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청와대에서 자유롭게 자란 시절을 그리워하는 강화도령 철종(조선 25대왕)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어쩌면 명패도 던지고 잠적도 할 수 있었던 야당 국회의원이나 재야 변호사 시절을 몹시도 그리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1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외로운 강화도령님 아닌가 싶더군요'라는 글에서 최근 여야 영수회담을 하러 청와대에 들어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느낌을 이렇게 비유했다.
우선 전 대변인은 청와대 분위기를 "바늘 한 개 떨어지는 소리라도 들릴 듯이 한마디로 적막강산이었다"고 전하면서 대통령의 인상에 대해서도 "두뇌회전도 빠르고 어휘력도 풍부할 뿐 아니라 질문의 핵심을 파고드는 능력도 탁월했으며, 대통령 나름대로의 진정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전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첫 느낌은 마치 '강화도령'처럼 외로움이었는데 갑자기 왕이 된 강화도령 철종이 내내 구중궁궐의 외로움을 토로했듯 자유롭게 살았던 야인 기질의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 있는 것이 참 갑갑하고 외로워 보였다"고 측은함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자신의 지내온 삶을 돌아보건대 저항과 투쟁의 나날들이기 때문에 화해와 상생의 시대와는 이미지가 맞지 않아 노무현의 시대를 이제 끝내고 싶다는 말을 서너 번이나 반복했다"며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할 때 표정을 유심하게 살펴보니 정말 편안하고 확신에 넘쳐 보였는데 노 대통령 나름대로 진정성으로 역사에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대통령직도 던진 인물'로서 기록되고 싶은 것이었다"고 해석했다.
전 대변인은 또 "노 대통령이 '그만 두겠다'는 말을 새로운 버전으로 할 때 작은 충격을 받았는데 더 놀라운 것은 배석했던 이병완 비서실장이나 김병준 정책실장이 눈을 턱 감고 한마디로 무반응을 보이는 것에 놀라웠다"면서 "보좌진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통령의 스타일을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아울러 그는 "노 대통령이 2시간 반 내내 지역구토 타파에 대해 열정적으로 박근혜 대표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며, 대통령의 이미지와 안 맞다손치더라도 우리 모두가 절실한 경제와 화합에 저 열정과 열의를 쏟아 부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전 대변인은 특히 "노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2년 반이란 적잖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대통령이란 자리에 길들여지지 않았다는 점과 그리고 정말 유감스럽게도 대통령으로서 책임감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그러면서 "적막한 청와대에서 자유롭게 자란 시절을 그리워하는 강화도령 철종처럼 노 대통령은 어쩌면 명패도 던지고 잠적도 할 수 있었던 야당 국회의원이나 재야 변호사 시절을 몹시도 그리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대통령이란 무겁고 갑갑한 옷을 던지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청와대를 나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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