 다 빠진 내 부모님의 주름진 피부처럼 가슴 한쪽이 아려오는 것은 그 기름을 내가 먹었기 때문이겠지,

옥수수
옥수수 ⓒ 장정호

옥수수를 한알한알 맷돌에 잘 갈아 풋풋한 향이 풍기는 올챙이국수 만들어 먹으면 좋을까~ 잘 삶은 옥수수 입에 물고 하모니카를 불어 누구가슴 설레게 할까~ 남은 옥수수껍질은 잘 말려 대막대기 꽂아 겨울 내 퍼석한 등허리 긁어주고 옥수수수염은 잘 말려 겨우내 끓어먹으면 좋겠지….

참깨 건조 중
참깨 건조 중 ⓒ 장정호

참깨를 잘 말린 뒤 볶아서 고소한 참깨와 참기름 보따리 보따리 싸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참깨 수만큼이나 넘치고 또 넘치는 마음일거야.

가을배추와 수박
가을배추와 수박 ⓒ 장정호

밀리는 세대와 밀려오는 세대, 그렇게 시대는 반복하며 변해가는 것이겠지, 가을배추 한 곁에 외롭게 보이는 수박이 지난 뜨거운 여름날의 수박은 아니구나….

콩
ⓒ 장정호

콩을 보노라면 다섯알의 완두콩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다섯알의 완두콩중 마지막 완두콩이 어느 집 창틀에 떨어졌고 그 집엔 병든 소녀가 있었다. 완두콩은 그 먼지가 많은 창틀에서 자그마한 싹을 틔었고 완두콩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소녀도 조금씩 병이 나아졌던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동화를 읽었을 때 무척 감동을 받았지. 책을 덮고도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었지, 새삼스럽게 그 동화책이 그리워진다. 내 인생은 어떤 완두콩의 모습을 닮아 있을까.

토마토
토마토 ⓒ 장정호

상큼하고 앙증맞은 토마토는 먹기가 아깝다. 그래도 한입에 한 알 쏘옥 집어넣고 볼록한 볼을 만들어 굴리다가 깨물면 특유의 토마토향이 입안 전체에 퍼지며 맛이 좋다. 나는 원래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토마토는 참 좋아한다. 아는 지인이 토마토잼을 만들어 주었다. 시큼한 케첩을 좋아하지 않아서 맛이 조금 걱정되었는데 식빵에 발라먹으니 아주 달지 않고 맛이 있었다. 시장기가 도는 오후에 식빵에 토마토잼을 발라 한입 베어 물면 행복감에 젖어든다.

호박
호박 ⓒ 장정호

늙은 호박을 보면 친정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는 첫 아이 낳고 퉁퉁 부어있는 딸을 위해 호박을 내려주셨다. 그 때는 왜 그리 먹기 싫었던지 안 먹겠다고 앙탈 아닌 앙탈을 냈지만 결국엔 호박하나를 다 먹었다. 그것도 모자라서 가물치 고운 것까지 먹었다. 나도 내 딸이 시집가서 아이를 낳으면 똑같이 호박을 내려주겠지, 그렇게 대물림으로 엄마의 마음을 이어 받게 되겠지.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들녁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들녁 ⓒ 장정호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이삭처럼 그런 됨됨이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세상에 잘난 사람이 참 많다. 황금빛을 내면서도 묵묵히 고개 숙여 겸손한 벼이삭 같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을 바라면서 이 가을을 마음으로 맞이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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