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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3선·대전 대덕·국회 윤리특위 위원장)은 노 대통령의 연정론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반대해서가 아니다. 그는 "연정이나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나의 입장은 명확하다"며 적극 지지의 입장을 보였다. 다만 발언 시기의 문제를 놓고 고민했다. 그는 "당 정개특위(유인태) 활동에 제동이 걸릴 때 힘을 보태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에서 자제해 왔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작심하고 쏜 화살은 열린우리당 '내부'로 향했다. 연정에 대해 반감을 가진 당내 호남 세력과 재야파를 동시에 겨냥한 것.

그는 "우리당에 몸담은 정치인들 중에 지역주의에 편승해서 자기 경력을 관리해온 사람은 없는가"라며 "한번도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정치적 생명을 건 치열함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한나라당을 지역주의 정당이라 비판할 자격이 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김 의원은 "지역주의에 얹혀 있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며 "두 번이나 정권창출을 했으면서도 지역주의의 피해자라고 한다면 어떤 설득력을 갖겠나"라고 말해 호남의 역지역주의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또 "당은 호남이, 청와대는 영남이 장악해서 자기들끼리 전리품을 가지고 암투하고 있다는 말들이 돈다"며 "그런 정당을 만들라고 참여정부가 탄생한 것은 아니"라고 일갈했다.

'연정론' 반대세력의 중심에 있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서도 그는 에둘러 가지 않았다. 김 장관은 최근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부산에서 한 번 (국회의원이) 된 뒤 당선이 안 됐는데 그게 한이 된 것 같다"며 "대통령의 연정 의지가 워낙 강해 말하기 갑갑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지역주의에 온 몸을 걸고 부딪친 것을 어떻게 한(恨)이라고 표현하냐"며 "YS, DJ, JP를 따라가지 않은 노무현, 유인태, 제정구, 김원웅을 폄하하지 말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통추(국민통합추진위원회) 맴버들이 낙선을 각오한 것은 '왕자병'이 있어서가 아니라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의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을 지역주의 정당이라 비판할 자격 있나"

김 의원은 한나라당과의 연정이 당의 정체성과 배치된다는 지적을 수긍하면서도 "당의 정체성을 지킬 것인가, 지역주의를 극복할 것인가라는 두 가지 문제에서 굳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는 정체성을 포기하는 쪽"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렇듯 지역주의 문제를 '최우선 과제'라고 보는 이유에 대해 그는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14대 국회 꼬마민주당과 평민당이 합쳐진 통합민주당 시절의 얘기다.

"3당 합당을 통해 집권한 YS가 전격적으로 금융실명제를 단행했다. 꼬마민주당 의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막상 의원총회가 열렸는데 호남 출신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경제가 어려운데 준비 없이 금융실명제를 하는 바람에 민생이 더 어려워졌다고. 그게 지역주의 정서라고 본다. 영남대통령에 대한 반감 아닌가.

또 DJ가 남북공동선언했을 때 영남 의원들이 흠집을 냈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남북공동성명을 했을 때 대구경북이 반대하지 않았다. 자기 출신지역이 아닌 대통령이 하는 일에는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호남 강원 충청 제주를 합쳐도 영남이 크다는 사실, 그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열린우리당도 또 다른 지역주의 한 축을 유지하면서 호남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3선, 4선 달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김 의원은 민주당과의 통합을 공공연하게 주장해온 문희상 의장 등 지도부에 대해서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지역주의를 해서라도 현상유지를 하자는 것인데 그럴 거면 민주당을 왜 깨고 나왔나"라며 "노 대통령이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고 했을 때 당은 '정권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라며 기득권을 내놓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광주는 민족적이고 대구는 반민족적인가? 아니다. 대구 시민들은 반민족 세력을 뽑은 게 아니라 영남 지역주의 세력을 뽑았다. 거기에 수구세력이 기생하는 것이다. 지역주의가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회창 총재 시절과는 많이 다르다. 특히 남북문제 접근하는 것 보면 많이 유연해졌다. 나는 그게 무섭다. 한나라당이 정신을 차리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지역주의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그런데 왜 열린우리당이 주춤하나."

"우리당, 차기 대선에서 정권 놓친다는 각오해야"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 의원은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놓친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선거구제 바꾸고 지역주의 허물어 놓고 정권을 놓치는 것 하고, 지역주의 손도 못대고 정권을 놓치는 것 하고 두 가지를 가정해 보자. 전자는 수구세력이 한 번밖에 정권을 못잡는다. 결국엔 개혁세력에게 정권이 돌아온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엔 개혁세력이 영원히 집권하지 못하는, 영남 세력의 장기집권의 길로 가는 것이다."

최근 정개특위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서도 단호했다.

그는 "소선거구제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늘리는 식으로 적당히 해서는 안된다"라며 "한나라당의 영남 의원들이, 또 열린우리당의 호남 의원들이 공천을 받아도 당선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여야 한다"고 말했다. 즉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도식을 깨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이 내놓은 선거구제는 중대선거구. 현행 선거구를 광역단위로 통합해 한 선거구에서 3~4명의 의원을 뽑는 제도다. 하지만 야당이 극렬 반대하는 안이라 노 대통령도, 열린우리당도 "중대선거구제가 아니라도 좋다"며 한발짝 물러선 바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만들어낸 87년 상황은 장기집권의 폐해를 절절히 경험한 우리의 특수한 상황에서 탄생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제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시대적 경험이 그 제도를 선택하게 했다. 선거구제도 마찬가지다. 지역주의라는 특수한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중대선거구가 맞다. 지고지선의 제도는 아니지만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시대적 과제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선거구제 개편 논의 시한을 "내년 1월 임시국회까지"라고 못박았다. 그는 "한나라당을 10번이고 100번이고 만나면서 설득하되, 안되면 동의하는 사람들끼리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해 한나라당을 배제한 민주·민노·자민련과의 공조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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