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유리버섯3
ⓒ 고평열
한가위다. 추석이다. 다들 고향으로 간다.
수 천년, 수 만년을 한 자리에 터 잡고 살아온 유리버섯은 갈 데도, 올 이도, 갈 수도 없다. 세모시 하얀 옷이 부끄러울 뿐….

▲ 유리버섯1
ⓒ 고평열
도회의 삶은 숲의 삶보다 더 어두운 삶, 흐느적거리는 도시의 네온, 바삐 움직이는 시간의 질주, 그 틈바구니에서 지친 사람들에겐 내가 사는 이 땅이 꿈의 땅이겠다. 한낮에도 빛이 그리웠던 이 땅이 생명의 땅이겠군. 군중 속에 살므로서 더욱 사무치고 사무치고 사무칠 외로움. 그래서 귀향이니 귀성이니 전쟁처럼 시달리면서도 기를 쓰고 고향을 찾는구나.

▲ 유리버섯4
ⓒ 고평열
고요함이 도를 넘어 적막한 이곳, 유리버섯의 고향은 참나무류가 우거진 숲이다. 간혹 섞인 소나무 몇 그루 있을 뿐, 잎 넓은 나무들이 주를 이루어 사는 숲 속엔 간간이 나뭇잎 사이로 빛이 스며들 뿐이다. 이 땅, 적막한 이 대지에는 기름진 세상으로 인해 병든 신체를 어루만질 생명이 있으니 정다운 고향에서 둥둥 강강수월래라도 놀아 보자.

▲ 유리버섯2
ⓒ 고평열
썩어가는 식물체, 혹은 반쯤 허물어진 소똥 위에 살지만 유리버섯의 모습은 수정처럼 눈부시다. 주어지는 만큼만 누리고 사는 욕심없는 생명, 짧지만 곱게 사는 유리버섯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