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이동수업 첫째 날, 아이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자기 몸보다 큰 가방을 들고 인천공항으로 모였다. 선생님들은 되도록이면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을 시키고자 세관과 입국심사도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장장 7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하니 벌써 해는 저물어 있었다.
아이들은 둘째 날도 새벽 5시 일어나야만 했다. 입을 삐죽거리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접해야 하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달랬다. 우리는 한국에서 환전한 달러를 다시 인도네시아 화폐로 환전한 뒤 수도인 자카르타를 떠나 반둥에서 점심을 먹은 후 땅꾸반쁘라후 화산으로 이동했다.
우리 일행은 버스에서 내려 다시 조그만 차로 갈아탄 뒤 화산 정상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유황 냄새가 우리의 코를 자극했고 많은 상인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전혀 춥지 않았는데 이곳 사람들은 그곳의 날씨가 추운가보다. 다들 긴팔에 목도리까지 하고 있었다.
화산의 모습은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분화구에 용암은 없었다. 다만 화산재와 함께 연기만 피어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들도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화산을 상상했나 보다. 화산을 보고 실망하는 눈빛이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화산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는 금세 신기해 했다. 우리는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온천에 들러 온천욕을 즐기기도 했다. 산에서 내려와 큰 차 밭과 이슬람 성원에도 들렀다.
셋째 날은 7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반둥에서 족자카르타까지의 긴 기차여행은 힘들기도 했지만, 창밖으로 인도네시아의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의 농촌 풍경과 비슷했지만 2년 5모작까지도 가능하기에 이곳에서는 한쪽에서 모내기를 하면 한쪽에서는 추수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제 한참 벼가 익어가고 있었다. 정말 신기했고 계단식 논이 정말 산 정상까지 쭉 이어져 있는 모습에 사람의 능력이 이처럼 무한할 수도 있음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족자카르타에 도착한 우리들은 동남아 최대의 힌두사원인 쁘남바난사원을 답사했다. 사원의 조각과 건축 그리고 신화까지 사전학습과 연계하여 직접 보고 만지고 들어본 학생들의 모습에서 뭔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힌두교의 3대신이라고 할 수 있는 브라만(창조의 신), 비슈누(보호의 신), 시바(파괴의 신)신을 뒤로하고 족자카르타 최대의 번화가인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자유시간을 가졌다. 이곳의 재래시장에는 전통 의상에서부터 음식, 향신료 등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물을 파는 노점상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넷째 날 일정은 소노부도요 박물관에서 시작되었다. 인도네시아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박물관에서 아이들은 그야말로 열심히 들으며 학습지까지 작성했다. 박물관을 나와 도시 안의 또 하나의 도시라고 하는 끄라톤(술탄 왕궁)으로 향했다. 이곳은 족자카르타의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하고 있지 왕처럼 통치하는 힘은 없다고 한다.
박물관에서 보았던 인도네시아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그 유명한 그림자 연극을 관람할 수 있었다. 족자카르타에는 은공예가 발달했다고 하여 그 공장에 직접 방문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수공으로 이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주 조그마한 문양까지 손과 꼬챙이 하나로 만들어내는 모습에 아이들은 그저 탄성만 질렀다. 이어 또 하나의 전통인 바틱공장으로 가서 수제로 직접 옷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해 보았다.
이렇게 오전을 마치고 오후에는 보로부두르 사원으로 이동했다. 세계 3대 불교 유적중 하나인 부로부두르 사원은 정말 대단했다. 부처님의 일생이 조각되어 표현한 그 가치가 소중하고 귀중하여 동남아에서는 앙코르와트보다 일찍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조각된 벽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해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사원은 힌두교 사원과 비교해 보기에도 좋은 유산이었다. 각자 소원을 빌며 내려와서는 현지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믄듯사원을 답사하고 저녁을 먹었다. 이후 라마야나 무용극을 관람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관람전에 라마야나 이야기를 읽어서인지 정말 진지하면서도 재밌게 보았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무용극과 보로부두르사원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보로부두르 사원에서의 감동을 뒤로하고 기차에 탑승한 다섯째 날, 족자카르타를 출발해 도착한 수라바야는 큰 항구도시로 식민지 당시 동인도회사를 건립해서 많은 물건들이 네덜란드로 빠져나간 곳이라고 한다. 도시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아궁사원으로 갔다. 이슬람 사원으로 에메랄드빛으로 채색된 것이 매우 화려했다. 예전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지어진 탑에서 도시 전체를 전망할 수 있었다. 아궁사원을 빠져나오 우리들은 다시 수라바야에서 브로모로 이동하였다. 하루 종일 기차와 버스로 이동한 아이들은 자바섬 전체를 본 것처럼 얘기하면서 하나 둘 잠자리에 들었다.
여섯 번째 날의 첫 일정은 산행이었다. 일행은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쁘난자칸산으로 갔다. 나름대로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날씨는 꽤 추웠다. 아이들은 현지인에게 1달러에 옷을 빌려 입은 뒤 산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상에서 자리를 잡고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넓게 펼쳐진 지평선과 뭉실뭉실 떠있는 구름, 분화구에서 피어오르는 유황 연기를 뒤로 떠오르는 일출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날이 왔다. 일행은 밤 기차를 타고 도착한 자카르타에서 아침을 먹고 코끼리 박물관으로 향했다. 타일랜드 국왕이 코끼리 동상을 기증해서 코끼리 박물관이라고 하였다. 예전의 네덜란드 수집가로 물건을 하나 둘 모으다가 물건이 많아지자 박물관을 건립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인도네시아의 여러 전시품 가운데서도 칼과 창 그리고 장례의식과 관계된 것에 관심이 많았다. 2층에는 금제품이 모여 있었는데 왕족들이 몸에 하는 장식품들 위주였다. 아이들 말로는 금에 보석을 박은 전시품들을 달고 다닌다면 아마 무거워서 뼈가 주저 앉아버릴지도 모르겠다며 웃기도 했다.
정말 화려한 전시품을 본 후에 구 네덜란드의 항구로 갔다. 이 항구는 지난 300년간 네덜란드가 지배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현재는 쓰레기와 함께 방치되는 느낌의 항구였다. 이후 쇼핑센타에서 한국물건 찾아보기를 해보고 자유로운 점심식사를 했다. 메뉴를 정말 다양하게 골라오는 학생들이 참으로 재밌어 보였다.
그 다음에는 타맘미니 인도네시아 안다라는 민속 박물관으로 갔다. 아름다운 인도네시아의 작은 공원이라고 하는 이곳에서는 360여개 종족 중 27개의 대표적 지역의 결혼과 주거문화와 같은 풍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마지막 일정이었던 이곳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아이들끼리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도록 하였다. 다시 버스에 올라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하여 출국수속을 밟을 때 현지가이드를 보며 손을 흔드는 녀석들의 눈에서 맑고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슬쩍 볼 수 있었다.
저녁 비행기에 오른 아이들은 매일 새벽같이 시작해서 밤늦게까지 이어진 7박 8일간의 일정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후회도 남고 아쉬움도 많이 남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길 바란다.